산남퀸덤 방정환 어린이집 최수자 원장을 만나다.

최수자 방정환 어린이집 원장.

물타아 勿打兒

어린 아이들을 때리지 마라

어린 아이가 곧 한울림이니

한울님이 맞아

그 기가 손상되는 것을

원치 않으신다.

                                                                                                    - 해월 최시형

동학의 2대 교주 해월 최시형은 사람이 곧 하늘이니 사람 섬기기를 하늘 섬기듯이 하라고 했다. 동학의 3대 교주이고 독립운동가인 의암 손병희의 사위 소파 방정환은 이러한 동학 정신을 이어받아 아이들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과 일제 강점기 암울한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희망은 어린이밖에 없다며 이전에는 없었던 ‘어린이’라는 존칭어를 만들고 1922년 5월 세계 최초로 ‘어린이날’을 제정하여 어린이 인권선언을 하는 등 어린이 운동을 주도했다.

산남퀸덤아파트 방정환 어린이집 최수자 원장은 교육을 받던 중 방정환 선생님이 어린이날을 만들었다는 팩트 외에 왜 만들었는지에 대한 내면의 스토리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고 방정환 유치원이나 어린이집도 거의 없다는 강사의 말을 듣고 궁금해서 책을 찾아 읽게 되었는데 그 뜻이 너무 좋아 방정환 어린이집으로 명명하게 되었다고 한다. “소파 방정환의 ‘소파’는 잔물결이라는 뜻이래요. 조그마한 돌멩이를 호숫가에 던지면 작은 파문이 일어나고 점점 커지는데요. 부인한테 “부인, 이 물결은 잔물결이지만 날이 갈수록 커질 것이오. 나는 좀 일찍 가지만 이 파문이 훗날 대파(큰 물결)가 되어서 출렁일 때 부인이 이 큰 물결을 꼭 보고 인증하고 오시오”라고 했대요.“

영유아들을 사랑으로 보육하는 방정환 어린이집 교사와 원장.왼쪽부터 김성숙. 박정숙. 최수자 원장. 김지인. 김단아 교사.
영유아들을 사랑으로 보육하는 방정환 어린이집 교사와 원장.왼쪽부터 김성숙. 박정숙. 최수자 원장. 김지인. 김단아 교사.

온유하게 담대하게 지혜롭게 자라는 어린이

아이들이 지금은 작지만 이 나라의 미래입니다. 한 명 한명이 소중하죠. 아이들 눈높이에서 마음을 헤아리고 무엇을 원하는지 찾아서 소통하고 생각을 이해하는 그런 선생님이 되어 주세요. 어린이는 어른보다 한 시대 더 새로운 사람입니다. 어린이 뜻을 가볍게 보지 마십시오. 싹을 위하는 나무는 잘 자라지만 싹을 짓밟는 나무는 죽어버립니다. 우리들의 희망은 오직 한 가지 어린이를 잘 키우는 데 있습니다. 내일을 위해, 희망을 위해 다 같이 어린이를 잘 키웁시다. 우리 아이들의 싹을 짓밟는 것도 어른이고 싹을 잘 키우는 것도 어른입니다. 마음에 새길 문장을 들려주며 그래서 어른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선생님들한테 항상 당부합니다. ‘온유하게 담대하게 지혜롭게 자라는 어린이’는 그런 목표를 가지고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방정환 어린이집의 원훈이다.

부모참여 수업 숲체험
부모참여 수업 숲체험

 

 

 

 

 

 

 

 

 

 

 

아이들을 잘 키우는 것, 어른들의 몫

이렇게 진심을 다해 돌봄과 교육을 해도 힘든 일은 있기 마련. TV에 나오는 아동 학대 사례가 항상 조심스럽고 신경을 많이 쓴다. 몇 년 전 방정환 어린이집에도 이러한 일이 있어 CCTV를 보게 됐는데 동생을 본 아이가 관심을 받고자 그런 것 같다며 아버님의 사과로 마무리 되었다. 방정환 어린이집에는 5명의 교사가 있고 매월 월례회의를 통해 아동학대에 대한 교육을 한다. 사람인지라 그러한 상황이 있을 때는 창밖을 보고 심호흡을 하거나 다른 교사나 원장에게 도움 요청하면 분위기 전환을 할 수 있도록 서로 배려한다고 한다. 교사의 심리 상태는 아이들에게 전달되기 마련. 가정에서 기분 나쁜 일이 있으면 어린이집에 와서 표시 내지 말고 선생님들의 신체적 정서적인 부분을 최상의 컨디션을 바탕으로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고 얘기한다.

즐거운 추억과 보람도 있다. 초창기에는 넘치는 열정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야외 수업을 많이 다녔고 7세 졸업반 아이들을 데리고 정동진으로 졸업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3시간에 걸친 기차여행에 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12시에 어린이집에 도착했지만 어린이집에서 자겠다며 아이들은 집에 가지 않으려 했다. 그 아이들은 지금도 친하게 지내며 찾아오고 성화동에 사는 고 1된 학생은 엄마나 할머니와 함께 스승의 날이나 명절 때 항상 인사를 하러 오곤 한다.

소통하고 참여하는 학부모 운영위원회

방정환 어린이집은 학부모 운영위원회와 함께 소통하며 운영한다. 공고 후 신청자를 받아 위원회를 꾸리고 위원장 추천 후 1년 동안 어린이집의 모든 대소사나 살림을 공유한다. 모임은 분기별로 하되 비상시에는 임시모임이 있다. 부모교육 프로그램은 학부모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다. 아이가 떼를 부릴 때, 친구를 때리거나 깨물 때, 이러한 대처법에 대한 교육을 하며 유기농 야채 식단 자재 등 학부모 운영위원회를 통해 아이들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한다. 아이들과 소풍을 갈 때 안전을 위한 동행, 점심 준비 도우미, 4월 5일 식목일에는 학부모님들과 함께 토마토 모종도 심었다. 코로나로 참여하지 못한 몇 년의 단절이 코로나가 풀리면서 봇물 터지듯이 쏘아져 나오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다. 기쁜 마음으로 더 반갑게 맞이하고 초대하니 웃으며 ‘이젠 귀찮으니 그만 좀 오라고 한다’며 밝은 웃음을 보였다.

가치봄 어린이집 선정

시대에 따라 어린이집도 변화의 흐름을 탄다. 저출산에 따른 아동수 감소.

2021년 모집 정원이 39명이었는데 대기자는 다른 어린이집에 보내기도 했다. 2022년엔 간신히 27명, 올해는 23명이 모집되었다. “너무 힘들어요. 다른 심각한 곳도 많고 폐원한 곳도 많아요.” 불과 2년 전에 비해 50% 가까이 감소했다.

가치봄에서 무심천으로 지구 살리기 환경운동 참여한 모습.
가치봄에서 무심천으로 지구 살리기 환경운동 참여한 모습.

출생률을 보면 2023년 기준, 한국은 0.78명, 일본은 1.27명이다. 출생아 수(충북)는 2019년 9,333명, 2020년 8,399명, 2021년 8,107명으로 1226명이 감소했고 합계출산률은 전국 0.81명, 충북 0.95명(2021년 기준)으로 OECD 2020년은 1.59명이다. 이중 괴산, 단양, 보은, 영동, 옥천, 제천 등 충북6개 지역은 인구 감소지역이다.(행정안전부 2021.10월 기준) 어린이집 개소 수는 2019년 1,130개소, 2020년 1,082개소, 2021년 1,042개소, 2022년 972개소로 4년 전에 비해 160여 개소 가까이 줄었고 재원 아동 수는 2019년 47,266명, 2020년 43,675명, 2021년 42,124명, 2022년 38,884명으로 4년 전에 비해 8382명이 감소했다.(충북육아종합지원센터 자료)

식목일 행사로 부모님과 함께 나무 심기.
식목일 행사로 부모님과 함께 나무 심기.

충북은 이러한 저출산 및 지방소멸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아동 감소에 따른 어린이집 운영난 개선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23년 신규사업으로 충북형 가치봄어린이집 사업을 추진했고 방정환 어린이집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이 사업에 선정되어 운영하고 있다. 이 사업은 인근 지역의 5개 어린이집이 하나의 그룹을 형성하여 어린이집 간 공유·나눔·상생을 통해 어린이집 운영의 어려움을 해소하여 보육의 본질적 가치에 집중할 수 있다. 방정환 어린이집은 이 사업의 일환으로 무심천 지구 살리기 환경운동과 방정환 장터를 운영하고 수익금은 우크라이나 난민 돕기 성금으로 보탰다.

아프다가도 어린이집 문을 열고 들어올 때 아이들이 반갑게 맞아주는 그 모습을 보면 너무 예뻐요. 제가 어린이집을 하지 않았으면 뭘 했을까 생각하면... 행복하고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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