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재활원 마리아집 개축 사업을 펼치고 있는 충북재활원 마리아의집 김성우 신부

충북재활원 마리아의집 원장 김성우 신부 ©조현국
충북재활원 마리아의집 원장 김성우 신부 ©조현국

김성우 신부가 2021년 9월 1일자로 부임하고 만난 충북재활원 마리아의집(청주시 흥덕구 신봉동)은 그야말로 낙후했다. 30여년 전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에 마리아의집에 온 지적 발달장애인들이 40대·50대가 되도록 이전의 낙후한 시설 속에서 생활하고 있었던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지적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위해 설계되고 건축된 마리아의집이 비좁고 노후화되어 더 이상 중·고령 발달장애인들의 주거 공간으로 적합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다. 설상가상으로 지적 발달장애인들은 노화의 속도도 빨라서 40대라고 하더라도 60대의 신체 나이가 된다. 그래서 충북재활원 식구 중에는 어쩔 수 없이 요양병원으로 옮겨야 하는 경우가 생겼다. 

비좁고 비도 새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충북재활원 마리아의집 내부©충북재활원
비좁고 비도 새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충북재활원 마리아의집 내부©충북재활원

‘마리아 자매’에 대한 부채감 
김성우 신부가 마리아의집 개축을 위해 동분서주하게 된 사연에는 마리아 자매가 있었다. 마리아 자매는 40년 동안 충북재활원 마리아의집에서 생활하던 중증발달장애인이었다. 마리아 자매에게도 병마가 닥쳐왔고, 김성우 신부는 어쩔 수 없이 요양병원으로 옮기는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열악한 재활원 시설에서는 도저히 마리아 자매를 케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성우 신부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한 일은 그 이후에도 벌어졌다. 요양병원으로 옮긴 후 한달 여가 지나자 마리아 자매가 곧 임종할 것 같다고 연락이 왔다. 김성우 신부는 마리아 자매와 오랜 세월 동고동락한 직원들과 종부성사를 하려고 요양병원을 찾아갔는데 이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김 신부 일행이 다녀간 후 마리아 자매는 다시 정상 혈압을 찾아 3주 가량 더 사셨던 것이다. 김성우 신부는 “마리아 자매님이 아마 수십년 함께 살아왔던 저희 선생님들의 목소리를 듣고 다시 활기를 얻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김성우 신부는 이 일을 겪으면서 더 이상 재활원 식구들이 수십 년간 익숙하게 살아온 재활원 공간을 떠나 낯선 사람·낯선 환경에서 쓸쓸하고 고통스럽게 생을 마감해야 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제2의 마리아 자매’가 나오지 않도록 노년기에 접어든 중증발달장애인들에 적합한 새로운 공간을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김성우 신부가 개축 도면을 놓고 설명하고 있다. ©조현국
김성우 신부가 개축 도면을 놓고 설명하고 있다. ©조현국

 

신부(神父)의 자존심도 내려놓고 중앙정부, 지자체로 

김성우 신부는 1989년에 지어진 낡고 오래된 마리아의 집 건물(지상 2층, 지하 1층)을 개축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로 충청북도로 청주시로 동분서주하게 다녔다. 관계자들을 만나 중·고령 발달장애인분들의 존엄한 삶과 임종을 위한 주거 공간을 지을 수 있는 예산을 확보해달라고 설득하고 호소했다. 다행히도 중앙정부, 충북도, 청주시에서 공감을 해주어 관계부처에서 마리아집 개축 예산을 책정해주었다. 그런데 작년 여름에 김성우 신부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되었다. 정부의 예산 문제가 생겨 애초 약속했던 60억원의 지원금이 18억원으로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이에 김성우 신부는 다시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국회의원 사무실 등등 조금이라도 희망이 보이면 어디든 찾아가 부탁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고 한다. 하지만 낯선 곳에서 쓸쓸하게 생을 마감한 ‘마리아 자매’를 떠올리며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여 45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건축 자재비로 ‘자부담’으로 마련해야 할 돈이 무려 47억원에 이른다는 점이다. 그래서 김성우 신부는 청주교구의 협조로 여러 성당을 다니면서 모금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성우 신부는 청주, 충북 전역을 다니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마리아의집 증·개축 동참의 손길에 감동하고 있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하지만 47억원에 달하는 순수 자부담을 모으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마리아집 개축은 단순한 건물 짓는 문제가 아닌 소외된 중·고령 발달장애인들의 인권을 위한 일” 
충북재활원 마리아의집에는 현재 97명의 식구들이 살고 있다. 이들은 40여년 전에 지어진 비좁고 위험하고 노후화된 시설에서 생활한다. 대부분 40-50대라 급격한 노화에 따른 질병에도 취약한 상태다. 병에 걸리면 이들은 아무도 알지 못하는 낯선 곳에서 생을 마감해야 한다. 그리고 계속해서 중증발달장애인들이 마리아의집을 필요로 할 것이다. 김성우 신부가 어떻게든 마리아의집을 증·개축하려는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마리아의집과 인연을 맺은, 또는 맺게 될 중·고령 발달장애인들이 더 이상 낯선 곳에서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하게 하지 않겠다는 일념이 오늘도 그의 발길을 모금 현장으로 가게 하는 것이다. 김성우 신부는 강조한다. “마리아의집을 다시 짓는 일은 단순하게 건물을 짓는 문제가 아닙니다. 중·고령 발달장애인들의 삶의 질, 사람으로서의 최소한의 존엄성을 보장하려는 인권의 문제입니다.”라고! 


김성우 신부의 노력은 그 자체로도 한국사회의 장애인복지 현실에 울림을 준다. 마리아의집 개축 사업을 통해 중·고령 발달장애인들의 소외된 현실을 일깨워주고 그들이 기댈 수 있는 ‘장애인 시설’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환기시켜 주기 때문이다. 곧 마리아의집 개축 성공 여부는 사각지대에 있는 중·고령 발달장애인들의 행복한 미래와 직결되어 있는 것이다.  

 

충북재활원 마리아의집 ‘지.여.행’ 동참 방법  

 ‘지.여.행’은 충북재활원 마리아의집 증·개축 사업의 테마로서 ‘지금, 여기 있는 이들의 행복을 위한 집을 지어주세요!’의 줄임말입니다. 마리아의집 증·개축  후원 문의는  010-7773-0110 / 043-262-7416(충북재활원 마리아의집)

반지하에 위치한 마리아의집 식당 내부 ©충북재활원
반지하에 위치한 마리아의집 식당 내부 ©충북재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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