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의 파고를 넘는 청년 창업가들의 무한도전

코로나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세계적인 경기 불황을 겪고 있고, 한국 경제는 경기침체와 부동산 가격 불안정, 저출산과 노인인구 증가, 고물가 등으로 저성장의 굴레를 벗어나기가 어려워 보인다. 청년 고용률은 47.2%(2022.3/4분기 통계청 기준)에 달하고, 이나마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뉘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속에서 질 좋은 일자리를 찾기란 더욱 어려운 현실이다. 청년들은 높은 학비와 고물가를 감당해야 하지만 고용율은 낮아 아예 구직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때 ’카페 한번 해볼까?‘ 하는 말이 유행인 때가 있었다. 하지만 정작 창업을 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노하우는 물론 차별화 된 전략이 필요하고, 상권을 철저하게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자본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2023년 계묘년 새해를 맞아 새로 시작하는 마을의 청년 창업가들을 만났다. 경기 불황속에 청년의 패기로 희망을 일궈내는 세 명의 젊은이들을 통해, 청년 창업의 현실과 우리 동네 상권을 살리기 위한 돌파구를 함께 고민해보자.

엔틀로스 스튜디오 이승규(산남동, 27세, 10월 오픈) / 데이온(Day‘on) 카페 홍선우(용암동, 29세, 11월 오픈) / H.STYLE 헤어살롱 임소연헤어디자이너(산남동, 29세, 1월 출근)과 마을신문 기자
엔틀로스 스튜디오 이승규(산남동, 27세, 10월 오픈) / 데이온(Day‘on) 카페 홍선우(용암동, 29세, 11월 오픈) / H.STYLE 헤어살롱 임소연헤어디자이너(산남동, 29세, 1월 출근)과 마을신문 기자

 

창업, 쉽지 않은 도전
청년 창업은 자본금 마련이 쉽지 않고, 경험 부족으로 좋은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어려운 일이다. 청년 창업을 돕기 위한 정부 지원사업들이 있긴 하지만, 창업 아이템에 제한을 두거나 실질적인 지원 비용을 받기까지 수 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정작 필요한 때에 지원을 받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시기에 우리 마을에서 창업을 한 엔틀로스 스튜디오의 이승규씨와 데이온카페 홍선우씨, H.STYLE헤어살롱의 임소연씨를 만나 그들의 꿈과 창업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임소연 : 엄마가 헤어디자이너라 어릴적부터 미용에 관심이 있었어요. 예고에서 국악을 전공했지만 결국 서원대학교 뷰티학과로 진학을 했죠. 머리를 하다보면 고객들이 원하는 대로 예쁘게 됐을 때 표정이 보여요. 그 모습을 볼 때 너무 행복합니다. 독립적으로 배우고 싶어 3년 정도 경기도 수지에서 미용을 하다가 올 1월에 엄마 미용실로 출근을 시작했어요. 기존 손님들은 딸이니까 예뻐해 주시고 엄마와 똑같을거라 생각하셔서 부담도 많이 되지만, 제 스타일을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계실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승규 : 제가 오픈 날짜로는 선배네요. ^^ 진로를 고민하던 시기에 우연히 마주한 사진 한 장을 보고 거기에 담긴 다양한 감정에 매료되어 그 사진작가에게 연락을 했어요. 이후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했죠. 창업 비용 마련을 위해 고릴라캠핑이라는데서 일했어요. 첨엔 알바로 들어갔다가 직원으로 채용되어 짧은 시간에 열심히 일해 돈을 모았죠. 영끌해서 시작했어요. 

홍선우 : 저는 평소 커피매니아입니다. 일상에서나 공부할 때 많이 마시다보니 자연스럽게 커피에 관심이 가더라구요. 의류업계쪽에서 오랫동안 일 하면서 6,7년간 착실하게 창업비용을 마련해 산남동에 가게를 열었죠. 커피에 대해 연구하여 고품질의 원두로 만든 커피를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고 브런치메뉴도 하고 있습니다. 

데이온 카페 브런치 메뉴
데이온 카페 브런치 메뉴
데이온 카페 아이스커피
데이온 카페 아이스커피

산남동, 동네상권의 특징
  산남동엔 2만6천명의 주민이 살고, 법원, 검찰청이 위치해 있다. 학원가도 형성되어 있어 다양한 연령층의 유동인구가 있는 편이다. 율량지구와 동남지구가 만들어지기 전 원흥이 마중길은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었으나 예전에 비해 상권이 많이 축소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남동에 가게 터를 잡은 이유가 궁금했다. 

이승규 : 젊은 층을 타겟으로 학교 근처인 산남동으로 들어왔어요. 보통 젊은이들은 사진을 찍으러 시내로 가려고 하는데 그 편견을 깨고 싶었습니다. 산남동 상권이 활발하던 시기는 지났지만 상권은 돌고 도니까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홍선우 : 카페를 이용하는 주 고객층이 아줌마들이 많아요. 거기에 맞춰 연구중입니다. 사실 하고 싶은게 많은데 지금은 상권이 많이 다운돼서 안타깝죠. 과거에 원흥이 마중길 야외에서 먹을 수 있었을 때 (손님이) 많이 왔었는데, 야외 취식을 금지해서 아쉬워요. 
  친구들 중에 가게를 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이 동네를 궁금해 합니다. 하지만 상권에 비해 임대료가 조금 부담스러워 오고 싶어도 망설이는 친구들이 있어요. 제가 입점한 건물주는 코로나 시기에 임대료를 절반으로 깍아 준 착한건물주님이었다고 하더라구요. 코로나가 끝나서 올해부터 다시 인상되었지만 렌트프리를 한달 주셔서 인테리어를 할 수 있었어요. 감사한 일이죠. 

임소연 : 동네마다 선호하는 헤어스타일이 달라 아직 적응중이예요. 산남동 동네 특성에 맞는 노하우가 있지만, 제가 일했던 경기도권이랑 스타일이 전혀 다르다보니 다시 배워야 할 것들이 많아요. 

H스타일 헤어살롱 임소연 헤어디자이너
H스타일 헤어살롱 임소연 헤어디자이너

개성있는 가게 이름과 노하우
  작년 12월에 임소연씨는 IKBF국제한국미용페스티벌 금상을 수상했다. 국제대회에서 수상할 정도로 실력이 출중한 임소연씨만의 노하우가 궁금했다. 

임소연 : 일반적으로 고데기로 드라이를 많이 하는데, 전 롤드라이로 자연스러운 스타일을 만드려고 하는 편이예요. 고객과 편안한 대화를 유도해서 스타일을 좀 더 잡아주는 방식으로 만족감을 주려고 합니다. 간혹 어색해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새로운 스타일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미용실 이름인 H.STYLE은 체인점인데, 엄마와 둘이 시작하는 만큼 이름을 어떻게 바꿀지 고민중입니다. 

  엔틀로스는 마을신문과 같은 건물에 위치하고 있어 오픈 준비때부터 보아 왔다. 작년 가을 마을 축제에도 참여해 사진을 찍어 주었던 따뜻한 모습이 뇌리에 남아 있다. 그의 사진 노하우가 궁금했다. 

엔틀로스 스튜디오 이승규 대표의 촬영 모습
엔틀로스 스튜디오 이승규 대표의 촬영 모습

이승규 :   요즘 인스타를 보면 얼굴을 많이 보정해서 올리는게 대세가 돼 버려 싫더라구요. 제 사진에서는 보정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해서 본래의 개성을 담으려고 합니다. 제가 개성이 뚜렷한 편이어서 그런지, 대화를 통해 사람을 이해하고 사진으로 표현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최근에는 젊은 층들이 오기 시작했는데, 저와 비슷한 나이대의 남성분들이 많이 오세요. 들어올 땐 사장님 안녕하세요 하다가 나갈 땐 갈께요 형이라고 합니다. 
  엔틀로스라는 이름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기호인 무한대를 뜻합니다. 그 기호가 제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고 어감도 맘에 듭니다. 제가 사진을 하는 이유와 목표가 작가이기 때문에, 언젠가 내 사진 작업물로 전시를 열 계획이예요.

홍선우 : 저는 카페 인테리어를 직접 했어요. 기존에 카페하던 곳이었는데 여자친구와 같이 셀프페인팅도 하고 조명도 전부 바꿨죠. 인테리어 비용이 많이 올라 간판 빼고는 전부 스스로 했는데, 비용도 줄이고 원하는 분위기로 인테리어를 바꿀 수 있었어요. 데이온이라는 이름은 데이오프의 반대말로 쉬지 않고 항상 늘 당신과 함께 있다는 의미입니다. 몰론 쉬는 날은 있지만요. ^^

우리동네 청년창업가들의 인터뷰 장면
우리동네 청년창업가들의 인터뷰 장면

적극적인 홍보
청년 창업의 장점은 새롭거나 획기적인 아이디어, 그리고 인터넷 기반의 정보 습득이 용이하고 SNS 등의 홍보에 유리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동네의 특성에 맞게 마케팅 방법도 달라져야 하기에 세 청년들은 어떤 방식으로 홍보를 하는지 서로 궁금해 했다. 

이승규 : 광고를 얼마나 퀄리티있게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차별화된 걸 표현하고 연령층에 따라 다양한 곳에 많이 올려야 하죠. 기사를 보니 젊은이들의 일기장으로 블로그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SNS홍보와 함께 방문자에게 네이버 리뷰를 달아달라고 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예약도 받고 있습니다. 

홍선우 : 청주클라스라는 인스타를 통해 광고를 했었어요. 지인이 운영해서 광고를 내보았는데 생각보다 효과가 크진 않더라구요. 네이버플레이스 광고도 했는데 내가 내 가게를 홍보하는 거라 그런지 광고 효과는 아직 미미합니다. 

임소연 : 어릴적부터 엄마가 하던 곳이라 단골들이 많아 따로 홍보를 하지는 않지만, 기다리기 번거로우신 분들은 네이버로 예약하고 오시면 됩니다. 

 

   오늘 만난 청년 창업가들이 산남동에서 오래동안 개성 넘치는 가게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하면 데이온, 헤어하면 HSTYLE, 사진하면 엔틀로스 처럼 실력과 개성,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시그니처 가게들이 자리잡으면 동네 상권도 되살아 날 수 있다. 그러려면 정부의 효율적인 창업지원과 지자체의 상가활성화 정책, 착한 임대료, 건강한 소비문화도 함께 발맞춰가야 할 것이다.  

* 두꺼비마을신문에서는 산남동 상권 부흥과 청년창업인을 지지하는 차원으로 카페데이온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엔틀로스 스튜디오에서 프로필사진을 찍어 한 장씩을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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