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어울림 / 수곡 다사리학교 / 노래하는 미원아이들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하는 말이 있다. 처음 행복교육지구사업이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예전엔 아이들이 마을에서 어울려 놀고, 마을 어른들의 울타리 속에서 든든하게 클 수 있었다. 요즘은 그런 모습이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아이들은 학교-집-학원을 쳇바퀴처럼 오가고 성적에 따라 줄 세우는 획일적 교육에 지쳐 무기력한 아이들이 늘어갔다. 이에 어른들은 책임을 통감하고 변화의 목소리를 높여갔다. 

“마을은 아이를 품고 아이가 자라서 마을을 품는다” 
  이런 열망을 담아 2017년에 충주, 제천, 보은, 옥천, 진천, 괴산, 음성 등 7개 시군을 시작으로 행복교육지구 사업이 시작되었다. 2018년에는 청주와 영동, 증평, 단양 등 나머지 4개 시군이 모두 이 사업에 동참하여 전국 최초로 충북도 내 모든 기초지자체가 행복교육지구사업에 동참하여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행복교육지구는 기존의 교육방식과 달리 교육청과 지자체, 지역사회가 함께 연계하여 지역 특색에 맞는 교육을 시행하고 획일적인 평가와 교육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의 인적, 물적 인프라를 활용함으로써 전통과 문화를 살리고 주체적인 사람으로 성장시키고자 하는 교육이다. 
  행복씨앗학교를 지정하여 아이들의 창의적, 주체적, 인격적 성장에 의의를 두는 교육을 하고, 민간의 단체에서는 이러한 의식에 바탕을 둔 다양한 마을교육에 중점을 두어 온마을돌봄, 청소년활동 프로그램, 마을속특색 프로그램, 지역사회 평생교육 등 입시위주의 교육에서 탈피하여 다양성 교육을 활발하게 전개해왔다. 

행복교육이 위태롭다! ... 행복교육예산의 대폭 삭감
  하지만 올해 지자체에서 행복교육지구 예산 삭감을 대폭 삭감하는 움직임이 있다. 지난 5년의 행복교육지구사업이 위축될까 우려되는 지점이다. 
이에 본지는 행복교육을 위해 헌신해 온 충북의 3개 행복교육공동체(괴산어울림, 동청주농촌교육문화센터, 수곡동 다사리학교)에 활동의 현주소에 대해 물었다. 오랫동안 마을교육을 위해 헌신해 온 그들의 진정성 있는 활동을 통해 행복교육의 본질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건강하게 뿌리내려진 행복교육이 입시에 내몰린 아이들과 마을을 살리는 어쩌면 유일한 대안일지도 모르겠다.  / 박선주 마을기자


행복교육 첫번째 이야기  괴산 마을교육 공동체를 위하여

행복교육괴산어울림의 시작
  2015년 1월에 괴산의 청소년을 위해 교육 관련 시민단체 행복교육괴산어울림(아래에서는 어울림이라 함)을 만들었습니다. 어울림은 마을교사, 마을학교 등을 대표하여 2017년부터 시작한 행복교육지구사업에 참여했습니다. 초중등 교원, 지역아동센터도 함께 했습니다. 마을교육활동가와 마을학교는 권역별로 나뉘어 읍면단위 학교와 마을을 포함하는 마을교육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활동했습니다. 

행복교육이 뿌리내리다
  지방선거 대비 청소년정책설명회, 10만 원 프로젝트, 마을학교 축제 등을 준비하면서 청소년들의 힘이 늘어났습니다. 초중학생 중심의 면단위 청소년 자치 배움터는 아직 돌봄의 수준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면단위 마을교육협의회가 3군데 생겼습니다. 학교와 마을교사, 이장, 주민이 함께 마을교육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학교 교사와 마을 교사들이 함께 마을 교육과정을 실천하던 곳입니다. 생태 텃밭 교육과 마을 여행을 중심으로 마을교육과정을 진행했고, 이제 주민자치위원회와 결합하는 것도 지향하고 있습니다. 학교는 마을에 뿌리를 내리고, 마을은 활기를 되찾고 있습니다. 학교 신문, 체육대회, 축제를 마을과 함께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2022년 7월 21일_제1회 괴산군 청소년정책마켓정책 마켓에서 학생들이 발굴한 정책내용을 공유하고, 군에 정책사업을 제안하게 된다. 협력적 참여로 정책을 입안하는 과정을 경험하는 것이 중점인 행사
2022년 7월 21일_제1회 괴산군 청소년정책마켓정책 마켓에서 학생들이 발굴한 정책내용을 공유하고, 군에 정책사업을 제안하게 된다. 협력적 참여로 정책을 입안하는 과정을 경험하는 것이 중점인 행사

마을교육을 위한 조례제정
 어울림은 면단위 마을교육공동체를 실현하려 합니다. 마을공동체를 실현하려면 학교를 포괄하는 마을교육을 해야 하는데,  시군단위가 아니 '읍면동 단위 마을교육'이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도교육청에서 제정한 마을교육공동체활성화지원조례는 읍면동 단위의 힘을 모아내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괴산군 마을교육공동체지원조례를 제정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올해는 준비팀을 꾸려서 조례 초안을 만들었습니다. 23년도에는 면단위 마을교육공동체를 지원하는 조례를 만들고자 합니다.

행복교육이 봉착한 어려움
  오랜 마을교육활동 속에서 마을교육활동가들이 지치고 있습니다. 관청의 서류 갖추는 것이 까다로워지고 관청과 사업에 대한 의견 갈등도 늘어났습니다. 행복교육지구 사업 시작할 때에는 민관이 모두들 으쌰 으쌰 하던 분위기였는데 각자 자기 관점과 관행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민관협치의 관점에서 출발했는데, 민간이 대행사나 용역업체, 방과 후 수업 단체처럼 대접받는 느낌도 듭니다. 마을교육활동가 사이에서도 견해 차이가 드러납니다.  “권역(면단위) 모임 의미와 권역대표가 할 일 – 마을교육공동체 실현을 위해서”라는 글을 10여차례 토론해서야 정리했습니다. 청소년과 교원들의 활동 의미와 할 일도 정리하려 합니다. 우리가 왜, 무엇을 위해, 어떻게 마을교육활동을 해야 하는지 돌아보기 위해서입니다. 마을교육에 대한 관점을 정리하기 위해 공부하는 모임도 만들었습니다. 힘들고 바쁜데도 애들 쓰고 있습니다. 관청에서도 어떻게 해야 마을교육활동가들이 지치지 않고 함께 일할 수 있을지 고민해주기를 바랍니다. 마을교육을 ‘함께’ 한다는 생각으로 일하면 좋겠습니다. 

2022년 4월 22일_소수초등학교 생태텃밭 수업생태텃밭활동가가 마을연계교육과정으로 생태텃밭 수업 진행
2022년 4월 22일_소수초등학교 생태텃밭 수업생태텃밭활동가가 마을연계교육과정으로 생태텃밭 수업 진행

온마을배움터

  '온마을배움터’란 학생만이 아니라 '온 마을사람들에게 마을이 온통 삶의 배움터’이어야 합니다. ‘마을교육공동체’란 교육을 통해 마을공동체를 만드는데 함께 하겠다는 뜻입니다.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해야 하는 이유이지요. 
‘옥천군에는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지원에 관한 조례’가 있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면단위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조례가 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시군단위 마을교육단체들이 경험을 나누고 방향을 잡아나가는 연대체가 생기면 좋겠습니다. 마을교육은 진학과 학교 학력을 중심으로 하는 학교와 다른 목표를 가질 수 있습니다. 협력하면서 함께 사는 삶을 살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은 마을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표이지요. 이를 위해 마을교사들이 주체로서, 주도하는 마을교육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괴산어울림 유승준 대표 
/ 괴산어울림 유승준 대표 

 

 

 

 

 

행복교육 두번째 이야기  불협화음이 아름다운 선율이 되다 

다사리학교의 활동
  다사리학교는 2018년부터 2022년 현재까지 청주시행복교육지구 마을속특색프로그램으로 수곡한마음오케스트라를 운영해 왔습니다. 수곡동에는 초등학교 2개, 중학교 2개 총 4개의 학교가 있는데, 이 학교 학생들은 학교가 끝나면 수곡동에서 마땅히 시간을 보낼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다사리학교는 마을 학생들이 방과 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오케스트라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악기를 접해 본 학생들이 많지 않아서 불협화음도 많이 나고 학생들도 공연에 자신 있게 서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연차가 좀 쌓인 지금에 와서는 제법 아름다운 선율을 자랑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다른 동네에도 소문이 났는지 수곡동 이외의 마을에서도 오케스트라에 함께하고 싶다고 찾아오는 학부모님들도 있을 정도입니다.

12.2.(금)/동부창고/수곡한마음 오케스트라 연말 정기 공연
12.2.(금)/동부창고/수곡한마음 오케스트라 연말 정기 공연

수곡한마음오케스트라 활동의 의의
  오케스트라를 운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학생의 말이 있습니다. 올해 12월 2일에 수곡한마음오케스트라의 정기 공연을 마치고 학생들의 소감을 한마디씩 들어봤는데 한 아이가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국영수가 아니라서 좋았어요.”
  한 문장짜리 짧은 말이었지만 그 어떤 말보다도 수곡한마음오케스트라의 방향성을 잘 말해주는 소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학생들은 학교와 학원에서 하루 종일 공부에 치이며 살아갑니다. 다사리학교는 이런 학생들이 일주일에 단 한 번이라도 공부와 상관없는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면서 친구들과 즐겁게 시간을 보내기를 바랐습니다. 이를 위해 노력한 것들이 그 학생의 짧은 말 한마디로 보상을 받는 기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다사리학교는 공부에 치이고 친구와 경쟁해야 하는 학생들이 힘든 일은 잠시 잊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10.28.(금)/다사리학교/정기 공연을 준비하며 다같이 연습하는 모습
10.28.(금)/다사리학교/정기 공연을 준비하며 다같이 연습하는 모습

수곡한마음오케스트라가 당면한 문제
  하지만 수곡한마음오케스트라에도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청주시와 교육청에서 행복교육지구 관련 예산을 삭감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적은 예산을 쪼개고 쪼개서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한 번이라도 더 진행하고자 노력하고 있었는데 예산을 삭감한다는 소식을 들으니 정말 허망한 마음뿐입니다. 아이들을 위해서 쓰는 돈은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치며
  수곡동은 학생들 뿐 아니라 주민들도 즐길만한 문화예술이 없는 동네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우리 마을에서 수곡한마음오케스트라를 통해 학생들과 주민들이 함께 예술을 즐기며 화합하고 소통하는 마을이 되기를 꿈꿉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꿈을 꿨으면 좋겠습니다.

/ 다사리학교 김경환 교무부장
/ 다사리학교 김경환 교무부장

 

 

 

 

 


행복교육 세번째 이야기  노래하는 미원아이들

동청주농촌교육문화센터

“꿀잼이요!”
“아~ 개꿀~”
1년 동안 마을에서 ‘노래하는 미원아이들’ 프로그램에 참여한 우리 아이들의 참여 후기입니다. 
‘꿀잼... 개꿀이라...’  긴 말은 안 해도 매우 재미있고 생각보다 더 좋았다는 뜻일 테지요.
‘노래하는 미원아이들’은 아이들의 말과 글로 노랫말을 짓고 곡을 붙여 함께 부르는
어린이 창작노래모임입니다. 
올해로 4년째 격주 토요일에 동청주농촌교육문화센터에 모여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노래모임이 있는 날에는 시골마을에서 좀처럼 듣기 어려운 아이들 웃음소리, 울음소리가 넘쳐납니다. 

2022년 11월 26일 마을속특색 프로그램 마지막 날,  각자가 부르고 싶은 노래로 작은 공연을 진행하고 수업을 마친 후 기념촬영. 장소는 동청주농촌교육문화센터 공연장
2022년 11월 26일 마을속특색 프로그램 마지막 날,  각자가 부르고 싶은 노래로 작은 공연을 진행하고 수업을 마친 후 기념촬영. 장소는 동청주농촌교육문화센터 공연장

첫해 10명이던 아이들이 지금은 20명이 넘었고 7살 어린이부터 중학생 형님들까지 작은 공동체를 이루었습니다.
아이들은 보이고, 들리고, 느끼는 대로 자연과 마음을 표현하고 곡을 붙여 자신들의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경험을 해오고 있습니다. 자기의 이야기를 자기의 목소리로 말하며 성장합니다. 
특히 올해는 청주행복교육지구의 마을속특색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어린이날 100주년 기념 뮤지컬 관람 ▲권정생 문학기행 ▲아카펠라 배우기 등 다양하고 특별한 경험을 하였습니다. 
동청주농촌교육문화센터는 주민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거점 공간이 필요하다는 요구에서 지난 2019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마련한 공간입니다. 아동부터 노인까지 문화 예술 교육을 체험하고 향유할 수 있는 공간, 주민들의 친근한 사랑방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처음의 꿈이 지금, 현실로 이루어졌습니다. 
센터에서는 ‘노래하는 미원아이들’ 뿐만 아니라 춤테라피, 캘리그래피, 통기타, 독서모임 등 다양한 동아리 활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2022년 10월 29일 권정생 문학기행에서 미원의 강아지똥들. 장소는 안동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
2022년 10월 29일 권정생 문학기행에서 미원의 강아지똥들. 장소는 안동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

‘노래하는 미원아이들’은 앞으로 우리의 활동을 음원과 영상으로 제작하여 다양한 매체로 홍보할 계획입니다. 
많은 지역의 아이들, 어른들과 우리의 창작노래를 함께 부르고 싶기 때문입니다. 또한 농촌 붕괴를 넘어 농촌 소멸이라는 사회적 위기 속에 우리 모임이 지역에 활력소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 내년에는 더 이상 아이들이 없는 마을의 경로당 등을 찾아가 할아버지 할머니께 노래꾸러미(노래와 간식)를 배달하고 장날 거리공연 등으로 우리가 받은 사랑과 혜택을 마을과 사회에 되돌릴 계획입니다.  
또 노래를 좋아하는 전국 어린이를 대상으로 창작노래캠프를 진행하여 지역과 우리 모임을 알릴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저러한 꿈을 꾸다 최근 청주에서 ‘행복’자가 들어가는 모든 사업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흉흉한 소문을 들었습니다. 
실제로 행복교육 관련한 예산 삭감이 추진되고 있다고 하니 그것이 소문으로 끝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아이들이 학교 밖에서, 주말에, 할 수 있는 활동을, 갈 만한 공간을, 이제야 찾았는데... 이를 ‘꿀잼’이라고 엄지 척하는 아이들에게 그 행복을 계속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싶습니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점점 사라지는 농촌에서 마을마다 골목마다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고 다시 돌아와 살고 싶은 마을이 되는 것, 우리 공동체가 꾸는 꿈입니다. 
  

/ 동청주농촌교육문화센터 유 숙
/ 동청주농촌교육문화센터 유 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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