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여서 행복한 우리

  우리 마을엔 산남행복교육공동체(산행공)가 있다. 산행공은 2018년에 시작한 마을 교육을 위한 공동체로, 학생과 주민동아리 활동과 작은 도서관에서의 영화 순회 상영과 토론, 미술심리, 진로 찾기, 마을 역사와 마을숲 알기, 중국 역사 문화 탐방, 마을지도 만들기 등 마을교육을 위한 활동들을 활발하게 해왔다. 이 활동가들이 지난 11월 9일 저녁에 모여 힐링워크숍을 가졌다. 서로의 노고와 그간의 협력과 봉사에 감사하는 자리였다.

  코로나로 몇 년간 모임을 할 수 없었는데, 오랜만에 모이는 자리라 다들 표정이 밝다. 산남행복교육공동체 회원뿐 아니라 산행공을 도와주시는 분들을 초대했다. 다들 마을교육에 힘쓰시고 봉사하시는 훌륭한 분들이다. 올해 산행공은 코로나로 지친 주민들을 위해 천연아로마체험과 요가를 준비했다. 그리고 3년 만에 열린 올해 마을 축제에서는 천연아로마와 양말목 공예 부스를 운영했다. 두꺼비생명한마당 축제와 빛뜨락어울림축제에서에서 부스 중 제일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릴 만큼 인기가 좋았고 오랜만에 주민들의 활짝 웃는 모습들로 가득 채워졌다. 그간 코로나로 단절되었던 이웃과 이웃이 연결된 의미있는 축제였다. 그렇게 2022년의 활동이 모두 마무리되고, 워크숍을 통해 그간의 활동 평가와 서로의 노고에 감사했다. 

  워크숍을 시작하며 한 명씩 인사하며 소개의 시간을 가졌다. 마늘밭에서 마늘 심다가 던져놓고 부랴부랴 달려오신 관장님, 전날 개기월식을 보며 태양과 달은 항상 그대로인데 시선에 따라 빛날 수도 어두울 수도 있다는 인상 깊은 이야기를 전한 기획국장님, 애들 저녁 차려주고 먹는 거 봐주지도 못하고 달려온 사둥이 엄마, 좋아하는 사람들이 다 모여 너무 행복하다는 교육문화국장 등 모두 바쁜 일들을 내려놓고 한달음에 달려온 이들의 개성 넘치는 소개만으로도 마음이 꽉 찼다.   

  이번 워크숍의 백미는 아나바다 선물 이벤트였다. 각자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가지고 와서 추첨으로 선물을 가져가는 방식이다. 활동가들이 가져온 선물들은 예상 밖의 선물들이었다. 밭에서 직접 키워 뽑아 온 배추 두 포기, 우드버닝으로 직접 만든 냄비 받침, 코로나 시대 필수품인 마스크 묶음과 감기만 하면 머리를 까맣게 물들여 준다는 염색 샴푸부터 시작해 핑크색 히말라야 소금과 참기름 등 각양각색의 선물들이 가득 쌓였다. 선물에 번호를 매기고 번호표를 뽑았다. 장소를 빌려주신 분이 첫 번째로 번호를 뽑았다. 그러나 본인이 가져온 선물을 뽑아 모두 박장대소를 했다. 자기 선물을 뽑으면 다시 뽑는 걸로 하고 그렇게 16개의 선물이 각자의 주인을 찾아갔다. 선물들에 담긴 각각의 사연도 일일이 소개했다. 그중에는 먼 나라에서 온 선물의 사연도 있었고 에바 알머슨을 좋아하여 모은 소중한 선물과 손편지도 있었다. 선물에 얽힌 사연을 들을수록 서로를 향한 정성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선물 추첨이 끝나고 동그랗게 모여 앉아 양말목 공예로 컵받침을 만들었다. 서로 자기가 손수 만든 양말목을 들어 보이며 맘에 든다며 행복해한다. 깔깔거리며 수다인지 공예인지 잠시도 손과 입을 쉬지 않는 우리들. 각자 마음 안에 짓눌려있던 무게로부터 훨훨 해방이 된다.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마음속 이야기들을 나눴다. 사업이 부도날뻔한 아찔한 위기의 순간을 극복한 이야기를 들을 땐 토닥토닥 위로를 하고, 지금의 남편을 만나 프러포즈받았던 30년 전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할 땐 당시 프러포즈 음악을 함께 들으며 설레었다. 그렇게 각자의 인생에서 중요하거나 드라마틱했던 이야기들을 나누고 위로하며 서로에게 한 발짝 다가가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무탈한 하루를 보냈다면 아무 일 없이 무료했던 게 아니고 위기의 순간이 전부 나를 비껴갈 만큼 행운이 따랐던 것이다. 작고 수많은 불빛들 앞에서 나의 존재 또한 그렇게 미미하지만 오늘도 살아있음을 감각하는 일이, 모든 게 더없이 풍요로운 일상의 베네핏이 아닐까’ - 유퀴즈 137화 엔딩 -


  마을 교육을 하는 공동체로서 학생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희생된 10.29 참사에 깊은 애도를 표했다. 서로가 있음에 감사하고 봉사할 수 있는 몸과 정신의 건강, 그렇게 우리가 누리는 작은 것 하나하나의 의미를 새기는 워크숍의 밤이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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