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연(文然)의 고사성어 _ 44

난득호도(難得糊塗), 어리숙하게 보이기 어렵다.

청나라 화가 겸 서예가 판교(板橋) 정섭(鄭燮1693~1765)의 글에 나오는 성어다.
‘참으로 어려운 것(難得)은 어리숙하게 보이는 것(糊塗)’이란 말도 ‘자기의 재주를 숨기고 우둔하게 살아간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말이다.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사자성어라 한다.

시·서화에 모두 특색을 보여 삼절(三絶)이라 불인 그가 이 글을 쓰게 된 내력이 흥미롭다. 정섭이 산동(山東)지역에 부임한 뒤 거봉산(去峰山)이란 곳으로 유람을 갔다가 날이 저물어 산중의 한 집에 머물게 되었다. 어리숙하게 보이는 일면, 어딘지 모르게 유가의 티가 나는 주인은 스스로를 호도노인(糊塗老人)이라고 했다. 알고 보니 전직 관료였다.
주인이 큰 벼루를 내오며 뒤편에 글을 부탁하자 정섭은 노인의 칭호를 생각하여 ‘난득호도’라 썼다. 그리고 여백이 있어 “총명하기는 어렵고 어리석기는 더 어렵다. 총명한 사람이 어리석게 되기는 더 어렵다. 집착을 버리고 한 걸음 물러서는 순간 마음이 편해지며 뜻하지 않고 있노라면 후에 복으로 보답이 올 것이다”

모두가 잘난 혼란한 세상에서 뛰어난 재주를 드러내지 않고 살아가라는 이야기다. 능력을 넘어 욕심을 내다가 한꺼번에 잃는 일이 많으니 손해를 보는 어리숙한 바보가 나중에 이기게 되는 현명한 사람이다.

겉과 속이 다르고 쉽게 속내를 드러내지 않은 중국인들이 도광양회(韜光養晦)*로 실력을 감추고 때를 기다린 이유다. 하지만 재주를 다 감추었다고 세상에 나와 곳곳에서 분란을 일으키니 아직 실력이 까마득한 줄 모르는 모양이다.

*도광양회; 1980~90년대 덩샤오핑 시기 중국의 대외정책, 외교방책을 지칭하는 용어로 자신의 재능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린다는 뜻.

/문연 이화수(남이황금길소식 기자,전 장신대학교 자연치유 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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