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균 신부(대한성공회 청주산남교회)
오동균 신부(대한성공회 청주산남교회)

우리가 사는 시대의 정치는 부정적인 의미가 강했 다. ‘정치적’이라는 수식어는 권모술수를 동원해서 무 언가를 꾸미는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는 것이다. 그래 서 우리는 짐짓 정치에 대해 멀리하려는 심리를 가지 고 있다. 그러나 대중적으로 정치가 이렇게 불신 받고 있는 공간에 ‘욕 얻어먹을 각오’가 되어 있는 정치인들은 무한한 권력을 누리고 있다. 권력의 무한성은 대중들의 포기의 공간, 망각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혜택이다. 우리가 정치인들을 욕하는 사이에 그들은 그 욕을 재료로 무한한 권력을 창출해 내고 있는 것이다.

3월의 대통령 선거와 6월의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정치의 불신과 혐오를 심각하게 체감하고 있다. 해방 이후 대한민국의 정치는 오점으로 얼룩져있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정치에 대한 부정적 체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올바른 정치의 정의조차 쉽게 도출하기 어렵다. 그러는 사이에 우리는 독재와 폭력에 대한 저항의 역사 또한 가지고 있다. 세계에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시민들의 민주주의를 향한 투쟁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그 결과 민주정부를 만들어 내기까지 했다. 그러나 모든 혁신이나 혁명이 그러하듯이 기득권자들은 정치의 이름으로, 똑같은 민주주의의 절차적 정당성을 앞세워 반동적 정부를 세웠다. 민주적 진보와 그에 대한 반동으로서의 보수적 회귀 는 이제 우리 정치의 규칙이 되어가려는가! 왜 우리의 민주주의 역사는 새로운 시대로 전환되지 못하는가?

민주적 진보에 대한 보수의 반동이라는 일반적인 정치사적 용어조차 현실적 정치감각과 거리를 느끼게 한다. 이러한 용어를 쓰게될 때 깊은 자괴감에 사로 잡힌다. 그렇다. 우리시대의 정치는 깊은 자괴감에 빠져있는 것 같다. 그러나 한편으로 새로운 세대는 또 새로운 정치적 진보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는 역사의 법칙과 힘은 거부될 수 없는 진리임을 잊을 수 없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보여준 몇몇 소수의 사례들은 아직 우리가 희망을 놓지 않도록 빛나고 있다. 어둔 밤일수록 조그마한 빛이 더욱 강한 힘으로 방향을 가리키는 것이다.

정치는 시민들의 권리를 표시하는 기회이기도 하면서 그 권리를 확장하고 구체화하는 지속적 과정이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선거 한 번으로 우리의 기회를 써 버리고 만족하는 것으로 권리를 포기하는 정치를 반복하고 있다. ‘왜 민주화를 이룩하는데 앞장섰던 세대가 민주주의를 발전시키지 못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어떤 대답을 해야할까?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것은 정치가들이 하는 일이 아니라 민주적 권리를 자기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대중들의 몫이다. 정치가들은 대중들의 행복을 위한 권리를 계속해서 받들어야 먹고살수 있는 그야말로 ‘종복’으로서의 정치가로 길들여햐 하는데 대중이 그렇지 못해서 결국 지금의 도착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 도착적 정치의 폐해는 시민이 행복해야 한다는 정치적 제1원리를 무시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이것을 전복시켜야 한다. 시민은 행복해야하며 정치는 시민 개개인이 행복을 위한 권리를 확장하고 보장하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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