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봉욱 청주서원노인복지관 관장 (서원대학교 미래대학 사회복지학과 교수)
오봉욱 청주서원노인복지관 관장 (서원대학교 미래대학 사회복지학과 교수)

우리에게 ‘오월은 어떠한 시간을 주는가?’ 푸름이 가득한 5월은 ‘가정의 달’로 우리에게 익숙하다. 그래서인지 가족을 떠올리게 되고 실제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기도 한다. 그럼 5월에 있는 몇 가지의 법정기념일을 살펴보면서 생각해보고자 한다.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노동절)로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해 각국의 노동자들이 연대의식을 다지기 위한 법정기념일로 ‘근로기준법’에 따른 유급휴일이다. 우리 모두는 노동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다양한 산업현장에서 노동을 통해 경제성장과 복지적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선진국 대열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불가능한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눠 채용되고, 그 가운데 발생되는 노동현장의 차별은 깊어지면서 근로빈곤층이 생겨나고, 노동의 가치보다 영리의 가치가 높게 평가되면서 재해발생으로 죽어가는 근로자와 과로사로 지쳐가는 우리들의 모습, 시급노동의 이야기가 담긴 「임계장 이야기」, 지금도 묵묵히 가난의 늪에서 벗어나고자 땀방울과 목숨을 바쳐 일하는 우리들의 모습은 먼 미래보다 오늘과 내일을 예측할 수 없기에 지쳐간다. 노동시간을 줄이고 일자리를 창출하여 함께 안전하게 일하는 사회가 되길 꿈꾼다.

5월 5일은 어린이날로 올바르고 슬기로우며 씩씩하게 자라도록 어린이에 대한 애호사상을 앙양하기 위한 날이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를 말하면서도 성적이 떨어지면 예민해지는 부모의 모습 속에 우리 곁에 있는 아이들은 꿈을 키우면서 자라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은 부모를 어떻게 생각할까? 사랑을 주는 부모, 관심이 많은 부모, 잔소리하는 부모, 성적만 관심 갖는 부모 등 다양한 모습을 가진 부모와 함께 살아가는 아이들이 지쳐가는 모습을 볼 때면 어린이가 어린이답게 성장하는 것이 쉬운 게 아님을 알게 된다. 가정 내 아동학대, 성적 비관에 의해 고의적 죽음을 선택하는 중고등학생 뿐만 아니라 초등학생 아이들, 학교폭력과 집단 따돌림에 의해 학교생활을 싫어지는 아이들, 배우고 싶은 게 없어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때면 마음이 아프다. 어린이날에 식사를 하고 선물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경청해주었으면 한다.

5월 8일은 어버이날로 어버이의 은혜에 감사하며 어른과 노인을 공경하는 경로효친의 전통적 미덕을 기리는 기념일이다. 산업화와 도시화, 핵가족화 되어가면서 점점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었지만 역시나 부모님이 계셨기에 이 세상을 볼 수 있었고 나를 만들어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기에 그 감사함은 뭐라 표현할 수 없다. 실향민이신 아버지의 가난한 삶과 살아온 여정을 듣게 되면 겸손하게 되고 모든 어르신들을 부모님처럼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노인복지관의 관장을 맡는 동안 최선을 다해 함께 하고자 한다. 노인빈곤, 노인학대, 노인자살 등의 사회문제를 바라보면서 나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그리고 노인돌봄의 대상만으로 인식할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를 바라보고 공동체 활동에 주체가 되는 선배 시민으로서 함께 하고픈 마음에 오늘도 ‘선배시민 운동’을 이야기해보게 된다. 배부르지는 않더라도 배고프지 않을 권리가 우리 모두에게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외쳐야 하지 않을까 싶다.

5월 15일은 스승의 날로 교권 존중과 스승 공경의 사회적 풍토를 조성하여 교원의 사기 진작과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지정된 날이다. 스승의 날이 되면 나의 스승을 떠올려보게 되고 그 과정에서 존경하고픈 스승을 찾아보게 된다. 분명한 것은 나에게 많은 스승이 있었고 그것을 통해 배움도 받았다. 그러나 나는 스승이 되고픈 꿈은 꾸지 않았다. 왜일까? 기억하고픈 스승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대학교수가 되었을 때는 그런 스승은 되고 싶지 않아서 최선을 다 하게 되었고, ‘처음처럼’의 마음으로 제자와 함께 하고자 하였다. ‘제자가 없다면 스승이 없고, 스승이 없다면 제자도 없다.’ 그런 점에서 서로를 위하는 마음으로 함께 축하하는 자리, 격려하는 자리, 스승과 제자가 각자의 입장에서 입장바꿔 생각하며 서로를 존경하고 공경했으면 한다.

5월 18일은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로 1980년 5월 18일을 전후하여 광주(光州)와 전남(全南) 일원에서 신군부의 집권 음모를 규탄하고 민주주의의 실현을 요구하며 전개한 민중항쟁을 국가 차원에서 기념하는 날이다. 5·18 민주화운동은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국가에서 민주화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단체 및 사람들의 활발한 교류의 구심이 되어 다른 나라의 민주화에 기여하고 있으며, 민주주의를 위해 많은 시민들의 희생과 투쟁의 과정 속에서 생명을 잃기도 하였다. 그만큼 우리 모두에게 ‘민주주의’는 매우 중요하며 우리가 누리는 행복은 우리 모두의 관심과 노력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5월 21일은 부부의 날로 '5월에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뜻으로 부부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화목한 가정을 일구는데 의미가 있음을 보여주는 날로 가정의 핵심인 부부가 화목해야 청소년문제, 고령화문제 등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법정기념일이다. 서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는 진심으로 이야기를 나누지 않으면 서로를 알 수가 없다. 부부갈등과 이혼 등을 살펴보면 서로가 ‘소통’한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입장에서만 ‘소통’ 하려고 한다. 진짜 소통이 아닌 가짜 소통을 한다는 점이다. 지금 자신과 함께하는 배우자를 소중히 생각한다면 진심이 담긴 ‘소통’을 시작했으면 한다. 

'5월을 기억하자’ 사람은 관계 속에서 변화되고 삶의 가치를 알게 된다. 지금부터라도 우리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공동체 운동에 관심을 갖고 ‘생각당하기’ 보다 ‘생각하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여러분 모두 소중한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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