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화단에는 하얀 목련이 피어 고고한 자태를 뽐내더니, 뒤를 이어 영산홍이 화려함의 절정을 더하고 있다. 나도 뒤지지 않을 테야~ 일부러 가꾸지 않았는데도 민들레가 노랗게 꽃을 피워 눈길을 끈다.

김레아
김레아

 

봄의 중간에서 꽃들이 향연을 펼치는 곳을 우리 아기들은 서툰 걸음으로 매일 산책하러 간다. 예쁜 나비 같은 모습이 봄의 한가운데에서 방점을 찍는다.

콩콩거리며 뛰어가는 발뒤꿈치도 어쩌면 저렇게 예쁜지, 나는 아이들을 돌보는 직업을 가진 것에 내가 믿는 신께 날마다 감사한다.

상추에 물 주기
상추에 물 주기

 

며칠 전에는 아이들과 토마토 묘목과 상추 몇 그루를 심었다. 아이들과 아침마다 물조리개를 들고 나가서 물을 준다. 어떤 때는 너도나도 물을 너무 많이 주어 과한 습도를 염려할 정도다. 아이들이 나오지 않는 주말을 지난 월요일은 토마토와 상추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모습이 아이들의 손길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심지어 식물조차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되는 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아침마다 엄마 손을 잡고 등원하는 아이도 있고 어린이집 통학버스를 이용해서 등원하는 아이도 있다.

이제는 어린이 보호 차량이 모두 노란색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거리에서 노란색의 차를 흔히 보게 된다. 어린이 보호 차량에는 교사가 동승하여 아이들의 등·하원을 지도하고 있다. 아이를 태워서 안전벨트를 메주고, 안전하게 출발하려면 시간이 조금 지체되기도 한다. 좁은 골목길일 때 어쩔 수 없이 뒤차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직접 운전해야 하는 필자는 뒤차가 신경 쓰여서 조바심이 난다.

어떤 운전자는 빵빵 경적을 울리는가 하면 어떤 운전자는 차창을 열고 차 빨리 빼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운전자 교육을 받으러 가서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본 적이 있다. 아이를 태우고 가는 어린이 보호 차량을 추월하지도 않지만, 비상등이 켜진 어린이 보호 차량의 반대 차선의 차들도 모두 멈추어 서서 아이의 안전한 하차를 기다려 주는 것을 신기한 듯 보았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에 들어 있 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경제 수준이 올라가는 만큼 약한 자를 배려하는 문화적 수준도 올라가면 좋 겠다고 생각했다.

옛 어른들이 아이를 돌볼래, 밭에 나가서 일할래, 하면 밭에 나가 일하겠다고 하는 말이 있다. 아이 돌보는 일이 그만큼 어렵다고 하는 말의 반증일 것이다.

배려하고 베푸는 것이 많은 것을 갖고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남의 좋은 모습을 보는 것, 환하게 웃어 주는 것, 사랑스럽게 말하는 것, 고개 숙여 인사는 하는 것 모두가 우리 몸이 값 없이 할 수 있는 배려이고 베풂이다.

우리 아이들이 등·하원 할 때 잠시 기다려 주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큰 배려이다. 배려 받으며 자란 아이들은 사회에 건강한 갚음을 할 것이다.

/최미경(산남계룡 리슈빌 어린이집 원장)
/최미경(산남계룡 리슈빌 어린이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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