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있는데 전화가 왔다.

전에 관장하다가 다른 일을 하는 지인이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근황을 물으며 인사하다가 지인이 조심스럽게 청이 있다고 한다.

지인이 근무하는 곳은 남편으로부터 폭력을 당하고 집을 나온 이주여성을 돌보는 곳이라고 한다. 아이들도 같이 나왔는데 팬티도 입지 못하고 행색이 남루해 도움을 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예산이 넉넉지 않아 옷을 사줄 수 없는 형편, 그래서 아이들 나이와 신체 성별을 가르쳐 주며 ‘옷을 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전화를 준 것이다.

일단 관장들 단톡방에서 사정을 말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관장들은 즉시 각자의 도서관 밴드에 올리거나 지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짧은 기간에 많은 옷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필요하다 싶은 것들을 자발적으로 모아 기증했다. 어떤 분들은 내 자식에게 입히듯이 깨끗이 빨아 손질하여 보냈는데 너무 옷들도 예쁘고 마음들이 따뜻하여 아직은 살만한 세상에 있다는 것이 기분이 좋아졌다. 나도 지인들에게 전화하거나 말로 전했는데 모두 흔쾌히 한 보따리씩 가져와서 놓고 가기도 하고 전해 받기도 하였다. 

 

가끔은 사람들이 이기적이고 나 몰라라 하는 것에 화도 나기도 하였는데 이번처럼 관장들이 한마음 한 뜻으로 도움을 주니 감동했다. 나한테 전화 한 지인도 몹시 흡족하여 시간 있을 때 전화하라고 한다. 커피라도 사겠다고 말이다.

우리는 아주 작은 일에 동참했지만, 기분은 최고였다. 그 아이들이 옷들을 잘 입고 잘 자랐으면 좋겠다. 그리고 산남동 관장들의 예쁜 마음씨와 동참한 주민들 모두가 민들레 홀씨가 바람에 날아가듯 이 세상에 퍼져 세상이 따뜻한 마음으로 퍼져 나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구진숙 산남 대원1차 두꺼비작은도서관장
구진숙 산남 대원1차 두꺼비작은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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