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균 신부
오동균 신부

마을공동체를 이루는 목적과 동기에는 여러 가지 사정이 존재한다. 마을의 공동 이익을 위해 정부 지원을 받는 공동체도 있고 마을의 구성원들이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공동체를 구성하는 소위 ‘코뮨’식 공동체도 존재할 수 있다. 우리 산남동 마을공동체는 무엇을 위해 공동체가 만들어져야 할까? 우리 마을은 아파트 주거지와 상가, 주택, 그리고 법원, 검찰청, 교육청 등 관청과 주변 사무실 지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산남오너즈를 중심으로 상가공동체 활동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아파트 주민들의 주민활동공동체도 존재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구룡산을 터전으로 삼고 원흥이 방죽을 모태로 하는 양서류생태공원과 이를 둘러싼 주민공동체 활동이 산남동 마을공동체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 19로 2년 동안 우리가 ‘거리두기’와 ‘비대면,’ ‘언택트’를 생활화하는 중에 마을공동체의 활동도 위축되었다. 코로나 시기 동안 마을공동체도 여러 가지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상가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학교와 아파트, 작은도 서관, 행복교육공동체 등도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 학교에 가지 못하는 날이 많아지고 학교의 돌봄시스템 부재로 인한 공백이 커졌다. 더구나 최근 코로나의 확산이 보편화되면서 코로나를 앓고 있는 사람들이 누구에게 돌봄을 받아야 하는지, 또 가족 중 코로나 확진자가 격리됨으로써 겪게 되는 가족들의 부수적 피해에 대한 돌봄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마을공동체에서 아픈 사람들 돌보는 시스템에 대한 필요가 더욱 절실하게 느껴지게 되었다.

아픈 사람을 돌보는 것은 의료체계에서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사실 병원이나 약국 등 의료체계에 접근하기 전, 그리고 그 후에도 아픈 사람은 돌봄을 받아야 하고 또 그 사람이 아픔으로 인해 생기는 가족들의 새로운 문제가 심각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고령의 노인 부부만 사는 가족에게 한쪽이 아프게 되면 배우자 혼자 처리 해야 할 일들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또 정신적 정서적으로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할 경우 그들을 돕는 가족들은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게 된다. 마을공동체라면 이러한 아픔이 얼마나 또 어떤 양상으로 존재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인간에게 타인의 아픔이나 괴로움에 마음이 움직여 그 고통을 덜어주고 싶어하는 느낌이나 감정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타적 감정을 꺼내고 그것을 실천에 옮기기까지는 쉽지 않은 장애가 존재한다. 이러한 감정을 동정심, 측은함, 자선 등을 통해 실천에 옮기지만 이것을 가장 고양된 인격으로 끌어올려 실천하는 것을 ‘컴패션’이라는 영어에서 찾아본다. 우리말로 ‘대자대비’· ‘사랑’이란 말에 포함되는 것이지만 그것이 타인의 아픔을 향해 실천으로 옮겨지는 과정을 모두 나타내는 말을 찾기 어렵다. 종교적인 용어이기도 한 ‘컴패션’이란 말은 마을공동체에서 서로의 아픔을 돌보고 부수적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용어에 꼭 맞는 말이다. 

우리 산남동 마을공동체에서 ‘컴패션 공동체’를 이룩해서 타인의 고통에 함께 아픔을 느끼며 그들을 돕는 자조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이러한 마을공동체 활동을 돕는 사례는 많을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로 우리나라에서도 행해지는 ‘타임뱅크’라는 봉사공동체활동을 들고 싶다.

 

1980년대 에드거 칸이라는 인권변호사가 심장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자 환자로서 주변의 병수발을 받게만 되는 자신에게 무력감과 부채감을 느끼고 환자인 자신도 남을 위해 무엇을 했어야만 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으로부터 시작된 운동이다. 그가 쓴 (구 미요한선교센터 역, 아르케, 2004)는 마을공동체에서 이웃끼리 서로를 돕는 모델을 제시한다. 누구든 자신이 지역사회에 필요한 존재라는 인식을 가지게 하는 것이 이 모델의 목표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이것을 처음으로 도입한 예는 성공회 구미요한선교센터에서 시작한 ‘사랑고리’운동이다. 지금은 그곳의 활동을 경험으로 ‘사단법인 타임뱅크 코리아’가 전국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장기간 코로나로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다. 그러나 잃어버린 그 고통이 우리의 자산이 될 수 있다. 마을 공동체가 ‘컴패션’ 정신에 따라 아픔을 돌보고 돌봄을 받는 작가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그 나름대로 봉사를 통해 공동체에 참여할 수 있는 공동체 활동을 실천에 옮길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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