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순찰대 최영자님 인터뷰

* 최영자님의 봉사 이력 2012년 맹꽁이생태문화관 도서관 봉사 시작 2012년 두꺼비&맹꽁이 생태공원 안내자 6기 2012년 충북환경교육활동가 콘테스트 환경교육 장려상 2013년 한국 전래놀이 지도사 2014년 두꺼비순찰대 2015년 오카리나 배움 기부 2017년 환경인형극 활동 2020년 두손모아행복봉사단 (지역봉사) 2021년 장애인 활동 지도사… 이외 다수 활동
* 최영자님의 봉사 이력 2012년 맹꽁이생태문화관 도서관 봉사 시작 2012년 두꺼비&맹꽁이 생태공원 안내자 6기 2012년 충북환경교육활동가 콘테스트 환경교육 장려상 2013년 한국 전래놀이 지도사 2014년 두꺼비순찰대 2015년 오카리나 배움 기부 2017년 환경인형극 활동 2020년 두손모아행복봉사단 (지역봉사) 2021년 장애인 활동 지도사… 이외 다수 활동

 

“방금 두꺼비 한 마리가 나왔다는 제보를 받았는데 구조해 주고 가도 될까요? 로드킬 당할까 봐 걱정이 돼서요. 정말 죄송합니다.” 최영자 씨는 본지와의 인터뷰 장소로 오는 도중 두꺼비가 나왔다는 연락을 받고 다시 방죽으로 향했다. 

최영자 씨(49세, 가경동)가 활동하고 있는 두꺼비순찰대는 산과 방죽을 오가며 산란하는 양서류들이 로드킬 등으로 죽지 않고 무사히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봉사 단체다. 그래서 두꺼비들이 산란을 위해 본격적으로 이동하는 2월 하순 무렵부터는 하루에도 몇 번씩 방죽을 오가며 구조한다. 특히 온도와 습도에 민감한 양서류의 특성상 비라 도 내리는 날이면 최영자씨는 몸도 마음도 바빠진다. 그녀가 왜 이토록 열심히 두꺼비순찰대 활동을 하게 되었을까? 그녀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아카시아 꽃잎 날리듯 길 위에 흩뿌려진 어린 생명

“처음 맹꽁이 생태문화관에서 도서관 봉사를 시작했 어요. 봉사하면서 우리 아이들 데리고 그곳에서 진행하는 생태체험 교육을 들었죠. 그러다 두꺼비생태공원에서 봉사하시는 선생님 한 분이 ‘두꺼비 한번 보고 갈래?’ 하셔서 보러 갔어요. 아카시아 꽃이 떨어지던 향기로운 계절이었지요. 그런데 가서 보니 꽃잎 사이사이 손톱만한 어린 두꺼비들이 도로 위에 무수히 깔려 죽어 있는 거예요. 꽃향기와 두꺼비 사체 비린내가 진동하던 가슴 아픈 장면이었어요. 애기 두꺼비나 우리 애들이나 마찬가지인데... 그냥 길가에 내놓은 거잖아요.”

그날 최영자 씨의 가슴이 요동쳤고 이후 두꺼비들을 외면할 수 없어 생태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두꺼비 생태문화관에서 ‘두모’(두꺼비를 사랑하는 모임) 양성 과정 수업을 들으며 양서류와 환경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채워나갔고, 그것이 두꺼비순찰대 활동을 시작할 수 있는 발돋움이 되었다.

“맹꽁이, 두꺼비 생태문화관에서 아이들과 놀면서 배우고 가르쳤어요. 선생님 소리를 듣게 해 주었으니 되려 제가 고맙죠.” 저도 모르게 좋은 옷이 입혀진 환경이었다며, 아이들하고 같이 성장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최영자씨가 청소년들에게 두꺼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영자씨가 청소년들에게 두꺼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리 가족은 두꺼비순찰대

“어느 해엔가 하루 80여 마리의 두꺼비가 내려온 적이 있어요. 그렇게 두꺼비들이 막 내려올 때는 길을 건너다 자동차에 깔려 죽을까 봐 화장실에도 못가고 구조해요. 산란하려고 산에서 기를 쓰고 내려오는데 떼죽음 당할까 봐 자리를 못 떠나겠더라구요. 다른 분들은 괜찮다고 안 죽는다고 하지만 전 가슴이 조마조마해요. 수로에 빠져 오도 가도 못하는 두꺼비들과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를 아슬아슬하게 건너는 두꺼비들을 구조하고 나면 꼭 얘기해줍니다. 내년에도 꼭 내 눈에 띄라고…”

처음엔 가족들의 반발이 심했다고 했다. 엄마가 봄이면 두꺼비, 개구리 구한다고 집에 없는 데다 자칫하면 다칠 수 있는 일이니 그럴 만도 하다. “어느 날 두꺼비들을 기록하기 위해 사진을 찍어줄 사람이 없어 남편에게 같이 가자고 했어요. 그날 남편과 암수 두꺼비 한 쌍을 구했는데, 그날 저녁 남편이 그러더라고요. ‘내가 두꺼비 6천 마리를 구한 거야?’ 보통 암컷 한 마리의 뱃속에 2천~8천 개의 알이 들어 있거든요.” 그날 이후 남편은 최영자님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었고 이제는 세 아이들도 함께 두꺼비를 구하러 다니는 가족 두꺼비순찰대가 되었다고 한다. 

3년 동안 같이 살았던 아들 같은 둘째 조카의 결혼식날 통영 한산대첩전망대에서 남편 이동민(55세) , 큰아들 이민영(25세) , 큰딸 이지영(21세), 막내딸 이지민(18세)
3년 동안 같이 살았던 아들 같은 둘째 조카의 결혼식날 통영 한산대첩전망대에서 남편 이동민(55세) , 큰아들 이민영(25세) , 큰딸 이지영(21세), 막내딸 이지민(18세)

 

두꺼비를 살리기 위한 구룡산 살리기 운동

도시공원 해제를 앞두고 2019년에 주민들이 중심이 되어 구룡산 살리기 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났다. 맹꽁이, 두꺼비는 물론이고 구룡산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천연기념물을 비롯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동식물들이 존폐위기에 놓였다. 최영자 씨는 여린 생명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구룡산 개발 반대를 위한 서명을 열심히 받으러 다녔다.

“구룡산이 내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럼 지켜줄 수 있을 텐데 너무 안타까웠죠. 그땐 그냥 생명을 살리고 싶은 마음, 그것밖에 없었어요. 뭐가 더 필요하겠어요. 당연히 지켜야 되는 거잖아요.” 그 녀의 담백한 말에 가슴이 일렁였다.

 

환경시민 1호

자연과 생명을 살리기 위해 구룡산 살리기 운동에 참여했던 두꺼비친구들은 그해 청주시로부터 두꺼비 생태공원의 위탁이 취소되었다. 두꺼비친구들은 그간 두꺼비생태공원을 주민들을 위한 공원으로, 양서류들의 산란지로, 장애인과 취약계층 어르신들과의 상생의 장소로 운영하며 대외적으로는 청주시를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환경도시로 만들어 온 환경전문단체다. 위탁이 취소된 2020년 이후로도 두꺼비친구들은 양서류와 환경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최영자씨는 그 두꺼비친구들로부터 환경시민 1호로 선정 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왜 내가 됐는지 모르겠더라고요. 다른 훌륭한 분들이 많은데... 전 환경 생각하고 열심히 한 것 밖에 없는데, 제가 환경시민 1호로 선정이 되어 지금도 어리둥절해요.” 수다 떠는 시간보다 그저 맹꽁이, 두꺼비를 구하고 남을 위해 봉사하는 시간이 좋았다는 최영자씨는 자신이 하는 일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가 하는 일은 생명을 살리는 귀한 일이다. 누구나 할 수는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 그것이 그녀가 환 경시민 1호가 된 이유이리라.

비 오는 날 두꺼비를 습지에 방사하고 있는 최영자님
비 오는 날 두꺼비를 습지에 방사하고 있는 최영자님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두꺼비들의 원활한 이동을 위해 연석(차도와 인도 또는 차도와 가로수 사이의 경계가 되는 돌)을 낮추는 게 효과가 있는지 물었다. 물론 연석을 낮추면 스스로 올라갈 수 있지만 로드킬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큰 두꺼비가 도로를 건너는 걸 보면 듬성듬성 잘 건너요. 그들도 위험하다는 걸 아는지 몇 초면 건너더라고요. 두꺼비, 개구리가 지나다니는 계절은 이른 봄부터 여 름까지예요. 그중 특히 비 오는 날 운전할 때는 도로를 잘 살피고 그들이 보이면 잠시 깜빡이를 켜고 기다려 주세요.” 양서류가 지나다니는 도로 근처에 현수막을 걸어 안내를 하고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아 운전자들의 주의 운전이 꼭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상당산성 습지에 가면 개구리 알들을 아이들이 다 퍼가서 걱정이에요.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는 건 좋지만 개구리 알을 휘저어 놓으면 훼손되어 부화되지 않으니 안타깝죠. 아이들이 개구리 알을 통에 담아 가면 가져간 알도 남아있는 알도 다 죽거든요. 개구리 알을 만지게 하는 것보다, 함부로 만지면 생명이 죽게 된다는 걸 알려주는 게 더 중요해요.”

최영자 씨는 두꺼비뿐만 아니라 어려운 이웃을 위한 봉사에도 누구보다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세상을 위해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최영자 씨. 인터뷰 내내 별로 한 일도 없는데 부끄럽다고 말하는 최영자 씨를 보며, 자연의 최대의 적은 인간이지만 구원의 손길을 준 이 또한 인간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작은 존재의 소중함을 아는 두꺼비순찰대원 최영자 씨. 오늘 인터뷰가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것 같다.

박선주 마을기자
박선주 마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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