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인생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졸업을 경험하게 된다. 여기서는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등의 학력에 의한 졸업의 횟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졸업의 의미와 가치를 더 중요하게 보고 싶다. 그것은 생활주기에 따라 졸업하는 과정에서 사랑과 행복, 기쁨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미움과 불행, 증오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언론보도에 의한 사건사고를 접하면서 매 순간 지쳐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

어머니의 뱃속에서 영양분을 먹고 자라면서 열 달을 살다가 졸업을 하고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 외치는 아이의 울음소리는 아이의 부모와 주변 사람들에게 생명의 소중함과 기쁨을 안겨준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 세상에서 잘 자라주기를 바라게 된다. 물론 저체중을 가진 미숙아로 태어난 나의 아기도 슬픔 뿐만 아니라 탄생의 기쁨도 주었다. 나의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물론 인큐베이터 속에서 자라나는 아기를 보거나 병원을 오가면서 치료를 받아야 할 때는 눈물 속에 시간을 보냈지만 나에게는 소중한 선물이다. 그러나 어머니의 뱃속에서 자라나 세상 밖으로 나오기 위해 졸업한 아기들이 부모의 사랑을 받지도 못한 채 차가운 거리 위에 버려졌다는 소식을 접하면 마음이 아프다. 아기를 돌보는 것이 어렵다면 포기하지 말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해보면 어떨까? 그 아기가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경험도 쌓지 못하게 만든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개인에게만 그 책임을 묻지 말고 사회가 바라봐야 할 때이다. 어머니의 뱃속에서 졸업하고 나온 아기는 우리 모두의 소중한 아이이기 때문이다.

한걸음 한걸음 걸어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거쳐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또래 아이들과 함께 나와 우리라는 집단생활을 경험하고, 놀이와 학습을 통해 꿈을 갖는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졸업 할 때 초등학교를 입학하면서 부모님과 헤어져 있는 시간이 길어져 잠시 두려움을 갖지만 그것도 잠시뿐, 친구들과 만남의 기쁨 속에 행복한 시간이 더 많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아이들이 꿈꾸는 세계 속에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그림을 그려가는 동안에, 부모와 선생님이 얼마나 응원하는가가 참 중요하다. 혹시 아이들의 꿈에 어른의 꿈을 주입하고 있다면 잠시 어른의 욕심을 내려놓으면 어떨까 싶다. 그 아이가 주체가 되어 꿈을 그려갈 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청소년기로 들어가면서 신체적 성장과 성적 성숙에 의한 변화를 경험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알아가고, 또래와 함께 놀이 시간보다 학업과 진로를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진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내고 졸업하면서 새롭게 도전하게 되는 사회 초년생의 생활 혹은 대학생활을 경험하게 되는 고등학교 졸업은 성인으로서의 삶을 주는 선물이 될 것이다. 그러나 부모로부터의 아동학대, 또래친구로부터 괴롭힘 등의 학교폭력을 경험한 아이들, 성적을 비관하여 자해를 경험한 아이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주위로부터 괴롭힘과 차별을 경험한 아이들과 부모들은 졸업이 주는 의미보다 그 순간을 벗어나고픈 마음이 더 가득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보고 듣고 경험하는 가정과 학교생활은 어떠한 곳인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가? 아이들에게 미래를 보여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215()은 서원대학교(총장 손석민)의 비대면 학위수여 등 졸업식이 진행되는 날이다. 대학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해도 비대면 혹은 소규모에 의한 오프라인 행사를 준비하였다. 대학에 입학하여 처음 수업을 수강했을 때부터 졸업하기 위한 마지막 시험을 끝내는 순간까지를 거슬러 보면 참 많은 경험을 쌓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교수와 제자동기와 선후배 간의 관계, 전공과 교양 등의 수업, 시험과 성적, 진로와 인성코칭, 비교과 프로그램에 의한 학교생활 등 나를 찾고 나를 성장시키는 여행이 저마다 다른 결과로 만들어 졌을 것이다. 자신의 전공과 연계하여 취업을 하거나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이들도 있고, 학업의 연장을 선택한 이들도 있다. 이들 모두가 졸업을 통해 과거와는 다른 생각과 실천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선물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졸업과 동시에 대학 학자금 상환과 창업에 의한 빚을 갚아야 되는 경제적 부담 속에 신용불량이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가진 이들도 있기에 이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만들어줄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

 

이처럼 일반적인 졸업도 있지만 누구보다 값진 인생을 살아가고자 검정고시를 도전하고 노인대학을 통해 값진 배움의 길을 걸어가는 이들에게도 졸업도 있듯이 졸업이 모든 것이 끝나는 게 아닌 이것을 기점으로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는 시발점이 되기도 한다. , 졸업은 무엇인가의 마무리이면서 또 다른 인생을 살기 위한 선물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졸업이 행복한 면과 그렇지 못한 면도 있기에 그 개인에게만 부담을 주기 보다 우리 사회가 함께 논의하고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지지망과 지원망이 되었으면 한다. 그래야 우리의 삶이 끝나는 날 멋지게 인생의 졸업식을 마치지 않을까 싶다. 나의 삶이 졸업식을 갖게 될 때 조금이라도 의미가 있도록 오늘도 나의 삶을 바라본다.

삶의 과정 중 일부인 졸업을 하신 여러분 모두를 축하드리며, 존경합니다.

 

오봉욱 청주서원노인복지관 관장(서원대학교 미래대학 사회복지학과 교수)
오봉욱 청주서원노인복지관 관장(서원대학교 미래대학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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