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달에 비해 짧은 2월은 졸업식을 하면서 마무리 하는 달이다. 몇 년 동안 함께 웃고 뒹굴며 정든 아이들이 졸업하고 다른 곳으로 가게 된다.

그동안 많은 아이가 우리 어린이집을 졸업했다. 올해는 백일이 겨우 지나 엄마 품에 안겨 어린이집에 온 수현이가 며칠 후면 졸업을 해서 다른 곳으로 가게 된다. 아직 졸업식을 하지 않았는데도 벌써 서운하다. 2월이 짧은 것이 이별을 짧게 하는 것이 좋아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보행기 – 가운데 아기가 채수현
보행기 – 가운데 아기가 채수현
산남계룡리슈빌 어린이집 졸업사진: 앞줄 김다은, 윤별, 안세아 / 뒷줄 성지후, 조예서, 채수현, 박시환
산남계룡리슈빌 어린이집 졸업사진: 앞줄 김다은, 윤별, 안세아 / 뒷줄 성지후, 조예서, 채수현, 박시환

 

직장생활을 하는 부모를 둔 아이는 아침 일찍 등원하여 부모님이 퇴근해서 데려가기 때문에 담임선생님보다 어린이집에 더 오래 머물기도 한다.

혼자 앉지도 못하는 아이들을 보행기에 앉혀 놓고 ‘곰세마리’ 노래를 불러 주면 까르르 숨이 넘어가게 웃는다. 어린이집에서 옹알이하고 이유식을 하며 걸음마를 배웠다. 기저귀를 갈아 주고 분유를 먹여 주며 아파서 보챌 때는 안고 얼러주느라 선생님은 종일 바닥에 궁둥이 붙일 틈이 없었다. 걸음마를 배울 때는 한걸음 뛸 때마다 박수로 환호했다. 넘어질 듯 몇 발짝을 띄어 선생님 품에 안길 때 갖는 행복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

처음 변기에 쉬를 하던 날도 똑같았다. 수저질을 배울 때는 반은 흘리고 반은 겨우 입으로 들어갔지만, 이제는 밥알 한 톨 흘리지 않고 먹게 되었다. 아이들의 작은 변화와 성장에도 박수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수현이가 요즘 그림을 얼마나 잘 그리는지 어제는 공주 드레스에 보석이 블링블링하게 걸친 그림을 원장님이라며 그려주었다. 이렇게 예쁘게 성장한 아이들이 더 큰 세상을 향해 간다. 다른 곳에서 좋은 선생님과 좋은 친구들을 만나서 잘 자라야 할 텐데 괜히 앞서가서 걱정한다. 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행복했다.

작년에 졸업한 서윤이 어머니께서 얼마 전 문자를 보내왔다. 우리 서윤이, 원장님께서 너무 잘 키워 주셔서 큰 어린이집에 가서 너무 잘하고 있다며 고맙다고 거듭 인사를 하신다. 내가 키운 아이들이 잘 자라고 있는지 궁금하지만 이렇게 졸업 후에라도 소식을 전해주는 부모님이 계시면 정말 힘이 난다.

만나는 사람은 헤어짐이 정해져있고, 떠난 사람은 반드시 돌아온다는 ‘회자정리(會者定離), 거자필반(去 者必返)’이라는 말이 있다. 인생사 살아가는 것이 다그렇겠지만 만날 때는 모르던 것이, 헤어질 때가 되면 서운한 마음이 들어서 며칠은 힘이 든다.

졸업식은 며칠 남았지만, 오늘은 아이들과 졸업 가운을 입고 미리 사진을 찍었다.
손가락으로 브이를 하는 아이도 있고, 하트 모양을 하면서 김치 소리를 내며 미소 짓는 아이들도 있다.  선생님이 서운해 하건 말건 아이들은 신이 났다.

이 귀한 아이들을 사진에 담고 내 가슴에 담았다. 서른 즈음 젊은 나이에 어린이집을 시작했는데 올해로 25년 차가 되었다. 내 청춘을 다해 키운 아이들이 잘 자라서 이 나라에 귀한 동량(棟梁)이 되기를 소망한다.  

최미경(산남계룡 리슈빌어린이집 원장)
최미경(산남계룡 리슈빌어린이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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