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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일라이 클레어 / 출판사 현실 문화 / 출간일 2020. 4. 1
저자 일라이 클레어 / 출판사 현실 문화 / 출간일 2020. 4. 1

 

우리가 생각하는 정의로움은 대부분의 경우에 명확하고 확실하며, 단 하나일 수밖에 없는 모습을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정의 로움’ 아래 숨겨진 그늘이 드러날 때 우리는 종종 이를 불편하게 여기고 마치 그 작은 목소리들만 사라진다면 문제는 해결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착각하곤 한다.  하지만 그 불편한 진실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우리의 이상적인 환영은 오래가지 못한다. <망명과 자긍심> 의 저자 일라이 클레어는 우리 사회의 순진하고 매끄러운 믿음과 관습에 의문을 제기한다.

책에 달린 부제는 ‘교차하는 퀴어 장애 정치학’이다. 저자는 장애인이자 퀴어(성소수자)이며 아동 성폭력 생존자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각각의 정체성들이 따로 또 함께 사회와 맺는 관계를 고찰한다. 그가 펼치는 사유의 폭은 굉장히 광범위하다. 벌목이 초래 하는 환경 문제와 벌목을 하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한 미국의 노동 계급 문제가 함께 등장하고, 혐오 범죄의 대상이 되는 환경 운동가들의 현실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기업이 아닌 벌목 노동자들이 악마처럼 묘사되는 현실을 비판한다. 일라이 클레어가 제시하는 문제들은 평소 선과 악으로 쉽게 분류했던 관계들을 혼란스럽게 뒤섞는다. 그는 이 애매모호함이 결국 근본적인 문제를 발견하고, 우리가 더 나은 사회로 가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간편한 답을 원하는 쪽은 언제나 이 세계가 어떤 방식으로 망가지던 개의치 않는 부와 권력을 가진 이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투쟁이 마땅히 향해야 할 곳을 가린 채 각 인종, 계급, 정체성 간의 싸움을 부추기고, 우리의 복잡한 사유와 연대를 방해한다.

일라이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삶과 이 세상의 모든 복잡다단함을 반영하는 정치를 건설하는 일은 선택할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라고.  그 정치를 건설하는 주체는 바로 우리이다. 어쩌면 나의 특권을 인식하고 애매모호함 속으로 나를 밀어 넣기를 거부하는 것은 우리가 가진 욕망들 중 하나일 수 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는 그 욕망을 적극적으로 부추기는 것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기꺼이 나를 복잡한 사유 속으로 던져보고자 한다면, 그것이 바로 변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우리의 더나은 내일로 돌아올 것이다. 이 책이 그 여정의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길 바란다.

 

/조서연(제1기 어린이·청소년기자,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재학)
/조서연(제1기 어린이·청소년기자,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재학)

 


※‘책밭’은 ‘생각이 자라나는 책 텃밭’을 말합니다. 마을의 청년·청소년들이 함께 읽고 싶은 책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좋은 책 정보를 나누고 싶은 청년·청소년들의 기고를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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