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봄부터 우리집 윗층 베란다 난간에 비둘기가 한두 마리 오기 시작하더니 일 년이 안 된 지금은 족히 20~30 마리가 떼를 지어 앞 동과 우리 동 사이에 무리를 이루며 우르르 우르르 몰려다닌다.

처음엔 비둘기들이 삼삼오오 앉아있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평화롭게 보이고 다정한 모습이 마치 행복한 집을 떠올리게 했는데, 작년 말부터는 개체 수가 늘어 위층에 다 못 앉으니 우리집 앞에도 많은 수의 비둘기들이 앉기 시작했다.

유독 추웠던 올 겨울에 양지바른 곳을 찾아다니나 싶었는데, 입춘 맞이 청소를 하려고 창문을 열어 본 순간 사태의 심각성을 발견하게 되었다.

난간은 비둘기들의 배설물이 쌓여있고 방충망은 유독 오염이 심한 데다 털이 군데군데 붙어있고, 냄새도 나고 창틀엔 고양이밥이 한 가득씩 쟁여져 있고(아마도 우리 집은 저층이어서 1층에 길고양이 밥자리가 있어 비둘기들이 그걸 노리고 모여들지 않았나 싶다. 고양이들은 나눠 먹고 싶지 않았을 텐데 뺏어 먹다니 좀 얄밉다. 난간의 벽돌이 부스러져 있었다.

비둘기가 물어다 놓아 창틀에 쌓인 고양이 밥
비둘기가 물어다 놓아 창틀에 쌓인 고양이 밥


빗자루로 쓸어보려 해도 아래층에 피해가 될까 봐 해보지도 못하고, 하는수 없이 관리실에 문의하니 퇴치제를 3개 준다. 비둘기가 엄청 싫어하는 물질을 사탕 모양으로 만든 건데 안방, 거실, 작은방 앞에 하나씩 매달아 놓았 다. 2주 정도는 효과가 있었지만 그 후로는 바로 옆에 그냥 앉아 있었다. 문제는 이게 사람한테도 역해서 창문을 열어 놓을 수 없다는 거다. 그래서 여러 사람들한테 물어봤더니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었다. 특히 아파트는 베란다 실외기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기도 하고, 쌓인 배설물이 굳어져 창문 개폐가 안 되기도하고, 사체가 있는 경우도 있어서 난간에 비둘기가 앉지 못하게 뾰족뾰족한 철책을 세우거나 초록망을 씌우거나 업체에 의뢰하는 등 다양한 사연들이 있었다. 

자비로 설치한 비둘기망 - 동남지구 22층
자비로 설치한 비둘기망 - 동남지구 22층

 

그래서 인터넷 포털을 좀 찾아봤다.
‘언제부터 비둘기가 많아졌을까? 그리고 왜 달갑지 않은 새가 되었을까?’ 환경부는 2009년 집비둘기를 유해 조수로 지정했다. 또한 도시의 미관을 해치며 산성이 강한 배설물은 건물이나 유적지에 피해를 주고 있다.

예전에 영국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에 갈 때는 비둘기 똥에 맞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주의와 넬슨제독 동상이 비둘기 배설물로 뒤덮여 있다고 들은 적이 있는데, 오늘날 런던의 리젠츠 파크에서는 비둘기떼 자동감지 드론을 쓰고, 스위스 로잔에 있는 어느 실험실에서는 AI를 이용한 비둘기 퇴치 무인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코로나팬데믹 3년차인 지금 질병에 대해 특히 호흡기 질병에 더 민감한 현대사회에서 비둘기는 더욱 달갑지 않은 존재가 된 것이다. 수도권에만 약 50만 마리가 있다고 추정하는데 전국적으로 얼마나 많을까?

나만 비둘기 퇴치법...공동의 관심사로
우리집 난간에 앉은 비둘기는 처음에는 창문만 열면 날아갔는데, 그 다음에는 방충망 까지, 또 그다음에는 막대기로 소리를 내야 날아간다. 몇 달을 씨름하다가 이번 명절에 들어온 한우 포장재를 활용하여 난간에 퇴치물을 설치해보기로 했다. 은박지가 들어간 보냉 포장재를 난간 사이즈로 잘라 이어붙여서 낚시줄을 이용해 난간 창살에 고정을 했더니 빛이 반사도 되고 푹신푹신해서 앉을 수가 없는 구조가 되니 한 마리도 못 오게 되었다.

 

문제는 우리집 비둘기가 아래층으로 옮겨 가는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위층, 아래층 이웃에게도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공동주택에 사는 한, 우리는 ‘나’ 하나만 해결된다고 끝나는 게아니다.

어쨌든 사람이 필요해서 들여온 야생동물인데, 유해하다고 함부로 잡을 수도 없고 현명한 공존방법은 없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 클라라의 알뜰 Tip
: 명절에 들어온 포장재 활용하여 야채 보관함 만들기
고구마와 감자, 양파는 10 도 정도의 서늘한 곳에 보관 하는 것이 좋은데 보통 냉장실 의 온도가 4도 정도 되니 적합치 않고 많은 양을 넣을 공간도 없다. 사과나 배의 낱개 포장지로 한개씩 싸서 부직포 가방에 넣어서 베란다에 보관하면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 되어 싹도 나지 않고, 검정색이니 직사 광선도 차단되고, 혹시 하나가 썩더라도 개별포장이 되어서 옆에 것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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