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아내는 어여쁜 딸아이를 출산했다. 결혼 전부터 가졌던 ‘딸 바보’아빠의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첫째가 아들이기에 기쁨은 더 컸다. 이제 두 아이와 함께 지낸 지 70여 일이 지나고 있다. 우리 부부의 삶은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일상의 모든 것들이 신생아를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둘째 아이가 태어나니, 육아의 난이도는 첫째 아이만 있을 때보다 배 이상 어려워졌다. 첫째 아이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처럼 다시 갓난아이로 돌아간 것 같다. 평소에 안아 달라고 하지 않던 아이가 아빠만 보면 안아 달라고 조르고, 젖병도 다시 물려고 한다.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지만 막상 겪어 보니 약한 체력이 원망스럽다.

아내 혼자서 두 아이를 돌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만, 아내는 잘 해내고 있다. 아내는 아침에 일어나서 첫째 아이에게 밥을, 둘째 아이에게 분유를 먹인다. 그 후 부부가 밥을 먹고 나는 출근을 한다. 내가 없는 동안 아내는 두 아이를 돌본다. 며칠 전까지 산후관리사님이 계셔서 큰 도움이 되었는데, 이제 아내 혼자서 헤쳐나가야 한다. 나는 퇴근 후엔 첫째 아이가 잠들기 전까지 육아를 한다. 그동안 아내는 밀린 집안일을 한다. 부부가 함께 육아를 할 때는 힘이 나고 좀여유도 생기지만, 혼자서 하는 육아는 말 그대로 끔찍하다. 화장실 가는 것도 허락되지 않으니 말이다.

육아는 돈도 들지만, 노동이 필수다. 때문에 육아휴직의 필요성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기 위한 휴직(육아휴직) 또는 근로시간의 단축을 보장하고 있고, 사용자가 육아휴직을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실은 사뭇 다르다. 통계청 『출산 및 육아휴직 현황』에 따르면, 육아휴직을 이용하는 남성 근로자 수는 매년 증가하곤 있지만, 19년 기준으로 볼 때 21.2%의 남성 근로자만이 이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5명 중 4명의 아내는 ‘독박육아’를 하거나 다른 친족 또는 기관의 도움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도 육아휴직제도 개선책이 각 후보의 공약으로 제시되고 있다. A후보는 ‘출산휴가·육아휴직 자동등록제및 육아휴직 급여의 소득대체율의 점진적 인상’을, B후보는 ‘육아휴직기간 연장 및 근로시간 단축청구권의 실질화’를 공약했다. 두 후보가 제시한 공약이 모두 실현되기를 바라며, 더불어 육아휴직을 활용할 수 없는 직업군의 사람들도 형평에 맞는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제도가 시행되길 바란다.

한편, 주요 유럽 국가들은 사업주가 육아휴직을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 근로자 구제 및배상 등 근로자 보호방안을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아일랜드의 경우 최대 2년 치 보수에 해당하는 금액을 배상액으로 지급하도록 하고 있으며, 노르웨이, 스웨덴의 경우도 배상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조선시대 세종대왕은 관비(관청에서 일하는 여자 노비)에게 주어진 산후 휴가를 7일에서 100일로 늘렸고, 그 남편에게도 1개월의 출산휴가를 주는 제도를 시행했다. 이처럼 우리 조상은 다른 선진국들보다 먼저 출산휴가를 시행하였지만, 현행 우리의 제도는 보완할 부분이 아직 많다. 이번 대통령 선거를 통해 육아휴가의 내실화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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