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날씨이지만 햇살이 너무 좋은 토요일 아침. 마을활동가 6명이 두꺼비마을신문 입구에 모여 보은에 있는 공방으로 체험을 위해 나섰다.


7명이 탈 수 있는 차 한 대로 움직이는 것이 효율적이어서 조현국 편집장이 운전대를 맡아 우리들의 길잡이가 되었다.


아침 10시쯤 출발하여 보은의 선병우 고가주택에 들렸다. 고가 주택을 둘러보며 옛 사극에나 나옴직한 목소리로 “이리 오너라”도 해보면서 넓은 고택의 모습에 흠뻑 빠져보았다. 특히 고가주택 대청마루 앞에 걸어 둔 곶감은 하나 따 먹고 싶을 만큼 우리의 시선을 집중시켰지만 보는 것이 더 아름다울 것 같아 침만 꼴깍 삼키고 그곳에서 일찍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식사를 판매함). 식사의 모든 책임은 김동수 이사장님의 몫으로 돌리고 능이백숙과 도토리묵, 빈대떡 등을 시켜 고택의 방에서 먹으니 음식은 정갈하고 맛있었다. 고택의 풍경은 자연과 벗이 되게 함으로써 욕심을 버리게 하는 것 같았다.
음식을 먹으며 “오늘 힐링 제대로 한다” 며 그 순간만큼은 집을 떠나온 것에 모두들 만족해 하였다.

 

이른 점심식사 후 그곳 근처를 둘러보았다. 시골의 고즈넉한 정취가 흠씬 다가 왔다. 감나무 꼭대기에 남겨 둔 까치밥이라고 하는 감마저도 동양화의 화폭에 담길 만큼 자연스러운 자태를 뽐내듯 하는 모습을 가슴에 묻어두고 처음의 목적지인 보은의 운봉서각원으로 가니 12시 30분이었다. 30분 정도 시간이 남아 서각원 주변 마을을 둘러보고 있는데 어떤 분이 내려오더니 서각원을 찾아 왔느냐고 하면서 ‘운봉’이 바로 본인이라고 소개를 한다. 약속 시간보다 이르게 서각원을 들어 서니 묵향과 나무 냄새가 코에 닿는다.  안에서 본 작품은 너무 멋있고 훌륭해서 일행의 시선을 감탄으로 바꾸어 놓았다.
병풍으로 만들어 놓은 세계지도는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아 좋았고 팔만대장경 목판과 같은 목판을 볼 수 있어 눈이 황홀해졌다. 작품 하나하나가 혼이 들어가 있었고 우리가 범접할 수 없는 세계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었지만 운봉 장인이 들려주는 훈민 정음 혜례본에 대한 설명은 내 귀를 사로 잡았다. 우리의 발음소리가 어떤 발음이 정확한 것인지 궁금하던 차에 훈민정음 해례본에 대한 설명을 통해 알 수 있었기에 나는 이것 하나만 알아가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같이 있는 사람들에게 기쁨의 목소리로 말하였다.

 

훈민정음 책자를 선물로 받은 후 전등 만드는 방법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만들고 싶은 자리에서 준비해 준 재료로 각자 좋아하는 글귀나 그림으로 한지에 찍어 전등을 만드니 아주 고풍스러운 전등이 만들어졌다. 전등을 다 만들고 나자 운봉 장인은 우리들의 열의에 감동을 받아 탁본하는 것, 나무에 조각하는 것 등을 직접 시범해 보이면서 많은 것을 체험하게 하였다. 그 모습이 너무 선해 보여서 우리들도 신나게 따라 하면서 오늘 이곳에 온 것을 대만족이라고 이구동성 외쳤다. 참 많은 것을 경험하였고 서각원의 여러 가지 작품을 볼 수 있었지만 운봉장인의 솜씨를 아들과 딸이 전수 받아 명맥을 이어간다는 것이 더 훌륭하게 느껴졌다.

운봉(雲峰) 박영덕 선생(좌)과 필자(우). 운봉 선생은 보은군 장안면에 사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각자(刻字) 장인이다.
운봉(雲峰) 박영덕 선생(좌)과 필자(우). 운봉 선생은 보은군 장안면에 사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각자(刻字) 장인이다.

 

시간이 되어 아쉽지만 서각원을 뒤로 하고 집으로 오면서 미동산 수목원을 들렸다. 수목원 겨울의 풍취를 느끼고 있는데 일행들은 자연을 보면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지 새로운 계획을 말로 주고받는다. 눈에 띄는 것들을 ‘다음 학습 계획 으로 세울 비장의 무기로 하는 이 사람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며 배운 것이 많은 뿌듯함으로 집으로 가는 길이 행복하였다.


                                                                                              /구진숙 마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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