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하던 잎을 다 떨군 나무는 앙상하게 가지만 남아 있다. 올해 달력의 날짜는 며칠 남아 있지 않은데 송년의 기분은 나지 않고 앙상한 나뭇가지만큼이나 마음은 썰렁하다.


위드 코로나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12월 들어서 2주간 어린이집에는 외부인 출입금지 행정 명령이 내려졌다. 학부모님의 출입도 제한되고, 외부 강사가 와서 하는 특별활동도 모두 멈추었다. 어린이집 교사들은 PCR(Polymerase Chain Reaction) 전수 조사를 받았다.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 가는 워드 코로나를 할 때는 조금만 더 기다리면 좋아지겠지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이달 들어 갑자기 코로나 확진자가 많아지면서 우리의 일상 회복의 날은 더 묘연 해졌다. 하지만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오더라도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명언처럼 우리의 일을 묵묵히 하다 보면 코로나가 끝나는 날이 오겠지!


어린이집에서 아이들과 시장 놀이를 했다. 유대인들은 밥상머리에서 경제 교육을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입시 위주의 교육을 하다 보니 경제 교육은 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아나바다 형식의 시장 놀이였다. 집에서 가지고 놀지 않는 장난감, 옷, 책 갖가지 나눌 수 있는 것을 미리 받았다.


아이들에게 진짜 돈을 가져와서 물건을 사보도록 해보았다. 시장 놀이를 하는 날 아침에는 아이들이 들떠 있다. 시장 놀이에서 생기는 수익금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하자고 아이들과 미리 약속을 했다. 아이들이 대형마트나 백화점을 주로 다니다 보니 시장에 가서 물건을 살 일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야채 가게, 옷가게, 분식점, 슈퍼마켓, 문구점, 아름다운 가게 (아나바다), 이렇게 6개의 상점을 열고 장사를 시작했다. 먼저 아이들에게 가게 주인에게 인사를 하는 법과 요즘 많이 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며 물건의 값을 치르고 잔돈을 거슬러 받는 것까지 가르쳐 주었다. 엄마가 좋아할 것 같다며 호박을 사는 아이, 문구점에서 좋아하는 장난감을 사는 아이, 나눠 주려고 내놓은 자기 물건을 도로 사 가져 가는 아이들도 있었다. 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있었던 곳은 단연 분식점이었다. 꼬마 김밥과 꼬불이 어묵, 요구르트는 아이들의 입맛을 제대로 저격했다. 맛있는 것도 사먹고 시장바구니 가득 집으로 들고 갈 것을 샀으니 아이들의 표정은 아주 흡족해 보인다. 아이들에게 경제 교육을 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돈이 어떻게 사용되는 것이 값있게 쓰이는 것인지 가르쳐 주고 싶었다.


굿네이버스에 성금 전달식을 하였다. 굿네이버스에서 어린이집으로 직접 오셔서 아이들에게 세상에는 어떤 어려운 친구들이 있는지, 우리가 보내는 돈이 어떻게 그 친구들을 돕게 될지에 대해 자세히 알려 주었다. 아직은 나눔이 뭔지 어려서 잘 이해되지는 않겠지만 서로 도우며 나누고 사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알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비록 적은 나눔이지만 누군가에는 간절한 금액일 수 도 있고 생명을 살리는 일에 쓰일 수 있다. 거리마다 울려 퍼지던 캐롤은 사라졌지만 어려운 이웃에게로 향하는 사랑은 사라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2022년 임인년에는 호랑이 같은 기운찬 한해가 되기를 바래 본다.

 

/최미경(산남계룡 리슈빌 어린이집 원장)
/최미경(산남계룡 리슈빌 어린이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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