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부터 우리 마을에서 단팥 빵을 만드는 일로 분주해졌다. 두꺼비살림에서 몇년째 해오고 있던 ‘1+1 기부’행사로 올해는 단팥빵을 해보자는 제안을 했다. 나도 오래전부터 내가 만드는 빵이 사람들에게 나누어지는 빵이 되기를 소망해왔다. 지금은 그레이스부엌에서 빵을 만들어 팔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식사빵으로 만들어진 종류의 빵을 잘 사먹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밀로 만들어 거칠고 투박한 빵은 더더욱 먹으려 하지 않는다. 결국 단빵이 우리 입맛에 맞는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오래 먹을 수 있는 빵이 아니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우리가 좋아하는 빵이 단팥빵이다. 다소 일본에서 온 느낌의 이 빵은 팥소를 넣은 빵이 부드럽고 촉촉해야 하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시중의 빵은 먹고 나면 속이 거북해지는 그무엇이 있다. 그냥 팥이 나와 맞지 않아서 그러려니 생각했지만 내가 직접 만들 어 먹어보니 생각했던 것과 달리 소화가 아주 잘 되는 것이었다. 이게 오래전 내가 어렸을 적에 먹던 단팥빵 맛이었는데! 그럼 시중에서 팔리는 단팥빵에 무언가 첨가된 것이 있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농가에서 생산된 우리밀 반죽을 천연발효 시켜서 하룻밤을 재운다. 그리고 거기에 청주시의 농촌에서 생산된 팥을 사다가 삶아서 설탕만으로 단팥소를 만들어 단팥빵을 만든다. 이 과정이 꼬박 사흘이 걸리는데 이렇게 해서 빵을 만들면 뭐가 남겠는가?


결국 제대로 만든 빵은 팔수가 없고 나누어주는 빵이 되어야겠구나! 이렇게 생각이 미치니 우리가 만든 단팥빵은 어려운 이웃에게 나누어주는 ‘복지빵’으로 만들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올해 두꺼비살림의 ‘1+1 기부’는 수곡동 지역의 홀몸어르신에게 나누어주는 단팥빵 으로 하게 되었다. 그레이스부엌에서 반죽과 단팥소를 만들면 마을사람들이 성형하고 굽는 일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미원의 산골마을 빵 작업실을 빌어서 450개의 빵을 만드는 일을 시작하기로 한 것 이다. 그런데 이 기부행사에 처음의 계획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기부가 모아졌다. 그래서 내친김에 이웃 성화동으로 확대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이름을 ‘사랑의 단팥빵’이라고 짓게 되었다.

                                               사랑의 단팥빵을 건네받은 산남동 경로당 어르신들
                                               사랑의 단팥빵을 건네받은 산남동 경로당 어르신들
                                                 사랑의 단팥빵을 선사받은 산남대원1차(좌), 산남 경로당(우) 어르신들
                                                 사랑의 단팥빵을 선사받은 산남대원1차(좌), 산남 경로당(우) 어르신들

 


이 소식을 들은 이 지역 이장섭 국회의원이 신한은행의 사회공헌기금과 연결 시켜 주어 신한은행으로부터 3천만원의 지원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 (사)두꺼비 친구들 이름으로 ‘사랑의 단팥빵’ 사업을 청주시 지역 10개동으로 확대하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혜원장애인복지관 빵작업실을 빌려 쓰게 되었고 마을사람들 10여명이 빵봉사팀으로 훈련을 받게 되었다. 청주지역 일부이지만 그곳에 사시는 홀몸 어르신들에게 단팥빵을 전달하면서 빵을 통해서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라는 정을 주고받게 되었다.


‘사랑의 단팥빵’은 생명을 연결시켜 주는 상징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빵은 함께 만드는 음식이다. 옛날부터 밀이 수확되면 가루로 빻기 위해서 풍차와 물레방아로 돌아가는 제분소가 필요했고 이것을 빵으로 구우려면 오븐이 필요했고 여러 사람이 오래 작업을 해야 빵이 얻어지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매일 매끼에 새로 하는 빵이 아니라 집단적으로 며칠 동안 먹을 빵을 생산하여 나누어 먹는 식량이 바로 빵이다. 빵을 주식으로 하는 문화는 이렇게 공동체적인 문화가 전제되어 있었다. 그러므로 우리가 나누는 빵은 우리가 모두 하나의 공동체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마음과 노력의 응결체이다. 이러한 마음과 노력을 나누고 쪼개서 함께 먹는 공동체를 만들어 내기를 바란다. 산남동에서 이러한 빵을 만드는 공동체가 만들어지고 이것을 나누는 수많은 사람들의 손과 연결되고 그래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지는 나눔공동 체의 큰 그림이 그려지길 소망한다.

                오동균 신부
                오동균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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