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동안 4번에 걸쳐 한의학이란 학문의 일정 부분을 차지하는 사상의학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사상의학 그 자체만 놓고 봤을 때에도 1권의 책으로도 모자란 설명이 필요하지만, 한의학은 그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고 끝을 알 수 없는 학문적 깊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한의학의 뿌리가 무엇이냐 했을 때 음양(陰陽)이니 오행(五行)이니 이런 어려운 얘기를 주로 언급하게 되지만, 오늘 저는 임상에서 환자를 진료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변증(辨證)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병원에 감기환자가 왔습니다. 의학에서는 내시경, 설압자, 청진기를 가지고 환자를 관찰한 후 콧물, 코막힘, 호흡곤란, 야간기침, 오한, 약한 발열 등의 증상을 토대로 감기라는 병명의 진단을 내리고 증상에 맞춰서 시치(施治)가 이뤄집니다. 대부분 증상 완화를 위한 약처방이 후행되지요. 경우에 따라서는 항바이러스제나 항생제 같은 원인 제거를 위한 처방까지 동반됩니다.


한의학에서도 같은 증상의 환자가 내원했을 때 마찬가지로 감기라고 진단하면서 처방이 이뤄집니다. 하지만 이때 한의학은 위에서 언급한 변증(辨證)이라는 과정을 하나 더 거치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풍한(風寒)감기인지 풍열(風熱)감기인지, 표증(表證)인지 반표반리증(半表半裏證)인지 리증(裏證)인지 등등을 구분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렇게 증(證)에 맞는 약처방이나 침치료가 개별적으로 시행됩니다.


이런 식으로 한의학에서는 모든 질환과 질병을 다룸에 있어 변증(辨證)을 통해 원인을 찾아 구분합니다. 변증없이는 환자를 진찰할 수 없고 변증없이는 환자를 치료할 수도 없는 것이지요. 변증(辨證)을 한의학의 뿌리라고 표현한 이유를 조금이나마 이해하실 수 있겠죠?


따라서 변증(辨證)은 환자를 바라보는 관점이라 할 수있고 한방진단학에서는 변증(辨證)의 종류를 크게 7가지로 구분합니다. 기혈진액변증, 장부변증, 경락변증, 육경변증, 위기영혈변증, 삼초변증, 육음변증. 다양한 변증 방법이 있는 만큼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 또한 여러가지가 있는 것으로 오해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변증을 매번 사용하지 않고 질환에 따라 필요한 변증을 취사선택하며 2-3개의 변증을 사용하여 2중 3중 그물망처럼 원인을 걸러내는 과정이 이뤄지게 됩니다.


감기 환자가 내원했고 풍한(風寒)감기인데 리증(裏證)으로 진행되면서 추가로 심한 변비가 발생했다고 변증이 이뤄지면, 구체적으로 양명경(경락변증)의 실열(팔강변증, 팔강은 한방진단학에서 변증에 앞선 상위 개념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로 추가 변증을 시행한 후에 백호탕을 처방하면서 양명경락의 화열을 내리는 침치료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좁은 지면을 통해 조금은 어렵다고 볼 수 있는 변증(辨 證)에 대한 개념을 말씀드렸으니 그 중에서 독자 여러 분들이 가장 쉽게 공감할만한 장부변증 (臟腑辨證)을 들고 다음 시간에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노승현 원장(나비솔한방병원)
          /노승현 원장(나비솔한방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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