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준 (산남 리슈빌 아파트 동대표, 충북대 교수)

며칠전 샛별초등학교 운동장에 인조잔디를 깔겠다는 의지가 돋보이는 설문지를 받았다. 아이 엄마가 별생각 없이 찬성 쪽에 동그라미를 그려 넣으려는 순간 나는 한번만 생각해 보자고 말렸다.

내가 매일 근무하는 일터는 2007년 여름에 인조잔디로 운동장 바닥을 바꾼 충북대학교 대운동장 바로 앞에 있다. 당시 국민체육진흥공단으로부터 3억원을 비롯해 충북도, 청주시 등으로부터 모두 12억원을 지원받아 인조잔디 축구장과 우레탄 트랙 등을 갖추었다. 그때 처음 본 인조잔디 축구장은 100미터쯤 떨어진 창문을 통해서 보기에는 참 좋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고무알갱이와 고무가루가 이리저리 날리게 되고 인조잔디 속에는 이물질로 오염되기도 하면서 곳곳이 검은색 고무가루가 드러날 정도로 잔디모양의 푸른색 표면은 훼손되고 검은색 속을 드러내게 되었다.

인조잔디의 가장 큰 장점은 축구를 하기에 적당한 쿠션을 제공한다는 것인데 이 기능을 제공하는 주재료는 바로 합성고무수지이다. 이 재료가 공해물질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잔디라는 멋진 말 대신에 검은 고무 알갱이와 푸른 비닐로 뒤덮인 운동장이라고 한다면 그 위에 아이들을 뛰놀고 뒹굴게 할 부모가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이런 생각을 말했지만 다음날 아침 아이의 가방에는 찬성 쪽에 O표기된 설문지가 들어 있었다. 그곳에 다시 X를, 그 옆에 O를 써 넣으니 그 종이는 우리 부부의 마음처럼 복잡하게 보였다. 이렇게 학부모가 되면 학교에서 추진하려는 일에 반대를 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샛별초 인조잔디 공사 예산은 4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그 정도 돈이면 천연잔디에 배수로 보완 공사까지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왜 인조잔디를 하려고 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지관리가 편리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하는데 유지관리를 위해서 신경을 덜 쓰는 만큼 속속들이 끼이는 이물질은 눈에 드러나지 않았을 뿐 없는 것이 아니다. 겉만 깨끗하다고 속아서는 곤란하지 않은가. 시각의 유혹을 떨쳐버리고 오감으로 느껴보자. 과연 고무가루의 촉감, 고무 냄새, 비닐 잔디의 마찰열이 과연 유쾌할 수 있겠는지.

비용 측면에서 본다면 천연잔디가 불리하지 않다. 예산안을 그대로 두고 ‘인조를 천연으로’ 바꿀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다급한 마음에 지역구 도의원에게 알아보니 주민들의 여론과 의지가 있다면 가능하도록 예산안이 통과되었다고 한다. 샛별초 조기축구회에서는 천연잔디를 심을 경우 유지관리에 도움을 주겠다는 제안이 나왔고, 마을 주민협의회나 아파트 협의회에서도 천연잔디의 유지관리에 협력을 하겠다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우리 마을의 8개 아파트 단지에서 보유하고 있는 예초기만 모아도 50대는 될 것이다. 학생들도 잔디를 유지하는 방법을 알게 해야 한다. 잡초도 뽑아보고 정기적으로 패여 나간 잔디를 부모님과 함께 다시 심는 행사도 가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산남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마을이다. 우리 아이들이 뛰노는 학교가 더 자연친화적이고 안전한 곳이 되기를 바란다.

손현준 (산남 리슈빌 아파트 동대표, 충북대 교수)

저작권자 © 두꺼비마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