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2019년 11월 오후 10시께 천안의 한 아파트 놀이터 의자에 앉아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던 피해자 B(18 세·여)씨의 등 뒤로 몰래 다가가 B씨의 등 쪽에 소변을 보았다. B씨는 피해자 조사 과정에서 “놀이터에서 뒤에 있는 사람 그림자를 보았고, 이후 머리에 무엇인가 닿는 느낌이 들어 정수리 부분을 만져 보았으나, 이상이 없다고 생각했다. 옷을 두껍게 입었고 날씨도 추워서 소변 냄새를 맡지 못한 것 같다. 그런데 집에 가서 보니 옷과 머리카락이 젖어 있고 소변 냄새가 나서 뒤에 서 있던 남자가 소변을 본 것이라고 생각돼 신고했다. 짜증 나고 더러워서 혐오감을 느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강제추행죄가 성립할까?

대법원은 그동안 강제추행에서 ‘추행’의 의미에 대해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것인데,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 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된 경위, 구체적 행위 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되어야 한다”고 판시해 왔다. [대법원 2002. 4.26 선고 2001도2417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취지에서, 대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 甲 (여, 48세)에게 욕설을 하면서 자신의 바지를 벗어 성기를 보여주는 방법으로 강제추행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바지를 벗어 자신의 성기를 피해자에게 보여준 것만으로는 그것이 비록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피고인이 폭행 또는 협박으로 ‘추행’을 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대법원 2012. 7. 26 선고 2011도8805 판결]

그런데 위 사안을 보면, 이 사건 행위 당시 피해자는 A씨가 자신의 등 쪽으로 소변을 보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였고, 나중에 집에 가서 옷과 머리카락이 젖어 있고 냄새가 나 그때야 A씨가 소변을 본 것을 알아차렸다. A 씨의 이 사건 행위가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 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 위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행위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였다고볼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다.

1심은 “피해자가 머리카락과 옷에 묻은 소변을 발견 하고 더러워 혐오감을 느꼈을 뿐, 성적 자기 결정의 자유가 침해되었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2심도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추행 행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 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할 만한 행위를 실행하는 것으로 충분하고, 그 행위로 말미암아 대상자가 성적 수치심 이나 혐오감을 반드시 실제로 느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성적 자유를 침해당했을 때 느끼는 성적 수치심은 부끄 럽고 창피한 감정만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판시했다. [2021도7538]

강제추행죄는 변호사로서도 쉽지 않다. 여직원의 손을 잡고 엉덩이 쪽에 묻은 머리카락을 떼어준 것, 남녀 교사가 축열 난로 위에서 오래 버티기 시합을 하다가 상대방이 일어나지 못하도록 남자가 손등으로 여자 무릎을 누른 것이 강제추행이 될까? 현재 재판 중인 사건들이다.
 

 

저작권자 © 두꺼비마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