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에 대한 책임, 어디까지라고 생각하세요?

산남동에 이사 온 초기에는 가족들과 구룡산에 자주 올랐다. 야트막한 산세는 걷기에도 좋았고, 산새 소리며 가끔씩 나무 위로 후다닥 지나가는 다람쥐나 저 멀리서 도망가는 토끼 뒷모습이라도 볼라 치면 그날은 산책의 기쁨이 배가 되었다.

아이들도 크고, 이런저런 이유로 구룡 산을 가본 기억이 아득해질 즈음, 산남동 등산을 시작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지인과 이런저런 얘기 중 다소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구룡산에 다람쥐, 토끼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숲 해설가로 알려진 이광희 전 도의원 에게 전화를 해 보았다.
“산남동에 토끼랑 다람쥐가 없어요?”
“네, 안 보인지 꽤 됐는데요.”

이광희 의원의 말을 빌리자면, 구룡산에 고양이 개체수가 증가하고부터는 꿩을 비롯한 새들과 토끼, 다람쥐들이 점차 사라졌다는 것이다.

고양이는 호랑이와 같은 고양이과 동물로 생태계에서는 상위 포식자 군에 속한다. 주된 사냥감은 작은 새나 쥐, 토끼 등으로 새끼들은 더 쉬운 먹잇감이 된다. 땅에 굴을 파고 새끼를 낳고, 겨울에 동면을 하는 다람쥐 또한 예외는 아니다. 그렇게 고양이들이 새끼 토끼나 다람쥐들을 잡아먹는 일이 몇 년만 지속되 면 그 개체수는 사라질 수 밖에 없다고 한다. 뱀 또한 고양이와 먹이를 공유하는 동물로 고양이와의 먹이 경쟁에서 자연 도태되어 그 수가 확연히 줄었다고 한다. 산책로를 많이 이용하는 어느 주민도 예전에 비해 새소리가 잘 안 들린다고 한다.

길고양이에게 사료를 주는 분들은 어디에도 있다. 아파트나 주택가, 빈집 단지, 등산로까지. 개나 고양이 등 사람 손에 길러지다가 버려지는 유기 동물들은 사냥하는 법을 잊어버려 아사 확률이 높다. 그래서 사료를 곳곳에 주시는 분들의 고양이 사랑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유기동물들도 자연의 일부분, 안정적인 먹이 공급으로 인해 고양 이의 개체수가 확연히 늘어난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같은 자연을 공유하는 다른 동물들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몇 달 동안 길고양이 사료 급식으로 인한 주민 간의 갈등을 취재하고 해결 방안을 찾고자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중에 아파트 내 사료 급식으로 인한 안타까운 사례들을 몇 가지 모아 보았다.

아파트 고층 복도에서 사료를 주는 주민이 있었다. 고양이는 항상 그 자리에서 사료를 먹었고. 그러던 어느 날 문을 여는 소리에 놀란 고양이가 세대 안으로 들어가는 일이 발생하여 고양이를 포획 하려고 노력하던 중, 놀란 고양이가 고층 복도 창문으로 뛰어내렸다는 것이다. 고양이는 바로 사라져서 이상 유무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고 한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 난간 근처에 급여된 사료를 먹던 새끼 고양이가 주차장 난간으로 추락해 주민들이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구출할 수 있었고, 주민들의 통행이 없는 곳에 사료와 물을 담은 통을 두었더니 지나가는 아이들이 걷어차고 주변 고양이들을 큰 소리로 쫓아내는 것을 본 주민도 있었다.

가방을 메고 쪼그리고 앉아 고양이에게 간식을 먹이면서 아기 고양이를 쓰다 듬은 어린아이의 얼굴은 세상없이 행복해 보인다. 그러나, 그 간식을 얻어먹고 있는 아기 고양이는 아이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그 고양이는 어쩌면 목숨을 걸고 그 간식을 먹고 있는지 모른다.

어떤 아이는 한 손에 든 막대기를 등에 숨기고 다른 손에 든 간식으로 고양이를 유인한 후, 고양이를 막대기로 때린다고 한다. 이런 행위를 두세 명의 아이들이 같이 다니며 한다고 하니 속상한 마음에 한숨만 난다.

아파트 일에 관한 인터뷰를 하다 보면 길고양이 사료 급식으로 인한 주민 간의 마찰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어느 단지라고 할 것도 없이, 급식소를 단지 내에 설치하면 치워 달라는 민원 전화가 온다고 한다. 그것이 한 번으로 끝나는 곳도 있고, 몇 번 반복이 되어 급식소 설치 금지 공고문을 붙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어떤 주민은 언성을 높이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는 심각한 문제일 수도 있다. 본인의 눈높이와 맞지 않는 일이 생겼다고 관리실이나 경비원에게 전화해서 언성을 높이고 화풀 이를 해대는, 바닥에 떨어진 인성의 소유자의 행동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러나 그런 가엾은 인성의 소유자 에게, 내가 하지도 않은 일로 싫은 소리를 듣고 그것을 해결해야 하는 직원이나 경비실 분들이 겪는 마음의 무게도 헤아 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내가 누군가를 위해 혹은, 무엇을 위해 하는 것이 지속되려면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그 공감대는 내 마음을 헤아려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듯이 나 또한 남의 마음을 헤아려서 함께 가야 하지 않을까.

                김은진(산남 길동무)
                김은진님(산남 길동무)

 

저작권자 © 두꺼비마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