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원근 변호사(변호사오원근법률사무소) wonish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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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식당을 하는 분이 사무실로 와 상담을 요청하였다. 식당 부지와 옆 건물 사이로 통로가 있고, 그 통로를 따라 들어가면 몇백 평 논이 있다. 달리 논에 드나드는 길은 없었다. 얼마 전 논 소유자가 그 논 가운데 식당과 붙은 곳에 벼를 찧는 기계를 설치하였다. 들리는 말로는, 위 논에서 나오는 벼 말고 다른 곳에서 사온 벼로도 벼를 찧어 판다고 하였다.

식당 주인은 정미 기계 소음이 식당에 들려올까 걱정 되었다. 논 소유자에게 찾아가 정미 기계를 식당에서 떨어진 곳에 설치해 달라고 하였으나, 논 소유자는 듣지 않았다.

이에 식당 주인은 위 논으로 가는 통로 입구에 자신의 식당 부지 경계를 따라 철책을 쳤다. 농기계나 트럭으로 논에 들어가기가 매우 어렵게 되었다. 논 주인은 식당 주인을 상대로, 철책을 철거하고 통행을 방해하지 말라며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상황에서 식당 주인이 찾아온 것이다. 식당 주인은 내 토지를 내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항변했다..

논 주인이 식당 주인을 상대로 철책 철거 및 통행방해 금지를 요구하는 법적 근거는 민법 제219조에서 정하는 주위토지통행권인데,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① 어느 토지와 공로 사이에 그 토지의 용도에 필요한 통로가 없는 경우에 그 토지 소유자는 주위의 토지를 통행 또는 통로로 하지 아니하면 공로에 출입할 수 없거나 과다한 비용을 요하는 때에는 그 주위 토지를 통행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에는 통로를 개설할 수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한 손해가 가장 적은 장소와 방법을 선택하여야 한다.

② 전항의 통행권자는 통행지 소유자의 손해를 보상하여야 한다. 각각 사람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다만 소유권이라는 법적 필요에 따라 구획이 되어 있을 뿐이다.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필요하면 이웃 토지도 그 용도를 다할 수 있도록 양보하여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국토가 전체적으로 효율성 있게 사용될 수 없기 때문이다.

식당 주인은 통로를 아예 막은 것은 아니고, 트럭이나 큰 승용차는 들어가지 못하지만, 트랙터나 경운기는 다닐 수 있다면서 그 정도면 통행권을 보장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웃 논은 농사를 짓는 땅이고, 그 용도를 다하는데 필요한 통행, 즉 적어도 퇴비나 수확한 작물 따위를 운반할 수 있는 트럭은 통행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난 그런 말을 하면서 “아무래도 사모님께서 재판에서 질 것 같다”고 말했다. 식당 주인은 도저히 받아 들일 수 없다면서, “혹시 변호사님이 상대방을 대리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하였다. 난 통로 입구에 만든 철책을 없애는 것이 시간, 비용, 정력 낭비를 줄이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자 식당 주인은 이번에는 정미 기계 소음은 어떻게 하느냐고 하였다. 논 주인은 제 마음대로 식당 옆에 정미 기계를 놓아 참을 수 없는 소음을 만들어내는데, 왜 자기는 내 토지 경계에 철책도 못 세우냐고 하였다. 식당 주인이 논 주인에게 주위토지통행을 보장하여야 하는 것과 정미 기계 소음 문제는 별개라고 하였다. 정미 기계 소음이 참을 수 없는 정도라면, 그에 대해 별도로 소음 방해 금지 청구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본격적인 정미소도 아니어서 거주나 식당 영업을 방해할 정도의 소음이 나올지는 의심스러웠다.

뭔가 해결책이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찾아왔는데, 식당 주인은 어느 하나 얻지 못하고, 패배감만 얻고 가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주위토지통행권을 둘러싼 분쟁은 꽤 많다. 대부분은 서로 조금만 양보하면 될 수도 있는데, 자기 고집만 부리다가 시간, 비용, 정력을 낭비하는 경우가 많다. 위 사안에서도, 논 주인이 정미 기계 설치에 대해 식당 주인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면 법적 분쟁으로까지 나아가지 않았을 수도 있다. 삶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갈등 해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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