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4일. 북이면 주민들은 면담 요구 넉 달 만에 환경부 장관을 만났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이날 모인 장양1리 유족들에게 위로와 사과의 뜻을 전하며 소각장 유해물질 배출과 암 발생 간의 역학적 관련성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주민들의 피해구제를 약속했다. 장관과의 면담이 끝난 직후 두꺼비마을신문에서는 여섯 분의 유족들(연영자,이병현,이순자,최옥자,노상순,이봉희)과 유민채(51세) 추학리 이장님을 만났다. 20여 년 동안 왜 60명이나 죽어야 했는지, 이장님이 주민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싸워 왔는지, 북이면 이웃마을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북이면 유족들과 유민채 이장(왼쪽에서 세 번째).  ⓒ조현국
북이면 유족들과 유민채 이장(왼쪽에서 세 번째).  ⓒ조현국

유족들의 이야기
“영감도 폐암, 시아주버님도 폐암, 시동생도 폐암, 죄다 폐암으로 돌아가셨어. 그러니 내가 말을 하겄어? 복장이 터지는데? 나도 가서 검진 받으니 기관지가 안 좋고 폐기능이 안 좋대. 요새 계속 기침이 나. 말을 할랑께 심장이 벌벌벌 떨려서 말을 할 수가 없어.” 연영자(84세)님이 말씀을 꺼냈다.

“요새 기침하는 사람이 많어. 저 조카도 기침하고 기환이도 그라지, 노씨도 그라지. 기침이 나오기 시작하믄 계속 나와.” 이병현(78세)님이 이봉희(67세)님을 가리키며 말씀을 이어나갔다. “왕눈이 엄마, 옥자 아버지, 기태 아버지, 전부 (암으로) 돌아가셨잖여.” 지금은 만날 수 없는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의 이름이었다.

공기 좋고 물 맑아야 할 북이면의 시골 마을이 왜 죽음의 마을이 되었을까? 주민들이 목놓아 말하는 세 곳의 폐기물 소각시설과 축사, 공장들은 이곳 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고 사망과 어떤 인과관계가 있을까?

“원두막을 지어서 거기다 장판을 깔았는데, 하루 저녁 자고 나면 새~까맣게 앉어. 뭐가 날러와서 풀씨가 날러온 줄 알았어. 숯가루가 묻어나오는 데 매일 닦아도 똑같혀. 공장이 뺑 둘려있지 축사가 뺑 둘려있지 소각장이 동서남북에 있지. 그 가운데서 살고 있어. 계란 노른 자위 마냥 우리가 거기 살고 있는겨. 이제 다 죽고 사람이 없어. 다 죽고...” 주민들이 목격한 검은 숯가루와 소각장 굴뚝에서 나오는 빨간 연기, 새벽 밭일을 갈 때마다 맡았던 매케한 냄새는 오랜 기간 그들의 삶 속에 깊게 스며들었다.

환경부는 지난해 2월부터 1년간 북이면 주민을 대상으로 건강영향조사를 실시하였다. 10년 사이 60명의 주민이 암으로 사망하고(폐암 31명) 호흡기와 기관지 질환자가 45명에 달했다. 재가암환자 비율이 충북에서 22% 를 차지했다. 또 대기와 토양에서는 발견되지 않은 카드뮴이 주민들 소변에서 평균치의 5.7배가 검출되었다. 그럼에도 소각장에서 배출되는 환경오염물질과 주민의 암 발생 등 건강피해 간의 상관관계는 알 수 없음으로 발표되었다. 이에 청주시의회의 박완희 의원은 전면 재조사를 촉구하였고 주민들과 이장 및 시민단체들은 세종시 환경부 앞에서 시위하였다. 결국 환경부로부터 5년간 전면 재조사를 약속 받았다.

북이면 소각장
북이면에는 1999년부터 2010년까지 (주)클렌코(옛 진주산업), 우진환경개발(주), ㈜다나에너지솔루션 등 소각업체 3곳이 들어섰다. 이 세 업체는 하루 543.8톤의 폐기물을 소각하여 전국 폐기물의 6.5%를 처리하고 있다. 2016년에 진주산업(현 클렌코)이 당시 97톤이었던 소각용량을 350톤 규모로 3배 이상 증설하였다. 증설후 과다소각으로 큰 이윤을 챙겼지만 기준치를 초과한 다이옥신(강력한 발암물질)에 의한 피해는 주민들의 몫이 되었다.

이곳 북이면엔 왜 이렇게 많은 소각장이 들어섰을까? 유민채 이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워낙 땅값이 싸고 교통이 좋아요. 여기가 경부IC와 중부IC가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어요. 여기가 경기도, 경상도, 전라도에서도 오기가 좋아요. 그러니 소각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좋은 입지인거죠.” 그렇다고 4500여명의 주민이 살아가는 마을에 대규모의 폐기물소각 시설이 세 곳의 허가와 공장, 축산업 농가가 몰려 있다는건 상식 밖의 일이었다.

소각용량 100톤 이하의 소각장은 허가를 받기가 쉬워 일단 허가를 받은 후 증설하는 수순을 밟는다고 한다. 물론 편법이다. 그렇다면 환경부는 이러한 사항들을 어떻게 관리감독하고 있는 것일까? “3년마다 정기검사 5년마다 일반검사 설비에 대한 검사를 하는데 그 검사를 소각업체가 만든 조합에서 실시해요.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거죠. 그냥 형식적으로 하겠다는 거예요. 그런 거는 진짜 잘못된거 아닌가요? 이거는 공공의 영역에서 처리해야 해요. 설비가 노후화 되면 설비교체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들어요. 민간에서는 절대 교체하지 않죠.”

쓰레기처리를 어딘가에서는 처리해야 하지만 타지역의 쓰레기까지 모아 태우며 발생할 많은 양의 유해가스 등의 피해를 고스란히 이곳 주민이 감당해야 하는 구조는 불평등하고 비인권적이었다.

유민채 이장이 환경부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유민채 이장이 환경부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마을을 지키는 이장님 이야기
유민채 이장은 환경단체에서 일을 하다가 고향으로 귀촌을 했다. 귀촌 8년만인 2014년에 추암리 이장이 되었다. 최초이자 최연소 여성 이장이었다. 이장 활동을 하다 보니 지역 현황에 대한 문제를 들여다 보게 되었다. 그러다가 소각업체인 진주산업이 증설하겠다며 2016년 4월에 주민설명회를 했는데, 뭔가 문제가 심각해 이장으로써 이건 반드시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소각장은 불법, 탈법이 만연된 데 같더라구요. 민간 기업이라 이익에 집중을 하기 때문에 처벌을 감수하며 불법을 저질러요. 내가 5억을 벌 수 있는데 500만원은 기꺼이 벌금으로 내는 거죠. 과다소각, 불법소각, 약품 미사용, 변경허가 미이행(건축승인전에 소각을 한다던가) 그런걸로다가...”

2018년 여름엔 조폭이 한번 찾아왔었다. 그해 8월엔 업체로부터 업무방해와 명예훼손으로 8천만원 손해배상 고소도 당했다. 하지만 조폭의 협박이나 소송보다 힘든 건 내부자들이었다고 한다. “제가 북이주민협의체라는 지역환경단체에 소속되어 있는데, DS컨설팅에서 건축허가를 득하려고 지역과 협의를 해왔어요. 협의 내용으로 큰 돈을 제시했어요. 여기에 이장들 사이에서 분열이 일어났죠. 그래서 북이주민협의체를 해체하고 대책위위원장과 사무국장인 저를 이장에서 제명 시킨다는 안건을 통과시켜버렸죠. 이장단에서 환경단체를 해산할 권한도 없고 이장은 선출직인데 제명할 수 없는 거잖아요. 그때 진짜 열 받았죠. 너무 안 도와 줬어요.” 시인이기도 한 그녀는 고향에서 시를 쓰며 평온한 삶을 꿈꾸었을 테지만 북이면 이장으로 살아 온 7년은 편할 날이 없었다.

“깨시민(깨어있는 시민의식)이라고 하죠. 청주시민들이 그걸 가슴속에 가지고 계셨으면 좋겠어요. 불법 쓰레기 투기, 불법소각에 시민들이 감시단 역할을 해주시면 좋겠어요. 행정기관은 기업에 대한 관리 감독을 잘해야 해요. 기업들도 환경 운동에 적극 동참을 해 주어야 하고요. 플라스틱은 제발 안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북이면의 현 상황은 많은 문제들을 환기시켰다. 기업 윤리, 지자체와 정부가 지켜야 할 주민의 생존권과 주거환경의 문제, 공공의 영역이 꼭 필요한 사업의 문제, 무엇보다 이미 한도초과가 된 쓰레기를 비롯한 환경의 문제가 언제 재앙이 되어 나에게 돌아올 지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박선주 마을기자
박선주 마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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