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살면서 권리를 얻거나 의무를 부담하는 일이 많이 생깁니다. 예를 들어, 아파트를 전세로 임차하는 계약을 체결하면, 임차인은 보증금을 지급할 의무와 함께 그 아파트에 들어가 살 권리를 갖게 됩니다. 이처럼 권리와 의무가 발생하고 소멸하는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당사자들의 의사에 따른 계약입니다.

그런데 당사자 의사 외에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권리를 얻고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데, 이것을 시효라고 합니다. 즉, 시간이 어떤 법률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입 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는데, 이 가운데서 법적으로 의미 있는 관계를 법률관계라고 합니다. 재산관계나 가족관계를 다루는 것을 민사, 범죄의 유무를 밝히고 죄 있는 사람에게 형벌을 부과하는 관계를 형사라고 합니다. 민사와 형사는 법적으로는 전혀 별개입니다. 예컨대, 다른 사람을 때려 다치게 하였을 때, 치료비, 위자료, 일하지 못하게 되어 입은 피해 등을 배상하는 관계는 민사이고, 상해죄로서 처벌을 받게 되는 관계는 형사입니다.

시효에는 민사적으로 소멸시효와 취득시효가 있고, 형사적으로는 공소시효가 있습니다.

소멸시효란 말 그대로, 일정기간 동안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그 권리를 소멸시키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소멸시효기간은 10년이지만, 채권의 종류에 따라서 기간이 다릅니다. 각각의 생활관계에 따라 개별적으로 신속하게 법률관계를 확정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상인과의 거래로 인한 상사채권은 5년이고, 소멸시효기간이 3년인 채권으로는 이자, 급료, 사용료 채권, 공사대금채권, 의사·변호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 생산자 및 상인이 판매한 상품의 대가(상사시효의 특례) 등이 있습니다. 소멸시효기간이 1년인 채권도 있는데, 여관, 음식점의 숙박료·식대, 동산의 사용료 채권, 목수, 미장이 등 노역인의 채권 등이 있습니다.

한편, 취득시효는 권리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일정 기간 동안 마치 권리자인 듯한 외형(외관)을 갖추면 그권리를 취득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예를 들면, A라는 사람이 집을 짓기 위해 B로부터 대지 100평을 샀는데, 사실은 그 가운데 50평이 바로 옆에 있는 토지 소유자인 C 소유였습니다. A와 B는 이사실을 모르고 그 50평이 B 소유인 줄만 알고 거래를 한 것인데요. 실제로 옛날 이런 일은 흔히 있었습니다. 어쨌든 A는 산 땅에 집을 짓고 행복하게 살았는데, 그로부터 21년이 지난 후, C가 A에게, A가 집을 지은 땅중 50평이 자신 소유라고 하면서 집을 철거하고 대지를 넘겨달라고 요구했습니다. A가 그 요구에 따라주어야만 할까요?

민법은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부동산을 점유하면 그 소유권을 취득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러한 제도가 바로 취득시효입니다. 위 예에서, A는 21년간 자신이 소유자로 알고 C 소유의 땅 50평에 건물을 짓고 점유해 왔기 때문에 그 50평에 대해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건물을 철거하고 대지를 인도해 달라는 C의 요구를 거절하고, 오히려 C에게 50평에 대해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공소시효는 법에서 정한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아무리 흉악범이고 또 증거가 명확하더라도 공소를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기간을 보면,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는 25년, 무기형은 15년, 장기 10년 이상 징역형은 10년, 징기 10년 미만 징역형은 7년입니다.

그런데 살인죄에 대해서는 2015년 법 개정으로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살인범이 죽을 때까지 수사해서 처벌할 수 있습니다.

시효는 기본적으로 법정 안정성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살인범에 대해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는 것은 구체적 타당성을 위한 것입니다. 법적 안정성과 구체적 타당성이 끊임없이 갈등을 일으키는 곳이 바로 법의 영역입니다.

오원근 변호사(변호사오원근법률사무소, wonishs@hanmail.net)
오원근 변호사(변호사오원근법률사무소, wonish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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