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정, 청개구리 지역아동센터 센터장

성기정(청개구리지역아동센터) 센터장 
성기정(청개구리지역아동센터) 센터장 

코로나 시대로 접어든지 올해로 벌써 2년차. 돌봄의 중요성이 커진 요즘 벌써 11년째 지역아동센터를 지키며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분이 있어 찾아가 보았다. 구룡산 자락에 위치한 성화동 주공1단지 안에 위치한 청개구리지역아동센터의 성기정(48세, 성화동, 사진) 씨. 돌봄이 단순히 아이들이 시간을 때우는 곳이 아니라 정서적 사랑까지 함께 나누는 곳임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던 인터뷰였다. 그녀를 통해 성화동 마을 이야기와 돌봄의 역할에 대해 들어보자.

‘정작 내가 사는 동네에는 도서관이 없어서 시작했어요’
“성화동은 공동체 문화가 조성되기 어려운 조건이예요. 왜냐하면 2년마다 재계약해야하는 임대단지 비율이 높아 정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임대단지에 거주하시는 분들은 돈을 벌면 이곳을 나가야 하기 때문에 이곳에 살고 있어도 우리 동네라는 인식이 부족해요. 그래서 마을활동을 하시는 분들이 적고 도서관같은 문화시설 또한 부족한 현실입니다.” 바로 옆 동네인 산남동만해도 마을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고 공동체 활동이 활발한데 비해, 성화동은 그러기가 어려운 편이어서 아쉽다고 말한다.

“산남동은 도서관, 피트니스 센터 등이 너무 잘 되어 있어서 부러웠어요. 정작 제가 사는 아파트에는 도서관도 없고 주민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없어 많이 불편했죠. 제가 이 활동을 시작한 이유가 임대단지 안에 주민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어요. 무상임대를 해주면 도서관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했죠.”

이런 마음으로 사회적협동조합 ‘일하는사람들’에서는 2009년도에 가경동을 시작으로 2010년도에 성화동, 2015년에는 율량지구에서 도서관과 돌봄을 운영하여 현재 지역아동센터로는 5군데, 도서관은 6군데를 운영하고 있다.

청개구리도서관 내부
청개구리도서관 내부

아이들을 쫓아내지 마세요’
이곳 임대주택에 사는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차별이나 격차를 느끼며 살고 있다고 한다.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들의 눈에 보이는 것들이 온통 그럴진데 보이지 않는 정서적 차별은 어떨까? “인근의 분양 아파트 같은 곳에만 가봐도 도서관과 독서실이 너무 잘 되어 있는데, 정작 이 아이들이 사는 곳에는 도서관도 없고 책상만 몇 개 있어 공부하기 어렵죠. 이런 아이들이 시험기간에 공부할 데가 없어서 옆 아파트 독서실에 가면 너희들 때문에 독서실 분위기를 흐린다는 모욕적인 말을 듣고 쫓겨나요. 그게 너무 마음 아팠어요.” 동네 아이들이 눈치 보지 않고 누구나 와서 편하게 쉬고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 그것이 절실했다.

“제가 활동한지가 10년이 넘어가는데, 이런 상황을 보니 각자 아파트 안에서만 무언가를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마을 전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3년전부터 주민조직과 함께 해보는 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 합류했어요. 주민자치위원들 또한 마을을 생각하고, 아이들을 생각하고, 노인분들을 생각해 반찬봉사 같은 훌륭한 일들을 많이 하고 계시더라구요.” 이 분과 함께 행복교육지구사업으로 마을어른학교를 운영하며 청소년 공간을 주제로 독서도 하고 교육도 듣고 탐방도 다니고 있다고 한다. 아이들을 쫓아내지만 말고 편하게 자기 공간이라고 느낄 만한 곳을 어른들이 나서서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생각들이 모여 마을어른학교 활동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돌봄의 사각지대
지역아동센터는 아동복지의 영역으로 부모의 수입에 따라서 입소순위가 결정이 된다. 지자체에서 보호대상 아이 이거나 한부모가정, 기초수급여하에 따라 판정을 하고 승인된 아이들만 올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 오는 아이들은 복지서비스가 당연히 필요해서 오는 아이들이죠. 하지만 이런 승인된 돌봄 말고도 좀 느슨한 형태의 돌봄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기 못 오는 아이들 중에도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이 분명히 있거든요. 간식이 먹고 싶어도 물 한 모금이 마시고 싶어도 못 들어오고 창문 밖에서 있는 아이들이 안타까워요. 돌봄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까지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백퍼센트 마을 돌봄이죠.”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뿐 아니라 필요한 아이들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야말로 진정한 마을 돌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법적으로도 청소년활동진흥법에 의해서 동마다 청소년문화의집을 하게 되어 있는데 말도 안 되게 잘 안 지켜지고 있어요. 이런 시설은 동네마다 필요해요. 정치 하시는 분들이 꼭 실현해주셨으면 좋겠어요.”

3년 전 성기정씨 경주 가족여행.왼쪽부터 남편 김강곤씨, 작은 아들 김지민씨 , 성기정씨, 큰 아들 김지후씨
3년 전 성기정씨 경주 가족여행.왼쪽부터 남편 김강곤씨, 작은 아들 김지민씨 , 성기정씨, 큰 아들 김지후씨

‘부모에 의해 힘들게 사는 아이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성화동에는 2023년 완공 예정으로 청소년을 위한 서원청소년문화의 집이 생긴다. 성기정씨는 이 상황이 너무 반갑고 좋다고 말한다.

“현재 초등학생위주로 돌봄센터를 운영하고 있어요. 중학생아이들까지 받으면 초등학생들을 받을 수 없어 그럴 수밖에 없죠. 여기 졸업한 아이들이 못 들어오고 창문밖에 서 있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파요. 분명 갈 데가 없는 아이들인 걸 아는데...” 성기정씨는 새로 만들어질 서원청소년문화의집이 이 아이들을 품고, 모든 청소년들이 몸과 마음을 쉬어갈 진짜 쉼터가 되면 좋겠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구룡산 자락에 있는 생태적 잇점을 이용해 생태특화 청소년문화의집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편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접근성도 좋아야 하고요. 힐링의 숲 프로그램 같이 특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청소년문화의 집이 되면 좋겠어요.” 2년 뒤에 생길 서원청소년문화의집에 대해 성기정씨는 기대와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부모에 의해 힘들게 사는 아이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그게 제 아이들이기도 하구요. 빈부격차가 심한 이 마을에서 이 아이들이 행복하려면 어른들이 나서야 합니다.”

어차피 떠날 곳이기에 불편하고 불합리해도 못 본 척 지나갈 게 아니라 아이들을 위해 어른들이 나서야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성기정씨, 이런 엄마, 아빠들이 모여 성화동이 점차 사람 냄새 나는 살기 좋은 마을로 거듭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온 마을이 나서서 아이들을 키우면 소외되는 아이 없이 모두가 행복하지 않을까? 부모의 재력에 의해 죄 없는 아이들이 차별 받는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바래본다.

박선주 마을기자
박선주 마을기자

 

저작권자 © 두꺼비마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