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친구와 전화통화를 하였다. ’더운 날 어떻게 지낼까?’ 걱정을 많이 하였던 친구인데 통화를 하게 된 것이다. 전화를 받는 처음 목소리가 씩씩하게 나와 일단 안심이 되었다.

1년 전 7월 초등학교 친구들 4명이 여수로 여행하기 위해 계획을 짜고 이것저것 알아보는 중에 다른 한 친구로부터 여행을 갈 수 없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왜 못가느냐'고 하니 같이 가려고 한 친구 남편이 병원에서 혼수상태라고 한다. 나중에 자세한 내용을 듣게 되었는데, 친구 남편은 평소에는 별탈 없이 지내다가 머리가 아프다고 하여 검사나 받자는 마음으로 수원의 큰 병원 응급실로 갔다. 검사를 하려고 갔는데 그곳의 의사는 뇌쪽 혈관 옆에 다발성 꽈리같은 것이 있어 지금 시술하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하여 병원에서 하라는 대로 시술하였다. 시술은 잘 되었다고 하였는데 친구 남편은 아직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어 친구가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다.

친구와 친구 남편은 수원에서 두 개의 도매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다. 아무 준비 없이 응급실을 가서 혼수상태가 되니 금전적인 문제가 가장 크게 대두되었다. 남편이 모든 사업을 운영하고 친구는 보조적인 역할을 하여 남편만 믿고 남편이 경제적인 운영을 다하고 친구는 카드를 사용하여 살림을 하였던 것 같다. 남편이 활동 불능 상태가 되고 보니 모든 경제적인 지출에 한계가 온 것이다. 병원에서 시술한 비용을 지불하려고 하여도 통장을 본인 말고는 사용할 수 없는 상태이고, 보험 실비를 들어서 청구를 하려고 하여도 본인 서명이 들어가야 하는데 의식이 없는 남편이 할 수가 없는 상태이다 보니 어려움이 여기저기서 터지고 있어 여러 가지로 고통을 감내하며 병원을 오고 가고 있는 것이다.

보험 실비를 청구하기 위해 성년 후견인을 신청하는데도 코로나19로 법원 판결이 빨리 안돼 애를 태우기도 하였다고 한다. 보험실비는 어찌어찌해서 청구가 될 수 있었는데 병원에서 의식도 없는 환자에게 이제는 더 이상 처치할 수 없으니 퇴원하라고 하여 현재는 3번째 병원에서 재활을 하고 있는데 더 큰 걱정은 보험 실비가 1년을 청구하면 6개월은 청구할 수 없고 6개월 후에 다시 새롭게 청구해야 된다고 하여, 재활 간병비가 한달에 4백만원이 들어가는 병원비와 생활비를 충당해야 하는 친구로서는 하늘이 노오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남편이 없는 가게를 유지할 수 없어 물품업자에게 물건값을 줘야하기도 하고 물건도 유행을 타기 때문에 물건을 정리하였다. 금방 일어날 거라는 믿음이 벌써 1년이 넘고 보니 살아가야 하는 일이 막막하게 되어 친구는 남편을 간호해야 될 상황에 대비해 남편이 의식이 없는 기간 동안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다. 다행히 남편은 지금 의식은 돌아오고 있는데 침상에서 식도에 호수를 삽입한 상태로 있다. 발가락을 움직이고, 눈동자가 움직이고, 눈물을 흘리고,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일을 매일 조금씩 하고 있어 친구는 남편이 반드시 일어날 거라는 확신으로 오늘도 눈물로 지새며 보살피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친구는 3번째 재활병원으로 옮기면서 보호자도 마음대로 병원을 왕래할 수가 없다고 하여 큰 결심을 하였다. 남편이 깨어나서 가게를 한다고 생각하여 다시 물건을 들여 놓고 남편이 없는 가게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만이라도 장사를 다시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통화를 하면서 “너무 힘들지만 고객이나 사람들이 따뜻한 말 한마디나 배려를 해 주는 것들이 많아 인생 잘못 살지는 않았구나! 하면서 좋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 힘들어도 참고 있다”는 친구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도 친구가 용기를 내서 지금의 어려움을 잘 헤쳐나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친구에게 매달 밥 사 먹고 힘내라고 약간의 금액을 보내고 있지만 친구는 안 보내도 된다고 말하면서 나를 통해 인생을 다시 생각한다고 한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누군가 힘들 때 자기를 지지해 준다는 것이 삶의 의미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기에 오늘도 힘들지만 울지 말고 어려움을 극복하고 친구 남편이 병상에서 벌떡 일어나 옛날의 일상으로 돌아가기만을 바라면서 응원을 보낸다. ‘친구야 파이팅! 나중에 웃으며 얘기하는 날이 올 거야! 힘내라 힘~~~~~~~’

구진숙 마을기자
구진숙 마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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