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가 끝나자마자 집까지 뛰어왔다. 이 따뜻함을 잊어버릴까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쓸까 고민하다가 감동받은 느낌 그대로 ‘구룡산 여의주’를 시작할까 한다.

어르신들이 한눈에 보이는 센터 가장자리 ‘정복자’님 자리
어르신들이 한눈에 보이는 센터 가장자리 ‘정복자’님 자리

얼마 전 두꺼비마을신문 인생샷 코너에서 봉사하는 울 엄마를 존경한다는 딸의 글을 보았다. 인생샷 주인공은 일찌감치 효부상, 대한민국 문화예술 봉사부분 명인대상을 수상했었고, 이번엔 충북에서 1명에게만 주어지는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장까지 받으신 분이었다. 신문을 보고 구룡산 여의주로 추천하는 제보가 들어왔다. 장관상이라는 이름의 무게만큼 대단하시겠다 생각은 했지만 직접 만난 정복자님은 이름 그대로 ‘정 가득 복 주는 따뜻한 분’ 이었다. 그 분을 만난 곳은 직접 운영하시는 ‘내사랑주간보호센터’. 센터를 운영하시면서 어떻게 자주 봉사를 하실지, 주간보호센터는 어떻게 하시게 된 건지 등 여러 가지 궁금증이 일었다.

“물 꼭꼭 드시고요~, 오늘은 지팡이 챙기고 옥상에서 꼭 산책해요~” 살뜰히 어른들을 챙기신 후 자리에 앉으신 정복자님. 이야기 한번 들어보실래요?
 

“어떻게 주간복지센터를 운영하게 되셨는지요?
봉사활동도 꾸준히 하신다고 들었어요.”

“저는 원래 어릴 때부터 어른들을 좋아했어요. 대종가집 7남매. 둘째딸로 태어나 할아버지, 할머니랑 함께 대가족이 살았지요. 두 분께 많이 사랑받았고 늘 배울 점이 많았어요. 그래서인지 시아버님도 제가 먼저 모시자 했어요. 남들은 힘들겠다 했지만 직장 생활을 했던 제게 아이들을 돌봐주신 아버님은 오히려 구세주였어요. 요즘은 어르신들에게 받았던 사랑을 조금이라도 보답하는 기분이 들어 행복해요. 그리고, 이 일은 간호사를 하며 나이들면 꼭 하고 싶은 꿈이었고 꿈을 이룬 거예요. 비슷한 일을 하고 같은 꿈을 가진 두 동생과 함께하니 언제나 든든하고 봉사가 있으면 동생들 믿고 다녀올 수도 있어요. 제가 하고 싶은 일, 봉사할 수 있는 건 가족의 힘이 크죠. 어르신들도 제가 나갔다 오면 “봉사갔다 왔어?”그러세요.”

“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봉사, 누구나 하잖아요! 저의 봉사는 우연한 기회로 시작되었어요. 아들의 초등학교 2학년 담임선생님께서 카톨릭 신자셨는데 꽃동네 봉사를 꾸준히 하시더라고요. 처음엔 그저 함께하자는 마음으로 한 구좌 넣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괜스레 뿌듯해지고 봉사에 관심이 생겼어요. 그 우연한 기부를 시작으로 봉사에 눈을 뜨게된 것 같아요. 이후에 징검다리를 알게 되어 연탄봉사, 문암생태공원 쓰레기 분리수거 등 다양한 단체에서 하는 봉사를 찾아다니게 되었어요. 봉사가 뭔지도 몰랐던 저였지만 봉사가 너무 재미나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막생겨요. 뿌듯하고 행복하고 우울한 마음이 없어지니 봉사는 하는 사람 스스로에게 희망을 갖게 하는 것 같아요. 며칠 전에도 마스크 포장 봉사를 실컷 하고 왔어요. 건강하니까 봉사도 할 수 있잖아요. 봉사란 저를 힘나게 하는 참 고마운 존재예요.”

내사랑주간보호센터’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 정복자(좌), 정고숙(가운데), 정정옥(우) 세자매
내사랑주간보호센터’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 정복자(좌), 정고숙(가운데), 정정옥(우) 세자매
생신파티 모습
생신파티 모습

“내사랑주간보호센터의 특별함은 뭘까요?”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200평 넓은 평수와 같은 층에서 이용할 수 있는 120평의 넓은 옥상 때문이었어요. 간간이 장터 구경도 가고 공원으로 소풍도 가지만 어르신들도 조금씩이라도 매일 산책하는 운동이 중요하거든요. 그리고 이 자리가 제자리예요. 사무실은 저쪽에 있는데 어르신들이 안 보여서 늘 이 자리에 있어요. 이 자리에선 어르신들이 한눈에 다 보여요.”

인터뷰하는 사이에 전화가 왔다. “아이구, 너무 잘했네. 기특하네. 잘 알아보고! 나도 알아보고 알려줄게~” 자녀와 통화하는 줄 알았더니 주간보호센터 할머니의 며느님이었다. 요양보호등급 3등급이셨던 김**할머니가 4등급으로 올라가셨다며 매일 꾸준히 운동시키고 맛사지 해주셔서 감사하고 기뻐서 전화한 것이었다.

내사랑주간보호센터의 정원은 31명. 요즘같이 동네마다 주간보호센터가 있는 세상에 대기자가 있는 곳.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정복자님을 안고 눈물 흘리며 서운해하고, 요양원으로 가신 할머니께 문병 갔더니 돌아가신 엄마가 온 것보다 더 반갑다 하셨단다. 정복자님은 어르신들 사이에선 아이돌 못지않았다. 기특한 내 아이 자랑하듯 할머니, 할아버지 자랑하시며 ‘우리 멋쟁이님’이라고 병원 다녀오시는 할아버지 어깨를 토닥토닥하며 선생님들 제일 많이 도와주셔서 별명이 멋쟁이라고 큰 소리로 칭찬하셨다.

‘하이파이브’, ‘멋쟁이’ 등 어르신들에게 긍정의 별명을 불러주시며 사랑도 관심도 칭찬도 아낌없이 주는 정복자님의 모습에 이곳의 특별함을 느낄 수 있었다.

코로나19 전 두꺼비생태관으로 소풍나온 날 기념샷
코로나19 전 두꺼비생태관으로 소풍나온 날 기념샷

정복자님의 꿈을 응원합니다!
아이들이 어린이집, 유치원에 다니는 이유는 무엇일까? 돌봄의 개념도 있지만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함께 어울려 노는 것도 큰 이유일 것이다. 노인유치원이라 하여 ‘노치원’이라고 하는 주간보호센터에서도 살뜰한 챙김과 함께하는 행복감이 주는 치유가 있을 것이다.

정복자님의 꿈은 하나! 어르신들 편찮으시지 않게 잘 돌봐드리는 것, 행복하게 해드리는 것! 누구는 어렵다는 일을 감사해하고 어떤 이는 힘들다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는 분. 노치원을 고를 나이에 노치원으로 꿈을 이룬 분. 그 분이 바로 밝은 웃음소리, 따뜻한 정으로 긍정을 정복한 정복자님이었다. 이 마음을 그대로 전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5분만 그분과 만나보면 단번에 알텐데...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던 길 내 손에 꼭 쥐어 주신 초콜릿보다 더 달콤한 정에 푹 빠져드는 정복자님의 꿈을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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