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에게 횡령죄가 인정될까?”

<질문> A는 채권자들로부터 집행당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살고 있던 아파트 소유 명의를 B 앞으로 돌려놓았다. 그런데 B가 그 명의가 자기 앞으로 되어 있는 것을 기화로, A 허락도 받지 않고 아파트를 C에게 팔아 그 대금을 마음대로 썼다. B에게 횡령죄가 인정될까?

<답변> 횡령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이 글을 읽기 시작하는 분들은 의아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 아파트를 팔아 자기 마음대로 썼는데도 횡령죄가 안 된다고. 얼마 전까지는 횡령죄로 처벌되었다. 그런데 대법원에서 2021. 2. 18. 그전 판례를 뒤집고, 위 경우에 횡령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 판결을 보기 전에 부동산 명의신탁에 대해 먼저 살펴보자.

위 사례에서 A는 명의신탁자, A를 위해 소유 명의를 위탁받은 B는 명의수탁자라고 한다.

옛날, 위 사례처럼 채권자로부터 강제집행을 당하는 것을 피하거나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명의신탁을 많이 이용했다. 이 때문에 사회·경제가 무척 불투명하고, 가진 자들이 세금을 내지 않고 부당하게 부를 축적했다.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져 갔다. 여기에 철퇴를 내린 게 1995.3. 만들어진 부동산 실권질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법)이다. 금융실명제와 함께 김영삼 전 대통령의 큰 업적이다.

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 약정은 무효이고, 그 약정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물권변동도 무효”라고 규정했다.

다만, 제3자에게는 위 무효를 주장하지 못한다. 위 사례로 보면, A와 B 사이의 명의신탁 약정은 물론 그에 터 잡아 이루어진 B 앞으로 넘어간 소유권이전등기도 무효다. 그러니까 등기부상 소유 명의가 B 앞으로 돼 있어도, 소유권자는 여전히 A다. 그러나 C가 소유 명의자인 B로부터 매매를 이유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받아 적법하게 소유권을 취득하여, A는 더 이상 소유권자가 아니다.

C가 아파트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과는 별개로, B는 그앞으로 등기 명의는 되어 있지만 법적으로는 A 소유인 아파트를 팔았으므로, 횡령죄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 법원도 그렇게 판단해 왔는데, 대법원은 이번에 명의신탁과 관련하여 횡령죄를 인정한 기존 판례를 모두 바꾸었다. [2021. 2. 18. 선고 2016도18761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은 전에도 “횡령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데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관계로 한정함이 타당하다”고 보아 왔는데, 이번에 명의신탁도 추가로 횡령죄로 보호할 필요가 없는 관계로 본 것이다.

형사적으로 횡령죄가 되지 않고, 민사적으로도 C가 적법하게 아파트 소유권을 취득하였기 때문에 A가 아파트를 찾아올 방법은 없다. 재산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B가 임의로 아파트를 판매하여 얻은 대금에 대해, 부당 이득반환청구를 하는 것인데, B가 그 대금을 다 써버리고 다른 재산이 없다면 구제방법이 없다. 법(부동산실명법)을 어긴 자에 대해서는, 그가 실질적으로 손해를 본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법은 그를 보호를 해 주지 않는다.

그러면, A가 명의신탁 약정을 통해 B 앞으로 아파트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준 후, 위와 같이 제3자에게 팔더라도 나중에 되찾아올 수 있도록 가등기나 근저당권설정 등기를 하면, 이것은 유효할까? 그러나 대법원은 이에 대해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위와 같이 무효인 명의신탁 약정을 함과 아울러 그 약정을 전제로 하여 이에 기한 명의신탁자의 명의수탁자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권을 확보하기 위하여 명의신탁 부동산에 명의신탁자 명의의 가등기를 마치고, 향후 명의신탁자가 요구하는 경우 본등기를 마쳐 주기로 약정하였더라도, 이러한 약정 또한 부동산실명법에 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 약정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무효이고, 위 약정에 의하여 마쳐진 가등기는 원인무효”라고 하였다. [2014다63315 판결] 부동산 명의신탁과 관련하여, 이제 법은, 명의수탁자가 어떤 부당한 행위를 하고 그로 인해 명의신탁자가 피해를 보더라도, 명의신탁자를 조금도 편들지 않는다. 법은 법을 지키는 사람만 보호해 준다.

오원근 변호사(오원근변호사법률사무소)
오원근 변호사(오원근변호사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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