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그림작가 우성희님 인터뷰

우성희님이 그림을 설명하고 있다.
우성희님이 그림을 설명하고 있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할 때 상을 받거나 돈을 많이 버는 등의 특별한 보상이 있어야 행복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잠시 멈춰 생각해보면 외부의 인정이나 물질적 보상보다는 결국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할 때 훨씬 더 깊은 만족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프로는 아니지만 그림을 그리는 게 좋아 그리는 행복한 아마추어 그림작가 우성희(47세, 산남부영)씨. 진정한 행복을 만들어가는 그녀를 마을신문에서 만나보았다.

산남동 남부은샘교회 1층 ‘쉴만한 물가’라는 문화공간. 그곳에는 다양한 아이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한켠에는 따뜻하고 생기있게 표현된 우리마을 그림이 걸려 있는데 바로 우성희씨 작품이다. 또 아들 김루이(산남중1)군의 그림도 그곳에 함께 걸려 있는데, 모자의 그림이 한곳에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보면 같은 취미를 나누며 재미나게 사는 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아들과 함께 그림 그리는 행복
우성희씨는 그림을 전공하지 않았다. 그저 좋아서 그리는 취미활동이고 아이들과 그림 그리는 일상이 행복 하다고 말한다. “코로나라서 밖에 나갈 수도 없는 동안 아이들이 게임하는 시간이 늘었어요. 그래도 아이들도 게임 시간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그림을 그리며 놀아요.

우성희님이 그린 산남동 마을 그림
우성희님이 그린 산남동 마을 그림

제가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게 그림 밖에 없었거든요. 그림 그리는게 놀이이고 일상이 되다보니 이번 ‘섬숨쉼’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아이 작품을 출품하게 되었어요. 마침 큰아이가 다니는 미술학원(보나 르화실) 원장님도 뜻을 함께 해주셔서 학원 아이들까지 참여하면서 작품이 풍성해 졌답니다” 우성희씨는 그림 으로 아들들과 소통하며 사춘기 아들과도 큰 갈등없이 일상을 사는 살아가는 소소한 행복을 전했다.

두꺼비마을과의 인연
우성희씨는 2007년에 남편과 산남동에 이사를 왔다. 처음 이사 온 동네라 낯설기만 했지만 이듬해 첫째 아이를 낳고 교회에서 운영하는 아기학교에 보냈다. 교회공동체 안에서 함께 육아하고 고민을 나누며 사람들과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살아보니 우리 마을이 참 좋아요. 생태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도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도 많아 따뜻한 마을이에요” 큰아이의 공동육아가 계기가 되어 교회 공동체 활동에도 열심히 참여하고 있는 그녀. 문화사역팀의 일원으로 포스터 제작이나 삽화를 그리거나 전시회 등의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섬숨쉼’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어려움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도움을 준 마을사람들 덕분에 전시회를 열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우성희님 아들 루이(산남중1)군이 그린 두꺼비생태문화관
우성희님 아들 루이(산남중1)군이 그린 두꺼비생태문화관
우성희님 둘째아들 로빈(샛별초2)군 그림
우성희님 둘째아들 로빈(샛별초2)군 그림
우성희님 가족사진
우성희님 가족사진

인생 2막
왜 그리는 것이 좋을까? 그림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졌다. “제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보물섬’이나 ‘어깨동무’ 같이 남자아이들을 위한 만화잡지가 아니라 처음으로 댕기라는 여자아이들을 위한 순정만화잡지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지금 사람들이 알고 있는 리니지나 바람의 나라 같은 것들이 이미 거기에 실려 있었어요. 고등학교 때 그런 만화 캐릭터들이 너무 좋아서 따라 그리면 친구들이 가져가곤 했어요. 고등학교 졸업 후에 애니메이션을 전공 하고 싶었지만 부산에만 유일하게 학과가 있어 가기가 어려웠죠. 나중엔 너무 배우고 싶어 수원에서 강남까지 학원을 다녔어요. 지금은 교통이 좋아졌지만 그때는 지하철을 몇 번이고 갈아타며 다녀야 했어요.” 그런 그림에 대한 열정 때문일까? 꾸준히 그림을 그리며 실력을 쌓아 온 덕분에 삽화를 그리거나 예술 의전당 오페라(세빌리아의 이발사)의 무대그림에 참여 하기도 했다.

“마흔이 넘으면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것저것 좋아하는 분야가 다양해 뭘 골라서 하게 될지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처럼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도전할 거예요” 나이나 조건에 상관없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제2의 인생을 찾으려는 그녀가 용기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미얀마 민주화 운동 지지를 위한 굿즈 제작 기획
우성희님은 요즘 미얀마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고 기억하기 위해 배지를 디자인하고 있다고 한다.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모아 펀딩을 하고 얼마가 모이든 상관 없이 마음을 담은 작은 배지를 제작할 계획이다.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기억하고 함께 하려는 목적으로 만드는 것이기에 이윤 없이 5천원 정도의 비용을 예상하고 있다. “시작은 네 명이 출자하고 클라우드 펀딩으로 모이는 금액만큼 제작할 예정이예요. 이 작은 시작이 1차에서 끝날지 2차, 3차로 계속 이어질지는 사람들의 관심에 따라 달라질 것 같아요. 뱃지 제작과 함께 만약 기회가 된다면 학교 아이들에게도 미얀마 이야기도 들려 주고 싶어요.”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이런 일이 꼭 많은 걸 가진 사람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들이 모이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학생들 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전했다.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배지로 결과물을 만들어 내어 학교 공동체까지 확산 하겠다고 말하는 그녀. 자신은 그저 작가도 아무것도 아니라며 손사래 치는 평범한 사십대의 그녀지만 미얀마 배지처럼 사회문제에 눈감지 않는 용기있는 작가였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옮기는 한걸음. 그 한걸음을 내딛는 우성희님이야 말로 진정한 프로페셔널이 아닐까?

박선주 마을기자
박선주 마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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