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산 살리기 성화개신죽림동 위원회 김종태 위원장

요즘 구룡산에 올라가 보면 온통 꽃밭이다. 제비꽃, 민들레, 박태 기나무꽃과 라일락… 그외 이름 모를 꽃들이 구룡산 여기저기 피어 있다. 요즘 코로나로 인해 경제적으로도 힘들고 정서적으로도 위축되어 있지만 홀로 나선 등산길에 가득 핀 봄꽃을 만나면 오랫동안 보지 못한 친구와 가족을 만난 듯 반갑다.

김종태 위원장
김종태 위원장

5월의 구룡산은 푸르름을 더해가는 중이다. 이 소중한 푸른 산을 지키기 위해 2년 전 봄, 주민들이 촛불을 들었다. 주민들은 밀집된 도시의 한가운데에서 허파 역할을 톡톡히 해주는 구룡산의 고마움을 잘 알고 있기에 개발로부터 반대 서명을 하였고, 청주시에서 구룡산 전부를 매입하여 보존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뜨거운 태양과 차량의 매연을 마시며 피켓을 함께 들었고,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시민들의 자발적인 기부를 통해 보존 가치가 높은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시민의 소유로 영구히 보전하고 관리하려는 시민운동)을 통해 생태가 살아 숨쉬는 도시숲을 지키고자 시민들이 십시일반 모금운동도 하였다. 두꺼비생태문화관을 시작으로 매주 금요일 저녁 성화동 장전공원에 모여 함께 촛불을 들었던 그때, 그 촛불은 한 개인이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해 함께 살아가기 위한 뜨거운 시민들의 마음과 마음이었다.

마을신문은 구룡산촛불문화제 2주기를 맞아 당시 구룡산 살리기 성화개신죽림동 위원회 위원장으로 함께 참여했던 김종태(61, 성화동)씨를 만나보았다. 아이 손을 붙잡고 촛불을 함께 들었던 부모와 어르신들, 국수를 삶아 나눔 했던 생협 회원들, 계란과 먹을 것을 들고 나와 나눔 했던 이름 모를 봉사자들, 불쑥 촛불문화제 현장에 출현한 두꺼비 등등 2년 전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만큼 절실했고 가슴 뜨거웠던 2년 전 구룡산지키기 운동은 여전히 우리들의 기억속에 생생하게 남아있었다.

지난 14일, 김종태 위원장을 만나러 장전공원에 갔다가 기념 사진. 왼쪽부터 필자 조현국 구룡산살리기집행위원장, 김종태 위원장, 사진은 김용규 의원
지난 14일, 김종태 위원장을 만나러 장전공원에 갔다가 기념 사진. 왼쪽부터 필자 조현국 구룡산살리기집행위원장, 김종태 위원장, 사진은 김용규 의원

삶의 터전은 투기의 대상이 아니어야 한다.
김종태씨는 구룡산 살리기 촛불문화제에 참여하면서 “구구단 공부 이후로 인생에 이렇게 많이 배운 적이 없다”고 하였다. 그만큼 최선을 다해 문화제를 준비했고 두꺼비친구들을 비롯해 환경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사람들 에게 배운 점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문화제에서 주민들에게 했던 연설이 열정적이고 정곡을 찔러 ‘핵사이다’라는 별명도 얻었다. “집값이 오르면 팔아서 이익을 남기려는 마음이 아니라, 구룡산이라는 자연이 좋아 삶의 터전이라는 생각으로 이사를 왔어요. 많은 사람들이 이용 하는 곳이고 맑은 공기를 만들어내는 구룡산을 파헤친 다고 하니 가슴이 아팠습니다. 청주의 정치인들 중에는 청주에 집을 팔고 서울에 집을 남겨 놓으면서 청주를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분들이 계십니다. 집이 투기의 목적인데 자기가 거주하는 곳이 삶의 터전으로서의 의미가 있을까요. 그러다 보니 도시공원을 지키는 일에도 소극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정치인들이 진짜 지역을 위한 정치를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죠. 그런 점에서 많이 안타깝고, 더 많은 시민들이 문화제에 함께 했으면 청주시장의 마음을 바꿀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라는 말로 당시에 구룡산 지키기에 적극적이지 못했던 정치인들의 세태를 꼬집어 말했다.

“인생에 많은 것을 얻었다.”
촛불문화제가 한창인 당시에 김종태씨의 부인이 크게 아팠다고 했다. 하지만 문화제에 참가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귀했기에 말을 할 수도 빠질 수도 없었던 상황이라 큰 수술을 앞두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수술 잘하고 올 테니 문화제에는 빠지지 말라는 부인의 말에 다시 돌아와 촛불문화제에 참여했다. 지금은 다행히 건강을 회복했지만 그 때의 복잡한 심경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인생에서 가장 큰 산을 넘었던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고 그만큼 절실했다.
 

현장에 답이 있다.
그는 청주의 도시계획이 더 이상 산을 파헤쳐서 개발 하는 방식으로는 안된다고 했다. “기존의 집들을 재개발 재건축을 해서 주거환경을 조성해야지, 새로운 땅을 찾고 숲을 깎아서 조성하면 기존에 조성되었던 주택을 버리고 사람들은 새로운 곳으로 이주를 하게 되겠죠. 그럼 우암동의 경우처럼 오래된 주택가들이 버려지고 흉물스럽게 변해 사람이 살기 어려운 곳으로 변합니다. 앞으로 대한민국은 더 이상 인구가 늘지 않고 줄어들텐데 도시를 확장하는 개발방식을 빨리 버리지 않으면 많은 곳이 유령도시로 남을 수 밖에 없어요. 가까운 일본의 경우만 보아도 그렇습니다. 자연환경은 앞으로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더욱 기존에 조성된 주거환경을 재정비하고 재개발하는 게 옳다고 봅니다.” 김종태씨는 청주시장이 한 번이라도 구룡산을 둘러보고 주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면 구룡산이 청주시의 땅으로 지켰을 거라며, 현장 파악이 안 되는 정치행태는 없어져야 한다고 토로했다.

구룡산촛불문화제 때 대금 연주자. 김종태 위원장이 섭외했다.
구룡산촛불문화제 때 대금 연주자. 김종태 위원장이 섭외했다.
구룡산 살리기 촛불문화제에서 사회보는 모습
구룡산 살리기 촛불문화제에서 사회보는 모습

구룡산 ‘쓰담달리기’를 제안합니다.
김종태씨는 구룡산 살리기 촛불문화제 2주년을 돌아 보며 주민들과 함께하는 구룡산 플로깅( 조깅을 하면서 동시에 쓰레기를 줍는 운동. 국립국어원은 2019년 11월플로깅을 대체할 우리말로 ‘쓰담달리기’를 선정한 바 있다)을 제안하였다. 꽃들이 만발한 5월에 구룡산 남쪽에 위치한 산남동과 북쪽에 위치한 성화동 주민들이 동시에 구룡산에 오르며 쓰레기를 주워 담는 것으로 구룡산을 지키고자 하는 운동이 계속되고 있음을 알리고 싶은게 취지라고 한다.

김종태씨 이야기를 들으며 2년 전 이맘때 열심히 구룡산을 지켰던 사람들의 모ㆍ습이 떠올랐다. 촛불문화제에 함께 했던 주민들은 일상으로 돌아와 누군가의 엄마로 남편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다행스럽게 구룡산이 대규모 도시개발로부터 지켜졌고 그들의 일상에 맑은 공기와 삶의 터전으로써 역할을 다해주고 있다. 동네를 다니다가 낯익은 얼굴을 만나면 그때 촛불을 들었던 그 아주머니일까 잠시 멈춰 생각한다. 두꺼비마을 사람들과 청주 시민들은 생태와 환경의 중요함을 알고 있고, 앞으로도 함께 살아가기 위해 지켜야할 무언가가 있다면 그때처럼 다시 촛불을 밝힐 것이라고 믿으며 말이다.

인터뷰ㆍ글 박선주 마을기자
인터뷰ㆍ글 박선주 마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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