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로 보내는 안내 자료에 실수가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은 발송 버튼을 막 누른 순간이었다. 털썩 의자에 등을 내던지고 기대어 잠시 멍하니 앉아 있다가 이내각 학교 담당자의 이름을 모두 찾아냈다. 행여나 업무 처리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쪽지를 보냈다. 쪽지를 받은 선생님들이 고마움을 표현 하는 답장을 보내온다. 한 해 업무를 무사히 마무리한 축하인사를 서로에게 건넨다. 실수 덕분에 본 적 없는 선생님들과 마음을 나눈다.
얼마 전 어느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30년 가까이 나이 차이가 나는 두 무명가수의 듀엣 공연을 보게 되었다.
최고령의 무명가수는 익숙지 않은 요즘 세대 노래를 부르는 중간에 그만 박자를 놓쳐버렸다.
20대의 청년 가수는 파트너가 실수하는 순간에도 상대 에게 집중하며 화음을 넣어 노래를 이어갔고 두 사람의 노래는 담담하고 아름답게 완성되었다. 실수가 없었다면 두 사람이 오롯이 상대와 노래에 집중하고 배려하며 멋진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장면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돌이켜 보면 교사로 살면서 아이들에게 ‘실수하지 말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어른들은 실수가 반복되면 실패로 이어질까 걱정하며 실수를 줄이라고 잔소리를 해댄다. 어떤 아이들을 실수가 줄었지만 어떤 아이들은 실수를 두려워하게 되었다. 또 어떤 아이들은 실패하지 않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기력한 아이들이 되었 다.
코리나 루이켄의 그림책 「아 름다운 실수」는 실수를 두려 워하는 우리 모두를 위로한다. 루이켄은 5살짜리 딸이 무언가를 그리다가 고칠 수 없는 실수로 눈물을 흘리며 종이를 땅에 던지는 광경을 보고 오랫동안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아름다운 실수」에서 루이켄은 작은 얼룩을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변형시켜 간다. 의도치 않은 실수로 찍은 점이 멋진 그림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함께 여행하게 된다.
도화지에 찍은 얼룩 한 점이 그저 자그만 실수로 남을 수도 있고 근사한 작품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실수는 실패가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며 삶을 배우는 방법이자 과정이다. 우리의 삶은 모두 진행 중인 미완의 작품인 것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을 맞이하고 있다. 올 한해 미증유의 코로나19 상황을 겪으며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야만 했다. 혹 실수라고 여겨지는 순간이 있다면 그 순간이 새로운 시작임을 나에게, 아이들에게, 우리 모두에게 말하고 싶다. 실수를한 스스로를 다독이고 위로하는 연말이길 기원한다. 

추주연(청주교육지원청,산남퀸덤)
추주연(청주교육지원청,산남퀸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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