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수능 치러낸 고3 김태희 학생 인터뷰

 

  김태희 학생(산남푸르지오, 19세, 사진)과 같은 올해고3 학생들을 월드컵 베이비라고 부른다. 바로 대한민 국을 연호하며 온 나라를 들썩이게 했던 2002년 월드컵이 치러진 해에 태어난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감격적인 월드컵 4강 신화와 함께 등장한 세대이지만 안타깝게도 이들의 학창시절은 내내 전염병과 싸워야 했던 세대이 기도 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해에 신종플루를 겪어야 했고, 중학교에 입학해서는 메르스를, 그리고 올해 코로나19를 딛고 수능을 보아야 했던 불굴의 세대이기도 하다. 게다가 2015개정 교육과정과 개편된 수능이라는 큰 폭으로 변화된 형태의 교육에도 적응을 해야 했던 시련의 2002년 생이다. 올해 고3으로 수능 시험을 마친 김태희 학생을 마을신문이 만나 보았다.

지난 19년을 돌아보다....
세월호 – 자유학기제 - 개편된 수능 - 코로나

“제가 6학년 때 세월호 사건이 있었어요. 그날이 생생 하게 기억나는데 학원 선생님이 세월호 사건이 났다고 하셔서 그냥 배 이름인가보다 했어요. 처음에는 그렇게큰 사건인지 몰랐거든요. 나중에 알고 보니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어 어린 마음에 충격이었어요. 이후 졸업여 행은 당연히 못갔구요. 당시엔 고등학생이면 되게 어른 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막상 고등학생이 되어보니 그렇지 않더라구요. 어리고 꽃다운 나이에 정말 안타까운 사고였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중학교 1학년 때 자유학기제가 도입된 첫 해여서 자유학기제를 시행하는 학교와 안 하는 학교로 나뉘었 어요. 자유학기제라는 걸 경험해보고 싶었는데 우리 학교는 안해서 경험해보지 못해 아쉬워요. 지금처럼 자유 학년제를 모든 학교가 다 했더라면 좋았을텐데... 다양한 인생 공부의 기회를 갖지 못해 아쉬워요. 제가 가장 힘들었던 건 2015 교육과정으로 바뀐 첫수능이예요. 사실 수학의 경우 범위가 달라지는 등 전반적으로 내용과 평가에 큰 변화가 있었어요. 게다가 수능준비하면서는 참고할 기출문제를 뽑아야 하는데 작년 것은 전부 무용지물이 되어 기준이 없어 당황스 러웠습니다. 게다가 코로나까지 엎친데 덮친 격이었 어요. 2002년생은 내년에 대입 제도가 또 바뀌어 재수를 못한다는 말까지 있더라구요. (웃음) 어쨌든 태어나 지금까지 19년 동안 코로나가 제일 큰 변수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2월 3일은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 하고 대한민국의 고3들이 무사히 수능을 치러낸 날이다. 11월에 예정된 수능을 한 차례 연기하는 우여곡절에 더해, 수능 직전 코로나19에 확진된 고3 학생들이 늘어 가는 상황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게 격리 병상을 마련해야 하는 등의 절박하고 안타까운 상황이 계속해서 펼쳐 졌다. 코로나로 인해 발생한 수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교육계와 학부모, 학생들은 물론 전국민의 협조 속에 마스크를 쓰고 가림막이 둘러진 책상에서 침착하게 수능시험이 치러졌다. 지구촌 대부분 나라에서는 도저히 해내지 못한 일이었다. 모두가 안타까워하는 가운데 무사히 수능을 치러낸 고3으로서의 소회를 들어보았다.
 

응원 메세지
응원 메세지

 


코로나19의 혼란 속에서 보낸 고3
모두가 처음 겪는 코로나19의 상황속에서 고등학교 3학년이 된 김태희 학생은 입시를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 자체가 일단 어려웠다고 말했다. 게다가 전혀 예측할 수없었던 코로나로 인해 학교에 못 가는 상황에서 홀로 공부하기란 말할 수 없이 낯선 경험이었다. 친구들을 만날 수 없으니 서로 경쟁도 위로도 할 수 없어 특히 힘들 었다며, 다른 친구들은 무슨 공부를 하는지 대학이나 진로에 대해 어떻게 계획하고 준비하는지 몰라 마치 어두운 미로 속을 헤매는 기분이었다고 회상했다. “선생님과 친구들과 연락하여 상의 했지만 아무도 확답을 주지 못했어요. 지금 하고 있는 게 맞는 건지 틀린 건지도 모른 채 반 학기가 흘러갔습니다. 이후 5월20일 등교가 재개되어 학교 행정이 급박하게 돌아갔고 고3이란 부담감을 내려놓기도 전인 3일만에 모의고사를 보고 또 며칠 후에 내신시험 보는 식으로 1학기가 정신 없이 지나갔어요”
 

 

코로나도 막지 못한 수능 열기
코로나도 막지 못한 수능 열기

 


‘대체 일년 동안 뭘 한거지?’
김태희 학생은 집에서 공부하는 기간 동안 시간이 많이 남은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필자 또한 시간의 흐름은 상대적인 것이라 비교대상이 없는 시간은 느릴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겉으로는 시간이 없다고 말했지만 내심으로는 많이 남아있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5월 등교 이후 시간이 후딱 지나가 원서를 넣을 때가 되었을 때 놀랐습니다. 원서 준비를 하며 학생기록부를 보니 그동안의 학교생활이 그제서야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그걸 보면서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 밀려왔습니다. 만약 평범하게 학교에 다녔더라면 친구들과 선생님과 상의하고 도움을 받으며고3생활을 더 잘 할 수 있었을까요? 아쉬움과 후회가 많이 남아 남동생에게는 너는 나처럼 후회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시종 웃음 띠며 이야기하지만 어린 학생이 감당해야 했던 시간들이 안쓰러웠다.

 

 

김태희 학생이 시험날 이름모를 책상 주인에게 준 작은 선물
김태희 학생이 시험날 이름모를 책상 주인에게 준 작은 선물

 

스무살의 계획
19년이라는 시간동안 굵직굵직한 어려움을 딛고 고3을 완주해 낸 기특한 월드컵베이비들, 수능이 끝난 지금 태희학생은 어떤 생각과 계획을 갖고 있는지 물어 보았다. 태희학생은 아르바이트를 해서 학비나 용돈을 벌어야 하는데 코로나 경제 상황에서 뽑는 곳이 없어 부모 님께 미안한 생각이 든다고 했다. “코로나로 외출조차할 수 없어 마치 하루 종일 집 지키는 강아지가 된 기분 이예요. 일단 코로나가 끝나면 친구들과 놀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원하는 대학에 합격이 된다면 M.T.도 가보고 싶고 남자친구도 사귀어 보고 싶습니다. (웃음) 지금 까지는 부모님에게 기대고 보호 받으며 어리광 부리는 미성년이었는데, 내년에 스무살 성인이 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해요. 모든 걸 제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되기도 하지만 책임감도 느껴집니다”


코로나라는 힘든 상황에서 이제 막 수능을 끝낸 열아홉살의 김태희학생은 담담하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누구보다 힘든 상황에서도 고3으로서의 시간을 최선을 다해 통과해 낸 월드컵베이비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열아홉 대한민국 청춘들에게 태희학생의 인생모토를 전해 본다. ‘해볼까 말까 고민될 때는 무조건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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