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앞 데리고 온 빛
좁은 침묵 만나자 곧 사라진다 안방
넘어갈 수 없는 세계
언젠가 마주친 눈빛
문을 닫고 들어간 누나는 보이지 않는다
다리 짧고 몸이 뭉툭한 강아지
짓무른 눈 비비며
텅 빈 공기를 익숙하게 긁어 모은다
꽁꽁 동여맨 이불 꽃무늬꽃
몸 비틀며 춤추고
구석 푸른빛 컴퓨터는
총을 쏘며 끈끈하고 찐득한 늪을 울렁인다
어머니께서 박카스 내어놓자
차갑고 가느다란 녹슨 못이 벽에서 떨어진다
볕은 한낮 나무는 잎을 떨구고
끝끝내 그의 잠 깨울 수 없어 어둠에 재우고 나온다

 

김태식(성화중 교사)
김태식(성화중 교사)

 

<시인의 말>
늦었습니다. 시라는 게 마음에서 기껍게 우러나오는 감정인데 때론 마감에 쫓겨 억지로 지어내는 것 같아 저어됩니다. 이번 시도 좀 그런 것을 어쩌지 못합 니다. 제가 맡은 3학년 학생들은 이제 고등학교 진학을 시켜야 하는 때입니다. 간신히 수업일수는 채워 졸업은 할 순 있지만 들어갈 고등학교가 마땅치 않은 아이가 있게 마련이지요. 우리 반에 OO 이도 그런 아이 중 하나입니다. 그 아이를 생각하며 시를 써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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