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부부 사이의 신성한 약속이고, 특히 슬하에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더욱 더 공고히 지켜져야 할 관계이지만 어쩔 수 없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이혼을 하게 되는 경우가 주변에 많이 있다. 이 경우 이혼을 하게 되는 당사자들은 스스로의 결정으로 맞게 된 결과이므로 어떤 식으로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가만히 있다가 가정이 해체되는큰 불행을 맞이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상처를 최소화하기 위해 어른들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 법원도 아이들의 복리를 최우선적으로 살피려고 애쓰고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지만, 결혼 생활 중에는 아이의 양육에 크게 관심이 없던 부모도 이혼 소송이 시작되면 갑자기 그렇게 아이에게 집착을 하면서 친권과 양육권을 가져야겠다고 고집을 하고, 상대가 자신의 면접교섭을 방해한다며 자신의 면접교섭에 관한 권한을 강하게 주장하려 한다. 협의이혼도 아니고 소송을 통해 이혼을 할 상황에 이르렀다면 그 과정에서 부모가 얼마나 갈등을 겪었겠는가. 그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보며 불안해하고 힘들어 했을 아이들이 이제는 자신들을 두고 이해 못할 줄다리기를 하는 부모의 눈치를 보며 또 여기저기 오가야 하는 것이다.
요즘은 아이들이 빨리 성숙해지기 때문에 사실 만 10세 정도만 넘어도 자기 의견을 똑바로 밝히고 자신의 의사대로 하니까 그때부터는 다른 이야기지만, 아직 그 나이에 이르지 못한 아이들의 경우 부모 양쪽의 눈치를 보면서 말도 못할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객관적으로 좋은 부모든, 조금 부족한 부모든, 나쁜 부모든 떠나서 어쨌든 아이에게는 가장 가깝고 친근하고 자신을 지켜줄 유일무이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 나이의 아이들은 부모를 가장 사랑하고 또 가장 사랑받고 싶어 할 수밖에 없는데, 이때문에 아이들이 면접교섭을 하는 과정에서 엄마랑 있을 때는 엄마가 듣고 싶은 말을 하고, 아빠랑 있을 때는 아빠가 듣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면 또 이 엄마, 아빠들은 상대가 아이한테 잘못한다, 나쁜 사람이다 하면서 아이의 말을 녹음해서 법원에 증거로 제출해달라고 하는 식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것은 너무나 일반 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으로, 아이에게 해로운 일이기 때문에, 법원에서는 그런 녹음 좋아하지도 않으시고, 녹음된 아이의 말이 진정한 의사에 기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으시므로, 제발 무리하게 아이를 힘들게 하지 않으셨으면 하고 당부 드리고 싶다.
우리 가사소송법은 본안사건, 그러니까 이혼, 위자료, 재산분할 등 사건의 판결이 선고되거나 확정될 때까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어른들에게나 아이들에게나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양육자와 면접교섭에 관한 사항, 양육비 등을 임시로 정해둘 수 있는 ‘사전처분’ 제도를 마련해두고 있다. 본안 사건이 마무리될 때까지 임시로 몇 가지 약속을 정하는 것 때문에 사전처분의 내용대로 사건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미리부터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지만, 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잠정적인 판단이 대체로 어떤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지 가늠할 수있다는 점에서 최종적인 결론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모든 이혼 등 사건에서 사전처분을 하는 것은 아니나, 소송이 오래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사전처분을 해두는 것이 사건 중 또 다른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방법이 될 수있기 때문에 대체로 사전처분을 하게 된다. 당사자 중 일방 또는 쌍방이 신청해서 법원이 하는 경우도 있고, 법원이 직권으로 하는 경우도 있으며, 본안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가 사전처분도 담당한다. 사전처분을 통하여 면접교섭이 이루어지는 경우 당사 자들과 아이들은 법원의 도움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면접교섭을 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고, 면접교섭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재판부와 가사조사관, 법원과 연계된 상담사 등의 조력으로 이를 해결하면서 이혼 후에도 건전한 가족관계를 이어갈 수있는 가능성을 모색해볼 수 있으므로, 당사자들의 당초 예상과 달리 재판이 길어지는 것이 생각보다 고통스러운 시간이 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한편 양육비와 관련하여, 사전처분 과정에서도 그렇고, 사건 종결 이후에도 그렇고, 면접교섭과 양육비를 대가관계로 생각하 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참 안타까운 일이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면접교섭과 양육비는 대가관계가 절대 아니다. 면접교섭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방해되는 것은 사전처분의 경우에는 재판부에 사정을 이야기해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고, 본안 판결이 이미 나온 이후에는 면접교섭이행명령신청 등을 통해야 할 일이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음으로써 아이의 복리를 해치는 행동을 해서 해결할 일이 아니다. 그리고 거꾸로 양육비를안 받을 테니 앞으로 아이와 연을 끊고 만나지도 말라고 요구하는 일도 법원에서는 허용하지 않으므로, 그와 같은 조건의 협의 이혼 또는 조정이혼도 매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가하다. 면접교섭은 부모의 권한임과 동시에 아이에 대한 의무의 성질도 가지므로 포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고, 양육비는 양육친이 그것을 받기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면접교섭과 관계없이 무조건 지급해야 하는 것이다.
통계청이 지난 9월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이혼 가정이 지난 5년간 꾸준히 늘어 2019년 11만 1,000여 건의 이혼이 이루어졌고, 인구 1,000명당 2.2명이 이혼을 했다고 한다. 현재 혼인신고 건수 대비 이혼 신고 건수가 50%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이처럼 이혼이 늘고 있고 개인의 자율권을 중시하는 경향이 점차 강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결혼생활을 지속하기 힘들어하는 부부에게 아이들을 보아서 참고 살라는 것은 현실적인 이야기가 될 수 없을 것이고, 다만 이혼에 책임이 없는 아이들이 부모의 이혼으로 입게 될 마음의 상처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부모와 주변인, 법원, 그리고 사회가 사실적, 제도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박아롱 변호사(박아롱법률사무소)
박아롱 변호사(박아롱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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