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신문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는 정유진님
마을신문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는 정유진님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많은 삶의 변화가 있었다.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이고 이웃 간에 관심이 멀어질 수밖에 없어 불안, 우울의 문제뿐 아니라 각종 사회 문제가 넘쳐나고 있다. 이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열정으로 아이들을 키워내고 공동체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바쁜 시간을 쪼개어 봉사하려 애쓰는 이웃이 있다. 코로나19라는 세찬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작은 영웅. 그 영웅은 다름 아닌 평범하게 살아가는 바로 당신, 우리의 이웃이다.


우리 동네에는 영웅들이 많이 산다
출근 길에서, 장을 보다가도, 학원을 가는 길에 수시로 그들을 만난다. 그들은 사람을 구하기도 하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새나 지렁이 같은 작은 동물들을 구하기도 하고 심지어 지구를 구하기도 한다. 가까운 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다니거나 길가에 떨어져 있는 쓰레기를 지나치지 못하는 것으로 지구를 구하고, 두꺼비 같은 작은 동물이 로드킬 당하지 않도록 도와 주거나 먹이를 주는 것으로 동물을 구하고, 지역 농산물을 이용하고 미래사회에 기둥이 되는 아이들을 키워내고 아이들을 위해 봉사를 하는 것으로 사람을 구한다.


마을신문에서는 200호를 맞아 이런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당신들을 여의주 (여러분이 의미있는 마을의 주인공입니다.)로 선정하였다. 그 많은 당신들 중 정유진(39세, 대원1차) 주민을 대표로 만나 코로나시대를 살아가며 느끼는 일상속 문제점과 생각을 들어보았다.


정유진님은 세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이다. 첫 직장인 새마을금고를 첫아이 임신 후 그만 두었다. 둘째 아이를 출산하 고는 집안 사업을 도우며 가정 경제를 함께 책임졌고, 셋째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면서는 경력단절 여성으로 여성인력 관리공단에서 컴퓨터교육을 이수하는 등의 노력으로 콜센터에 취업을 했다. 아이를 키우며 풀타임 근무를 하는 것이 녹록치 않았지만 상냥하게 사람을 응대하는 업무가 스스로 힐링이 되는 느낌이었 다고 했다. 그만큼 이웃에 관심이 많고 친절하게 이야기는 나누는 것은 그녀의 천성이기도 하다. 막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간 올해, 코로나19 상황으로 아이를 학원으로 돌릴 수 없어 휴직을 하고 산남동 국가대표MAS태권도 학원에서 시간제로 근무한다. 파트타임이라 월급은 적지만 아이들도 챙기고 자기개발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겨 참 좋다고 한다. 남는 시간에 투잡을 해보려고 고려중이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는다.
코로나 시대의 학교 교육에서 문제 점이나 개선점을 물었다. 올해 코로 나로 인해 입학식은 물론이고 막내 아이는 학교에 가지 못해 돌봄의 문제가 가장 어려웠다고 했다. 그나마 정유 진씨는 오전 출근이 아니어서 괜찮았 지만 워킹맘들은 무척 곤란했단다.
이런 것들이 저출산과 연결이 되고 구조적으로 해결이 되지 않으면 지속될수 밖에 없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교육에 있어서 좋았던 점은 IT 강국인 한국답게 한달만에 스마트기기의 빠른 보급과 온라인 학습으로의 발빠른 전환을 꼽았다. 사교육을 받는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간에 교육의 격차가 여전히 문제점으로 남아있 지만 놀면서 배우는 생각의 힘을 믿는다며 희망을 이야기 하였다. 공교육 격차에 대해 학습면에서 제안할 점은 담임 선생님의 교육 코칭 같은게 있었 으면 좋겠다고 했다. 특히 사교육을 받기 어려운 아이들에게 집에서 어른과 함께 할 수 있는 교육을 안내해줬 으면 좋겠다고.... 예를 들면 ebs나유튜브 컨텐츠 중 어떤 교육프로그램을 시청하면 좋을지 맞춤 솔루션을 제공 해준다면 시간이 없는 워킹맘들이나 조손 가정들에 큰 도움이 될거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사이트 제공, 무료 학습지 제공, 강의 추천 등을 통해 짧은 시간에 자녀와 함께 시청할 수 있는 양질의 맞춤 교육 컨텐츠 제안을 담임 선생님이 해줄 수 있다면 공교육 격차가 줄어들지 않을까?

2019년 4월 26일 1인 피켓시위에 참여한 정유진님
2019년 4월 26일 1인 피켓시위에 참여한 정유진님

 

작년 구룡산 피켓 시위에 주민 참여자로 참여 했던 일을 이야기 나눴다, 그렇게 바쁜 일상 속에서 어떻게 피켓 시위에 참여를 했는지 물었다. 정유진씨는 경제적 사정도 사정이지만 세 아이들을 학원 으로 돌려가며 키우기 보다는 자연과 책속에서 행복하게 이야기 나누며 아이를 키워왔다고 했다. 그래서 세 아이들과 마을의 구룡산과 생태공원을 다니며 진달 래꽃으로 화전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개구리 알을 두 손 가득 담아 관찰하며 배우고 놀았다고 했다 그런 추억이 가득한 놀이터였던 구룡산이 개발된다는 이야 기를 듣고는 멍하게 있을 수 없어 막내의 손을 잡고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며 구룡 산을 지키자는 피켓 시위를 했다. 하지만 그 일은 지금에 와서 그 일을 떠올려 주는 이웃들 덕분에 오히려 에너지를 얻게 되어 행복하다고 했다.

정유진님 세 아이(윤예은, 윤도경, 윤태경)의 어린 시절 사진
정유진님 세 아이(윤예은, 윤도경, 윤태경)의 어린 시절 사진

 

내 아이들이 산과 자연 속에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동참했던 것뿐이라며 겸손하게 웃어 보였다.
정유진씨는 산남동에서 13년째 살아 가는 주민이다. 그녀에게 이 마을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느낌인지 물어 보았다. 그녀는 먼저 마을신문과 공동체를 꼽으며 이곳은 특별한 곳이라고 말했다. 동네 산책길에 두꺼비 울음소리를 듣는 동네가 어디 있느냐고 말하며 실제로 듣는 것이 너무 좋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마을신문과 공동체가 자연이 살아있는 산남동을 지켜준 것만 같아 특별하고 감사하다고도 했다.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닌데 두꺼비를 지키고 구룡산을 지키는 일을 해주어 고맙다고 누릴 수 있어 행복하다고 전했다. 마을신 문을 통해 옆집에 누가 살고 무슨 일이 있는지 시시콜콜하게 알려주어 소통이 되는 동네라고 말하며, 가족이 하는 편의점을 소개하고, 상가가 문을 닫는 것을 함께 아파하고, 부패되는 쓰레기를 지나치지 않고 애정의 눈길로 바라봐 주어 동네가 건강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두꺼비로 소통을 하고 그걸 마을신 문은 활자로 담아내어 주민들이 서로 연결되는 건강한 동네라고 말했다.


“두꺼비들도 마을의 이야기를 다 듣고 있을 거예요. 개체수가 늘은 걸 보면 두꺼 비들도 행복하다는 증거거든요. 우리마을은 생태가 살아있는 마을입니다.”라고 행복의 관점으로 우리 마을을 평가하였다.

 

필자와 함께
필자와 함께

 

인터뷰가 끝나고 무심천으로 자전거를 타러 간다고 환하게 웃으며 이야기 하였다. 주말 오후, 아이들 셋 다 친구들을 만나러가 홀가분하게 무심천을 달리러 가는 정유진씨의 행복한 웃음이 가을햇살과 꼭 닮아있었다.
우리 마을의 영웅은 그렇게 소박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으며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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