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에너지' 이승재 대표

올 여름은 알래스카의 여름기온이 이례적으로 37도까지 올라갔다. 기후변화로 인해 북극지방의 기온이 올라 얼음이 녹고 지구 온도 상승이 가속되어 해수면이 녹고 생태계가 재편되는 등 급격한 변화에 있는 것이다. 기후 학자들은 기후 재앙을 막을 지구의 온도 상승의 임계점을 1.5도로 보고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전세계가 동참할 것을 호소하고 있지만 보다 강력한 정책과 기술혁신, 소비 의식의 대전환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런 기후 위기의 시대에 독일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폭발 사고 직후 2022년까지 탈원전을 선언하고 발 빠르게 친환경 에너지 산업으로 전환해 가고 있다. 이승재 대표는 독일에 20년간 거주하며 유럽의 친환경 산림바이오매스 산업을 연구, 2008년 우리 정부의 녹색성장정책을 기조로 하는 나무에너지 사업에 참여하였다. 2017년 한국에 “나무와에너지”를 설립, 목재팰릿을 이용한 친환경 한국형 에너지공급 사업을 진행중이다. 여의주에서는 이승재 대표를 통해 한국의 산림바이오매스 산업의 현 상황을 진단해보고, 해결책을 알아보고자 한다. 또한 그의 취미인 커피그라인더 수집을 통한 인간적인 면모를 들여다본다.

지난 7월 7일 '한솥밥, 한식구, 한마을'에 초청되어  강연하고 있는 이승재 대표
지난 7월 7일 '한솥밥, 한식구, 한마을'에 초청되어 강연하고 있는 이승재 대표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올해 만 50세가 되었습니다. 나이 스물 여덟에 독일행을 택했고 해외살이를 만 20년을 채우고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현재 나무를 에너지로 사용하기 위한 설비를 제공하는 기업체의 대표이고 단국대학교 산림에너지연구소의 부소장을 겸하고 있습니다.”

청주와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청주대학교를 졸업했습니다. 대학 4년을 보낸 곳이라서 애착이 깊지 않을 수 없습니다. 89년부터 청주 생활을 했는데 긴 시간 해외에 있다가 돌아와서 보니 못 알아볼 정도로 달라져 있더군요. 바지런하던 시절을 청주서 보냈는데 지금 청주에선 방향감각을 찾을 수 없습니다. 청주에서 학교를 다녔고 사람들을 사귀었고 연애를 했는데 도무지 어디가 어딘지를 알아 볼 수 없게 많이 달라져 있습니다.
얼마 전 마을 주민들이 모인자리에서 강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청주가 어떻게 변한건지를 그간 알 수 없었는데, 강연에 모이신 분들을 보니 청주가 달라진 것은 도심의 모습만이 아니라 시민사회의 역량과 구성이 달라졌다는 게 느껴지는 자리였습니다.“

“나무와에너지”사업을 시작하게 된 동기가 무엇인가요?
  “독일의 통일을 공부하기 위해 98년 독일에 유학을 떠났습니다. 2000년대에 독일을 비롯한 서유럽 국가들에서 목질계 바이오매스 사업이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었는데, 그때 나무를 목재칩과 펠릿으로 만들어 난방에너지로 사용하는 것을 보고 자극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의 임목축적이 지난 몇 십 년 동안 비약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에 나무를 이용한 재생에너지사업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게 되어 2005년에 사업체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2008년에 녹색성장을 내세운 정부가 펠릿사업에 지원했을 때 기대감이 높았는데, 결국 해외에서 대량의 펠릿이 수입되고 화력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데에 사용되어 오히려 지속가능하지 못한 방법으로 나무에너지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2017년에 국내에 사업체 주식회사 “나무와에너지”를 열고 마을단위에서 나무를 이용한 에너지공급 사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친환경 산림바이오매스의 원리가 궁금합니다. 
  “목질계 바이오매스는 재생에너지원 중에 시간과 공간적 제약을 비교적 덜 받는 에너지원입니다. 그래서 유럽에선 재생에너지 중 바이오매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죠. 버려지는 나무자원과 재제 부산물 등을 에너지로 사용하면 탄소배출 저감에 크게 도움이 되고 실제 이산화탄소배출량도 등유나 천연가스에 비해 월등하게 적습니다. 그래서 서유럽 재생에너지 사업에선 바이오매스가 빠질 수 없는 요소입니다. 특히 독일, 오스트리아 등지에서는 마을단위로 소규모 에너지공급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중입니다. 인근의 숲과 재제소에서 나오는 부산물들이 난방과 전기에너지로 만들어지고 주민들이 경제성 높은 마을에너지 사업에 투자합니다. 독일의 바이오에너지 마을은 대부분 나무에너지 열 공급 사업을 중심으로 만들어 지는데, 이렇게 만들어져 인증을 받은 공식 바이오에너지 마을만 독일에 200개 가량 있고 오스트리아는 전국에서 1MW 이상의 열 공급 사업이 2400여개 가동되고 있습니다.”

 

국내 산림바이오매스 산업의 현 상황은 어떤가요?
“2013년에 전라북도 완주군의 산림바이오매스 사업에 참여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완주군 고산자연휴양림에 목재 칩 보일러를 설치하고 휴양림의 숙박동 전체에 난방을 공급하는 사업이었습니다. 저희가 사업 컨설팅을 한 이 사업은 현재까지도 연간 4000시간 이상 설비를 가동하면서 성공적인 바이오매스사업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산림청은 지난해에 마을단위 나무에너지 열  공급 사업을 다시 시도하기로 하고 200억 예산을 확보해 총 4개 마을에 시범사업을 펼치고 있는데요. 강원도 횡성군 청일면과 전라북도 완주군 화산면이 올해 이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저희는 이들 마을에 기술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나무를 에너지로 사용하는 일은 설비만 하는 일이 아니라 연료공급이 원활해야 하고 사후관리도 되어야 하며 무엇보다 지역주민들이 설비의 운영에 참여해야 하므로 사업전반에 걸쳐 고민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아직 시작단계라고 생각하고 나무를 심는 심정으로 개척해 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 세대에 심고 후대에 가서야 수확이 가능한 나무처럼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제대로 된 사례를 하나 만드는 일 일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선되어야 할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아직 나무를 에너지로 사용하는 분야에서 사회적합의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연소 시 발생하는 배출가스문제가 너무 크게 부각되고 유기성폐기물 소각설비들이 전국에 들어서면서 문제를 많이 일으킨 데다, 대형 화력발전소에서 저질 목재펠릿을 혼소하는 등 그동안에 바이오매스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벌인 일들이 오히려 국민들의 나무에너지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을 안 좋게 만들어 장벽으로 존재합니다. 나무를 에너지로 사용하면서 함께 고민해봤으면 하는 점은 잘 가꾼 나무에서 얻어지는 부산물이라도 그것을 사용할 때는 효율에 집중해야 하고 지속가능성을 늘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나무는 값싼 연료라서 사용하자는 게 아니라 기후위기를 막을 재생에너지이기 때문에 사용하자는 겁니다. 그러므로 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방법과 기술에 자치단체와 정부가 더 투자했으면 합니다.“

“말베르크(Mahlwerk)라는 커피그라인더 전시관을 열었는데요, 어떤 곳인가요?
“얼마 전 커피그라인더 전시관을 서울에 열었습니다. 독일 살면서 취미로 모은 1600점의 수동커피그라인더를 전시하는 공간인데, 서울 중구청이 기획전시관으로 공모한 공간에서 내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합니다. 저는 주말에 가 있고 아내가 운영 중인데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본래는 제가 젊은 날을 보낸 청주시에서 작은 커피그라인더 박물관을 만들고 싶었는데요, 5년 전부터 논의했다가 쉽지 않아서 지금의 자리로 가게 된 점은 아쉽습니다.
수동커피그라인더는 지금은 사라진 문화이지만 400년에 걸친 유럽의 커피문화를 지켜 본 목격자고 인류가 소재를 새로 개발할 때마다 디자인과 형태를 바꾸며 새롭게 만들어졌던 생활 공예품입니다. 저는 그라인더를 취미로 모았고 닦고 운반하고 보관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요즘엔 취미를 업으로 만들었다고 성공한 덕후라고 불러 주십니다. ㅎㅎ 수동커피그라인더 수집은 아마도 외로웠던 독일생활의 탈출구 였을 겁니다. 저는 제 일을 세상에 알리고 그걸 통해 세상의 변화에 기여하고 싶었는데 제 취미가 오히려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얼떨떨하죠.“

이승재 대표가 '나무와 에너지, 그리고 커피' 이야기에서 '커피그라인더 전시'를 하게 된 사연을 소개하고 있다.
이승재 대표가 '나무와 에너지, 그리고 커피' 이야기에서 '커피그라인더 전시'를 하게 된 사연을 소개하고 있다.

 

끝으로 바이오매스 산업을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꿈은 너무 먼 일에 대한 막연한 희망을 의미하는 말 같아서 중년의 제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목표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독일에서 봤던 바이오에너지마을을 한국에도 한 곳 만드는 게 제 목표입니다. 지역에서 연료를 생산하고 주민들이 운영하는 에너지공급설비로 전기와 열을 만들어 사용하는 마을을 한 곳 만들어 내는 일이 제게 주어진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목표가 이루어지면 나머지 생은 수동커피그라인더를 닦으며 지낼 생각이죠.”


기자는 지난 7월7일 마을에서 이승재 대표의 “나무와에너지 그리고 커피” 강연을 통해 친환경 바이오 에너지 산업에 도전하고 연구하는 이승재 대표의 열정을 보았다. 친환경 에너지로의 적극적인 정책 전환과 시민의 에너지절약을 위한 폭넓은 참여가 있다면 기후위기 시대를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자연과 작은 생명의 소중함을 아는 두꺼비마을 사람들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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