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남칸타빌 103동 예린이네

 


산남동 새마을부녀회에서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산남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사랑의 孝 편지쓰기’ 대회에서 한예린 학생이 상을 받았다. “아빠, 저 아빠의 맏딸 예린이예요...”로 시작되는 편지는 아빠에 대한 애틋한 딸의 마음이 절절이 녹아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요즘 몸이 안 좋아 약을 드시는 아빠에 대한 걱정과, 좀 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고 싶어 하는 딸의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편지 한 통에 드러나는 단란한 가족의 모습을 그려보며, 이번에는 예린이네 집을 찾아갔다.

아빠는 대전으로 출, 퇴근

아빠가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 저녁 9시에 찾아갔건만, 식구들 모두 반갑게 맞아준다. 예린이는 오늘까지 일주일 동안 진천에 있는 영어캠프에 다녀왔다는데 진천에 가서 야외활동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얼굴이 까맣게 그을렸다. 열세 살 사춘기라 이마에 살짝 여드름이 난 예린이를 마주 대하고 보니 내가 이미 아는 얼굴이다. 우리 아들이랑 3학년 때 같은 반이었는데 공개 수업 때 보고 ‘뉘 집 딸인지 저 부모는 참 좋겠네~’ 하며 부러워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도 예린이는 친구들이 주는 ‘우정상’을 받았고 발표도 야무지게 잘했더랬다. ‘참 참하네’ 소리가 절로 나오고 ‘나중에 우리 아들이 저런 아이랑 짝이 되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느낌이 좋은 아이였는데 이렇게 만나다니 참 반갑다.

예린이네는 전에 대전에 살았었다. 3년 전 산남칸타빌 103동을 분양받으며 청주로 이사 왔다는데 직장은 그대로라 출, 퇴근시간이 길어져 아빠(한재학, 43세)만 고생이다. 대전에 있는 직장까지 40여분 걸린다고. 직장이 대전에 있다고 하면 다들 ‘대덕연구단지’를 떠올린다는데 약간 마르고 깨끗한 이미지의 예린이 아빠는 금융업에 종사한다. 조심스레 편지에 쓰여진 ‘병’에 대해 물었더니 최근 승진해 업무가 더 많아져 무리를 했더니 건강을 해쳤는데 큰 병은 아니란다. 다행이다. 이사 온 걸 후회하지 않느냐 물었더니 “괜찮다, 그래도 이사 와서 좋다”고 하길래 뭐가 좋냐 했더니 예린이가 옆에 있다 “그냥 다 -” 좋단다. 참 낙천적인 가족이다.

딸 둘, 아들 하나 - 골고루 잘도 낳았네

예린이는 3남매 중 맏이다. 둘째딸 서영이는 산남초 4학년이고 막내아들 성종이는 7살로 유치원에 다닌다. 셋째라 들어가기 힘든 공립유치원에 그냥 들어갈 수 있었단다. 모두들 식탁에 둘러앉아 과일을 먹으며 얘기를 나누는데 성종이는 지루한지 딱지를 찾아오더니 옆에서 혼자서도 잘 논다. 그 와중에도 사진 찍게 ‘브이’해 보라고 했더니 순순히 포즈를 취해 준다. 딸 둘에 아들 하나, 골고루 잘도 낳았다. 예린이랑 서영이는 한 방을 쓰는데 별로 싸우는 법이 없단다. 척 보기에도 다정하다. 그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예린이 엄마 연은경(39세) 씨는 집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수학 선생님이다. 감기가 다 안 나았는데 말 안 듣는 애들을 혼냈더니 목이 쉬었다. 예린이 공부도 봐주냐고 물었더니 저녁때 잠깐씩 봐 준단다. 힘들지 않느냐고 했더니 “예린이는 시키면 시키는 대로 따라오는 아이”라 할 만 하단다. 아이들이 착해선지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지만 하나도 힘들어 보이지 않는데, 예린이 임신했을 때 수두에 걸려서 약도 못 먹고 한참 고생했다고 한다. 수학 어려워하는 우리 작은 아들 여기로 보내서 공부 시킬까? 진지하게 고려해 봐야겠다.

예린이는 의사, 서영이는 뉴스 앵커가 꿈이란다. 왜냐고 물었더니 그냥 웃기만 한다. 성동이는 아직 아무 생각이 없다. 딱지만 열심히 한다. 그래도 부산스럽지 않고 사람을 잘 따르는 게 여간 사랑스럽지 않다.

다정한 엄마 아빠 품에서 잘 자라고 있는 아이들을 보니 내 마음까지 밝아진다.  아이들은 부모의 희망이요, 미래라는 생각이 다시 드는 오늘이다.

 



글 김말숙 / 사진 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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