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칼럼] 대지의 젖줄인 강, 그리고 생태계의 자궁이라 불리는 습지

 

 

 

“습지는 생태계의 자궁… 자궁은 생명을 잉태하는 거룩한 어머니의 이름이다. 지금 세상 사람들은 탐욕과 아집에 사로 잡혀 어머니의 자궁을 들어내려고 한다 …… 5억년 동안 말없이 한반도를 흐르면서 생명을 낳고 길러왔던 생명의 강은 수많은 생명체들의 죽음을 품에 안고 한없이 깊은 슬픔에 빠져 있다.”

 

 

 

2010년 3월 8일. 수원 교구장인 이용훈 주교님, 전 수원 교구장인 최덕기 주교님, 춘천 교구장인 김운회 주교님, 대전 교구장이신 유흥식 주교님, 인천 교구장이신 최기산 주교님을 비롯한 전국의 1,500명의 사제들이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선언을 했다.

지난 3월 12일 천주교 주교회의가 4대강 사업을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천주교 주교회의는 정진석 추기경과 대주교 2명, 주교 16명, 은퇴주교 10명이 참여하는 사실상 천주교를 대표하는 지도부다. 성명의 내용을 요약해 보면 "4대강 사업은 자연환경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것임으로 우려한다.", "정부가 책임 있고 양심적인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기도하겠다" 이다. 이는 초유의 일이었다. 과거 군사정권 하에서도 이렇게 특정종교가 정부정책을 반대한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5월 10일 오후 2시에 명동성당에서 시국과 관련된 미사가 봉헌되었다. 이 날의 시국미사는 87년 6월 항쟁이후 23년 만에 처음이다. 이 날 '4대강 사업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는 전국 사제ㆍ수도자 5,005인 선언문을 발표하고 6.2 지방선거 투표에 적극 참여해 4대강 사업을 심판해 줄 것을 호소했다. 김인석 신부는 "투표를 통해 사회적 부정행위이자 기만적 술책으로 진행되고 있는 4대강 사업에 대해 분명히 심판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4월 17일 서울 조계사에서 불교신자 1만여 명이 4대강 생명살림 법회를 열고 “생명을 파괴하는 4대강 개발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 날 수경 스님은 “4대강 개발과 같은 대규모 국토파괴 행위는 지금까지 봐온 자연훼손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라고 지적하고, “국토를 한낱 소모품으로 전락시키고 역사를 지우는 자연과 국토에 대한 테러행위”라고 주장했다.

습지는 생태계의 자궁이라고 할 수 있다. 자궁은 생명을 잉태하는 거룩한 어머니의 이름이다. 지금 세상 사람들은 탐욕과 아집에 사로 잡혀 어머니의 자궁을 들어내려고 한다. 그러면서 어머니를 위한 몸짓이라고 거짓 예언을 말하고 있다. 예로부터 강은 생명의 젖줄, 대지의 젖줄이라고 했다. 이 젖줄은 생명을 기른 어머니의 이름이다. 그런데 지금 이익에 눈이 가려진 사람들이 어머니의 젖줄을 파괴하고 짓밟으려 한다.

5억년 동안 말없이 한반도를 흐르면서 생명을 낳고 길러왔던 생명의 강은 수많은 생명체들의 죽음을 품에 안고 한없이 깊은 슬픔에 빠져 있다. 더 이상 생명의 젖줄이며, 생태계의 자궁인 습지를 짓밟지 말았음 좋겠다. 그리고 한번쯤 이러한 성직자들의 외침에 대해서 생각할 여유를 가져 보자. ‘또 시작이네’...라는 외면과 몰이해가 아니라, 어떠한 이익과 탐욕에도 흔들리지 않는 이들의 목소리에 한 번쯤 귀를 기울이면 안 되는 걸까? 오늘은 이런 사람들이 많았음 좋겠다...

 

 

 

구룡산 끝자락에서……

박용근 베드로 신부(산남동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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