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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법륜스님 청주 희망강연 후기

닉네임
선재
등록일
2012-02-22 15:24:45
조회수
7776
오늘(2. 22.) 법륜스님의 청주 희망 강연이 성황리에 잘 끝났다. 좌석을 다 채우고, 복도에까지 앉고도 모자라 무대 위에도 앉았다. 난 무대 위에서 스님의 옆모습을 보면서 강연을 들었다.


날이 따뜻한 봄날처럼 화창했다. 그러나 사람들의 질문은 슬프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아프기도 했다. 모두 9분이 질문했다. 처음에는 5~6명이 질문자로 손을 들더니, 갈수록 손을 드는 사람의 숫자가 늘어갔다.




1. 꿈이라는 것을 통해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알 수 있는가요

개꿈이다. 꿈 깨라. 꿈에서 깨면 꿈인 줄 알고 내려놓아라.




2. 남편이 수의사인데, 동물의 성대, 성기 같은 것을 자르고 하는 것이 과보를 받을까 두려워요

해야 할 일은 좋지 않은 과보가 따르더라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좋은 과보가 따르더라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하여야 한다면, 그렇게 번 돈의 일부를 떼어 좋은 일에 써라.




3. 초등학교 6학년인 딸아이를 장차 민족사관학교에 보낼 계획으로 키우고 있다. 딸아이는 초등학교 회장 선거 때 한복을 입고 유세를 했다. 이렇게 키워도 되는지요

아이한테 옷을 맞춰야 하는데, 미리 좋은 옷을 골라놓고 그 옷에 아이를 맞추려고 하는 꼴이다. 선생질 그만하고 아이 엄마로 돌아가라. 아이는 자연스럽게 스스로 크게 하여야 한다. 엄마는 옆에서 최소한도로 안내만 할 뿐이다.

남을 때리고, 남의 물건을 훔치고, 남을 성추행하고, 거짓말하고, 지나치게 술을 많이 마시거나 마약을 하는 것을 빼놓고는 간섭하지 마라(오계). 오계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아이는 매를 대서라도 행동을 잡아주어야 한다.




4. 아들이 국문학과에 가고 싶어 했는데, 벤처열풍이 부는 상황이라 정보학과에 가도록 했다. 그런데 아들은 정보학과에 적응을 못하고 시나리오 쓰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명상을 하는데, 토굴(암자)에 가려고도 한다. 어떻게 해야 되나요

딸아이를 민족사관학교 보내려고 한 엄마와 똑같다. (이 때 질문자는 민사고 질문자가 질문을 하고 스님이 답을 할 때 공감이 갔다고 했다) 아들은 그냥 내버려둬라. 대신 남편에게 그동안 내 마음대로 해 온 것에 대해 참회하라.




5. 유기농산물로 음식을 하면 맛이 없고, 외식을 하면 식자재의 안전을 믿을 수 없다. 먹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아요(이 분은 작년 스님의 강연을 듣고 많이 도움이 되었다고 하면서, 지금은 정토회에 후원금을 내고 있다고 했다)

스트레스 받으면서 골라 먹는 것보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먹는 것이 더 낫다. 스트레스 받지 말라.




6. 40대 중반인데 아이가 생기지 않아 남편에게 미안해요(계속 눈물을 흘렸다).

왜 남편한테 미안해하느냐, 조선시대도 아닌데. 이미 나이도 많이 늦었으니 무리하게 애 낳으려고 하지 마라. 낳은 아이 때문에 속이 상하는 일이 많은데 그런 고생 하지 않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라.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여야 한다. 아이를 낳았으면 들어갔을 돈으로 부모 없는 아이, 굶주리는 아이들을 위해 쓰는 것도 좋다.




7. 나와 내 남자 친구 사이를 틀어지게 한 사람을 6년이 지나도록 증오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미워하면 누가 손해냐. 나만 괴롭다. 그 사람이 질문한 분을 괴롭게 하려고 일부러 그렇게 한 것도 아니다. 증오하는 것은 그 사람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다. 그 사람은 그냥 자신의 처지에서 자연스럽게 한 것이다. 그 사람 때문에 남자친구가 양다리 걸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런 남자친구와 결혼하지 않게 되었으니 오히려 다행 아니냐.




8.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내내 폭력에 시달렸다. 난 기타를 치고 싶은데, 부모님은 공부해서 공무원 하라고 강요한다. 친구들도 내가 돈이 떨어지면 필요없다고 다 떠난다. 세상에 대해 배신감, 분노를 느낀다. 살아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그동안 부당하게 대우받은 것에 대해 보복이라고 하고 싶다.

산의 다람쥐는 사는 이유를 알고 사는가. (아니요)

그럼 사람은 사는 이유를 알고 살아야 하는가. (사람은 동물과 달리 생각이라는게 있잖아요)

그런데 질문자는 생각이 있다면서 그 생각 때문에 지금 괴로워하고 있지 않은가. (....)

세상에 대한 분노를 행동으로 옮기면 나만 손해다. 세상에 배신이라는 것은 없다. 내가 바라니까 그런 것이 생겨난다. 나는 다만 내가 할 일을 할 뿐이다. 상대방이 반응하고 안하고는 그들의 자유다. 내가 설악산을 좋아한다고 해서 설악산이 반드시 나를 좋아해야 하는가.

기타 치는 것도, 지금 20살이 넘었으니, 내 밥벌이는 하고서 해라. 밥벌이도 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의지하면서 기타만 치려고 하는 것은 바르지 못하다. 일하면서 기타를 치고, 실력이 늘어 기타 치는 것으로 밥벌이가 되면 그 때 하라.

세상에 대한 보복보다는 지금 갖고 있는 문제가 내 문제임을 깨닫고 열심히 살면서 질문자처럼 부당하게 대우받지 않는 세상(학교폭력 없는 세상)을 만드는데 힘을 기울이면 더 낫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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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분의 질문과 스님의 법문을 내가 들은 대로 정리해 보았는데, 질문이나 법문의 취지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조심스러운 마음이 생긴다. 그래도 이렇게 정리를 하니, 나 스스로 정리가 되어 좋다. 다음에 스님 법문을 들을 때 더욱더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리 하는 과정에서 내가 들을 때 놓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니까 말이다.




이번 강연을 앞두고, 난 인터넷과 언론 홍보를 맡았다. 내 주변 인터넷 카페에 강연소식을 알리고, 정토법당 나오시는 분들에게도 전단지를 마련해 놓고 인터넷 홍보를 부탁했다. 지역 신문사와 방송국에도 협조를 요청했는데 대부분 호의적으로 응해 주었다.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강연이 끝난 후, 화창 날씨 속에 맑은 얼굴이 되어 강연장을 나서는 분들의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다.

(2012. 2. 22. 15:00)
작성일:2012-02-22 15:24:45 27.35.89.1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