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3년에서 온 편지, 반뇨레죠를 가다 !

2020-06-05     이채원 (산남중2) 청소년 기자

“훔친 돈은 절대 열매를 맺지 않는다.”
“악마의 밀가루는 모두 겨가 된다.”
“이웃의 망치를 훔친 자는 벌거숭이로 죽는다.”
“아이들은 선뜻 약속을 하지. 하지만 약속을 지키는 데는 자꾸 꾸물대곤 한단다.”
<피노키오의 모험> 中

 

여기, 1883년 이탈리아에서온 책이 한 권 있다.
혹시 방금 읽은 <피노키오의 모험> 중 한 부분이 자신이 지금까지 알던 피노키오의 모습 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라고 생각 된다면, 이 글을 끝까지 읽어보는 건 어떨까? 이 글을 끝까지 읽는다면, 당신의 생각은 달라질지도 모른다.


영화 <피노키오>의 촬영지 반뇨레죠(Bagoregio)를 가다!
이탈리아 여행 중 영화 <피노키오>의 촬영지인 반뇨레죠 (Bagoregio)에 간다는 소식을 듣고, 내가 첫 번째로 한 일은 몇 년 전에 읽어 어디에 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 <피 노키오의 모험>을 다시 꺼내 읽는 일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피노키오>는 어린 시절 애니메이 션으로 본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고, 착한 일을 하면 코가 짧아지는 귀여운 목각인형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피노키오의 모험>의 배경을 안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작가인 카를로 콜로디라는 인물은 통일운동에 참여한 뒤로, 신문에 글을 싣던 저널리스트였다. 콜로디가 이 작품을 쓸 당시 이탈리아는 통일을 이루고 하나의 사상으로 국가의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야 했었기에 그 당시 낮은 국가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이탈리아인들에게 좋은 국민이 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모두 도덕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각인시켜주기 위해 썼던 작품이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이 작품은 당시 이탈리아의 어두운 면을 조명 한다. 내면의 악한 마음이 당장의 즐거움을 위해 현실을 기피하고, 도망치게 만들었던 당시 이탈리아 사회의 어린이들을 피노키오를 통해 조명했던 것이다.
반뇨레죠는 아주 긴 다리를 건너야 도착하는데, 이 때문에 광활한 자연 속 섬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바람을 가로질러 도착한 반뇨레죠는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모습과 너무 닮아있었다. 당장이라도 피노키오가 나와 인사를 할 것만 같은 풍광이었다. 마을 거닐며, 내가 한 일은 그 시대에 살았을 많은 피노키오들을 떠올려 보는 일이었다. 때로는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때로는 악한 마음을 가지고 이 길과 골목을 휩쓸고 다녔을 피노키 오를 생각하며 말이다.
반뇨레죠는 생각보다 밝으면 서도 기저에는 무언가 어두운 면도 존재하는 것 같은 미지의 마을 같았다. 어쩌면 불행했을지도 모르는 그 시절의 피노키오들이 생각보다 너무 무겁지는 않게 그들만의 방법으로 그 불행을 이겨 나가고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는 비행이라고 비추어 질 수 있는 행위를 통해서 말이다.
반뇨레죠에서 돌아가는 차안에서 노을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너무 어둡지도, 밝지도 않았던 그 때, 그 시대의 수많은 피노키오들의 정취를 고스란히 느껴 볼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고. 혹시 지금 이 글을 읽고, 그 시절의 피노키오의 정취를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당신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스친다면, 지금 당장 <피노키오의 모험>의 책장을 펼쳐보는 건 어떨까?
반뇨레죠에서 만났던 풍경들과 수많은 피노키오들을 마음에 품고, 나 또한 행복한 마음으로 글을 마쳐본다.

▲ 이채원 (산남중2) 청소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