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달퐁맘의 세 번째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번 달부터 일하는 여성이 되었습니다. 비록 단기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지만 일하는 여성이 되니 세상이 다르게 보입니다. 사실 일을 다시 시작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걱정을 했는지 몰라요. 출산 후 육아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일을 그만두게 되었고, 그저 단순하게 ‘짱아가 조금 크면 다시 일해야지!’ 생각했었는데, 제게 막상 그런 시기가 오니 두려웠어요. 말로는 온라인 개학으로 집에 있는 짱아의 밥과 관리가 걱정이라 일을 시작할까 말까 고민이라고 했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이 정말 컸어요. 다시 사회로 나가려니 우선 당장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작성하기, 경력 증명이 될 만한 나의 이력을 찾는 것, 면접 연습, 화장품, 옷과 신발, 헤어스타일등 어느 하나 취업 전선에 당당하게 나갈 수 있는 조건이 안 되는 것 같았거든요.

  취업해야지 마음먹는 순간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이력서를 쓰면서 ‘15년의 공백 기간 동안 나는 대체 무엇을 하며 살고 있었지?’ 하며 스스로 위축되기도 했어요. 눈앞에 별이 보일 정도로 죽을 것처럼 아파하며 짱아를 낳고 매일 매일 정신없이 치열하게 산 것 같은데, 이력서 어느 칸에도 그 치열함의 15년을 적을 곳은 없었습니다. 엄마라는 경력은 어디에도 쓸 수 없는 경력, 세상은 저 같은 엄마를 경력단절여성이라고 부르더라고요. 그래도 주변 분들의 적극적인 응원과 지지로 용기를 얻게 되었고, 드디어 일하는 여성이 되었습니다.
  김영진 작가의 <엄마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라는 그림책이 있어요. 예전에 이 그림책을 볼 때는 이 책에 나오는 은비엄마의 삶이 크게 마음에 와닿지 않았어요. 취업 전에는 일을 해도 육아도 여전히 지금처럼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면 일하다가 잠깐 화장실 가거나 차 한 잔 마실 때 짱아가 잘 있나 전화도 하고, 집에 오면 짱아가 공부한 거 다 살펴보고 부족한 부분은 알려줘야지! 하는 식으로요. 제가 워킹맘이 되어보니 은비엄마의 삶이 어떤 삶인지 이해가 됩니다. 사실 출근하면 너무 바빠서 짱아 생각할 겨를이 없어요. 그러다가 짱아가 무엇을 찾거나 학교에 제출할 설문을 안 해 선생님께 연락이 왔다는 전화를 받으면 얼마나 미안한지 몰라요. 꼭 해야지 하고는 깜박깜박 잊어버리는 게 한두 번이 아닙 니다. 15년 만에 일하는 여성이 되니 일터 에서도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지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그렇지만 겨를이 없을 뿐이지 집에 있는 짱아 생각이 아예 없는 건 아니랍니다.

  몸은 떨어져 있지만 서로가 믿고 있기에 저도 짱아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하루를 보낼수 있는 게 아닐까요? 물론 깜박하고 잘못 챙기는 것도 늘어나긴 하지만요. 하지만 짱아도 일하느라 바쁜 엄마의 실수를 너그럽게 받아들여주고, 저 역시 퇴근하고 돌아오면 하루 동안 엄마 없이 밥 잘 챙겨먹고 잘 있어준 짱아가 대견하고 사랑스럽게 느껴져요. 그저 아무 탈 없이 잘있어준 것에 마음깊이 안도하며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됩니다. 짱아를 키우며 늘 함께 할 때는 잘 몰랐는데, 서로 떨어져 바쁜 하루를 보내고 저녁에 다시 만나니 그 고마움과 사랑이 깊이 느껴집니다. 비록 일터에서는 정신없이 바빠 짱아 생각날 겨를이 없지만, 언제나 마음 깊은 곳엔 함께 하고 있다고……. 사랑하는 우리 짱아가 있기에 치열한 일터에서 엄마와 아빠가 잘 해낼 수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어요.

오늘도 하나씩 배워가는 달퐁맘의 이야기는 다음 호에도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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