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친 돈은 절대 열매를 맺지 않는다.”
“악마의 밀가루는 모두 겨가 된다.”
“이웃의 망치를 훔친 자는 벌거숭이로 죽는다.”
“아이들은 선뜻 약속을 하지. 하지만 약속을 지키는 데는 자꾸 꾸물대곤 한단다.”
<피노키오의 모험> 中

 

여기, 1883년 이탈리아에서온 책이 한 권 있다.
혹시 방금 읽은 <피노키오의 모험> 중 한 부분이 자신이 지금까지 알던 피노키오의 모습 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라고 생각 된다면, 이 글을 끝까지 읽어보는 건 어떨까? 이 글을 끝까지 읽는다면, 당신의 생각은 달라질지도 모른다.


영화 <피노키오>의 촬영지 반뇨레죠(Bagoregio)를 가다!
이탈리아 여행 중 영화 <피노키오>의 촬영지인 반뇨레죠 (Bagoregio)에 간다는 소식을 듣고, 내가 첫 번째로 한 일은 몇 년 전에 읽어 어디에 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 <피 노키오의 모험>을 다시 꺼내 읽는 일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피노키오>는 어린 시절 애니메이 션으로 본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고, 착한 일을 하면 코가 짧아지는 귀여운 목각인형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피노키오의 모험>의 배경을 안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작가인 카를로 콜로디라는 인물은 통일운동에 참여한 뒤로, 신문에 글을 싣던 저널리스트였다. 콜로디가 이 작품을 쓸 당시 이탈리아는 통일을 이루고 하나의 사상으로 국가의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야 했었기에 그 당시 낮은 국가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이탈리아인들에게 좋은 국민이 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모두 도덕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각인시켜주기 위해 썼던 작품이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이 작품은 당시 이탈리아의 어두운 면을 조명 한다. 내면의 악한 마음이 당장의 즐거움을 위해 현실을 기피하고, 도망치게 만들었던 당시 이탈리아 사회의 어린이들을 피노키오를 통해 조명했던 것이다.
반뇨레죠는 아주 긴 다리를 건너야 도착하는데, 이 때문에 광활한 자연 속 섬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바람을 가로질러 도착한 반뇨레죠는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모습과 너무 닮아있었다. 당장이라도 피노키오가 나와 인사를 할 것만 같은 풍광이었다. 마을 거닐며, 내가 한 일은 그 시대에 살았을 많은 피노키오들을 떠올려 보는 일이었다. 때로는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때로는 악한 마음을 가지고 이 길과 골목을 휩쓸고 다녔을 피노키 오를 생각하며 말이다.
반뇨레죠는 생각보다 밝으면 서도 기저에는 무언가 어두운 면도 존재하는 것 같은 미지의 마을 같았다. 어쩌면 불행했을지도 모르는 그 시절의 피노키오들이 생각보다 너무 무겁지는 않게 그들만의 방법으로 그 불행을 이겨 나가고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는 비행이라고 비추어 질 수 있는 행위를 통해서 말이다.
반뇨레죠에서 돌아가는 차안에서 노을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너무 어둡지도, 밝지도 않았던 그 때, 그 시대의 수많은 피노키오들의 정취를 고스란히 느껴 볼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고. 혹시 지금 이 글을 읽고, 그 시절의 피노키오의 정취를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당신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스친다면, 지금 당장 <피노키오의 모험>의 책장을 펼쳐보는 건 어떨까?
반뇨레죠에서 만났던 풍경들과 수많은 피노키오들을 마음에 품고, 나 또한 행복한 마음으로 글을 마쳐본다.

▲ 이채원 (산남중2) 청소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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