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6일은 우리 부부의 결혼기념일이다. 결혼하고 몇해 정도는 꽃도 받아보고 선물도 받고 외식도 하였던 것 같은데 세월이 흘러가면서 날짜조차 흐릿하게 기억날 정도로 의미를 두지 않았던 날이 되었다. 그런데 올해는 결혼기념일이 주말이었다.
  우리 부부는 주말 부부로 살고 있어 남편이 음식이 떨어지면 집에 온다. 그러다 보니 평소에는 룰루랄라 살다가 남편이 오면 할 일이 엄청 많아진다. 보통 2주 정도의 밥과 반찬을 해서 보내야 하니 남편이 오는 주말은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 작은딸이 아빠에게 천안에 있는 캠프장을 가야 하는데 태워달라고 한다. 남편이 웬일인지 나에게 바람 쐬러 같이 가자고 한다. 할 일이 너무 많았지만 남편과의 동행이 많지가 않아 일단 할 일을 포기 하고 같이 차를 타고 가는데 작은딸이 차 안에서 마이크를 들고 “엄마! 아빠! 무슨 노래가 좋으냐?”고 묻더니 노래를 부른다. 마이크로 듣는 딸의 목소리가 듣기가 좋아 그냥 듣고만 있는데 “엄마! 무슨 노래?”하더니 갑자기 부스럭부스럭 소리가 난다. 그러더니 봉투 하나를 내밀면서 딸아이가 말한다. “결혼기념일이니 아빠 엄마 맛있는것 사 드세요!”

  봉투에는 30만원이 들어 있었다. 돈을 받았더니 남편이 하는 말 “엄마 주머니에 돈 들어가면 안 나온다,”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어 10만원을 꺼내 남편 운전석 옆에 놓고 나머지 돈은 부조금으로 사용해야겠다고 봉투를 찾아 돈을 넣어 옆에 놓으니 작은딸이 다시 카드를 준다. 맛있는것 드시고 필요한 것 마음껏 카드로 긁으라고… 우리 내외가 싫다고 하였더니 굳이 내 손에 카드를 쥐어준다. 예산에 있는 출렁다리를 간다고 하였더니 거기에 유명한 갈비집이 있으니 그곳에 가서 갈비를 마음껏 드시라고 한다.

  딸을 캠핑장에 내려주고 예산 출렁다리에 가보니 코로나19로 진입로 입구부터 발열 체크도 하고 손소독제로 손을 소독하고 물분수가 뿜어내는 호수를 보며 남편과 오랜만에 손도 잡아보면서 출렁다리를 걸었다. 참 오래간만의 나들이다. 시원한 물분수가 머리에 떨어져 청량감마저 더하니 세월이 덧없이 흘러 어느새 머리도 희끗 희끗 얼굴도 주름이 하나둘씩 생기는 나이지만 마음은 청춘이 되었다.

  출렁다리를 한참 걸으니 해가 뉘엿뉘엿 배가 슬슬 고파지기 시작해 남편과 딸이 가보라고 한 식당을 찾아가서 메뉴판을 보니 가격이 만만치가 않았다. 평소 살림하면서 자주 갈 수 있는 식당이 아닌 것 같은데 어버이날이 얼마 안 남아서인지 부모님을 모시고 식사를 하는 가족들이 많았다. 우리도 소갈비를 시켜 먹으니 입에서 살살 녹는 맛이다. 남편도 맛있게 먹는데 그 순간 요양원에 계신 친정엄마 생각이 났다. 이 맛있는 것 사드리고 싶은데 코로나로 면담조차 될 수 없는 엄마가 생각나 옛날 쌩쌩 날아다니는 엄마의 모습이 그리워진다. 지금은 말씀도 잘 못하시고 걷기조차도 안 되는 엄마, 돈이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이런 식당에 오셔서 맛있는 걸 드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제 나도 어버이가 되어 딸 때문에 호강한 날이 되었듯 나도 엄마에게 호강을 시켜드릴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될까? 즐겁지만 엄마를 생각 하면서 아쉬움을 갖는 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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