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 5명당 1명꼴로 반려동물을 키운다. 이렇듯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고 반려동물 산업도 날로 커지고 있다. 아마 동네 산책 길만 나가봐도 반려동물과 함께 산책하는 모습이나 동물병원, 애견샵들도 심심치 않게 발견하는 걸로 봐서 과장된 말은 아닌 듯하다. 이렇듯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들과 그야말로 또 하나의 가족을 이루며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다. 하여 이번호 마을 신문에서는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을 들여다보고 행복의 또 다른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번호 여의주 주인공 반려묘를 키우고 있는 어준영(27, 대학생)씨. 얼마전 가출한 반려묘 순이를 이웃의 도움으로 만나게 된 어집사의 사연을 소개한다.


우리 순이를 소개합니다.

뱅갈고양이. 숫컷. 집사 5명과 8개월째 퀸덤아파트에 거주.
취미 : 유모차 타고 산책. 장롱에서 낮잠 자기. 아파트 계단 오르내리기
특이사항 : 중성화 수술 후 집사들이 자기를 암컷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음. 과체중 ^^
*집사의 뜻 : 집안 일을 맡아 보는 고용인. 고양이는 강아지와 달리 도도한 느낌이 강해 마치 주인을 자기를 수발하는 집사처럼 대한다 하여 붙여진 말.

 

순이 가출사건 의 전말
가출 1일째 :
지난 5월1일 우리 순이가 집을 나갔다. 평소 순이는 13층에서 15층까지 오르내리기를 좋아하여 그날도 여느때처럼 현관을 열어 놓고 온라인 수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평소와 달랐다. 가슴이 철컹. 동시에 남동생의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누나 순이가 산으로 탈출하고 있어.”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아파트 방송도 하고 CCTV도 확인했지만 산으로 간 순이를 어떻게 찾아야 할지 막막했다. ‘숲은 순이에게 너무 위험한데...’ 걱정으로 나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가출 2일째 : 온가족이 순이 찾기에 나섰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고양이를 찾아주는 고양이탐정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 탐정이 오는 동안 우리 가족은 순이를 찾는 전단지를 구룡산 일대와 집근처 산책로 등에 붙였다. 고양이 탐정 도착. 산속에 고양이 덫을 놓고 애타게 순이를 기다렸으나 끝내 순이는 덫으로도 찾을 수가 없었다. 아빠는 순이를 찾으러 산을 헤집고 다니느라 여러번 구르고, 무릎이 아픈 엄마는 순이를 보았다는 제보만 받으면 100M 달리기로 뛰었다. 이렇게 온가족이 애가 타는데도 너는 어디에 있는 거니? 그래도 전단지를 보고 연락해 주는 이웃들 덕분에 희망이 생긴다.

가출 3일째 : 오늘도 헛수고다. 이제 길냥이가 되어버린 건가? 저녁 8시. 우리동 옆라인에 사시는 주민의 제보다. 이번에도 닮은 고양이겠지? 고양이는 닮은 얼굴이 많다는데... 우리 동 화단에서 “순이야 ~” 부르자 3번을 야옹한다. ‘순이는 평소 대답을 안하는데...’ 고양이 탐정말로는 고양이를 발견하면 무조건 앉아서 먹이를 주고 불러야 잡을 수 있다고 해서 그대로 했다. 평소 좋아하는 담요로 감싸 안으니 가만히 안겨 얼굴을 올려다 본다.
이럴 수가. 진짜 우리 순이다. 우리 가족은 엘리베이터를 타자마자 안도감과 고마움으로 울음이 터졌다.

순이 집사, 어준영씨 인터뷰
박기자 : 반려동물을 키운다는건 이번 가출사건처럼 어려운 일들도 감싸 안으며 정성을 쏟아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느끼는 장점이 있다면 궁금합니다.
어집사 :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시고 삼남매도 성인이어서 각자의 생활이 있는 삶인데요, 바쁜 와중에도 순이 이야기로 서로 통화를 자주하고 있습니다. 가족과의 관계가 더 끈끈해 졌달까요? 순이가 가출에서 돌아온 이후로는 순이의 안부를 묻느라 더욱 자주 통화를 하는 것 같습니다.
박기자 : 이름이 너무 정겹습니다. 숫컷 인데 혹시 순이라고 지은 이유가 있을까요?
어집사 : 우리집에 온 첫날 엄마가 세탁 해주신 시트에 오줌을 싼 일이 있었어요.
안되겠다 싶어서 순해지라고 순이라고 지었습니다. 순돌이는 발음이 어렵잖아요.
^^ 중성화 수술도 해서 제맘대로 순이라고 지었습니다.
박기자 : 잃어버릴 뻔한 고양이를 찾게 되었는데요, 어떤 방법이 가장 도움이 되었을까요?
어집사 : 정말 절실하게 아파트 방송도 하고 고양이 탐정도 불러보고 전단지도 붙여 봤는데요, 결국 찾은 건 전단지를 보고 제보해준 이웃이었습니다. 가족처럼 아끼는 고양이를 잃은 슬픔에 같이 공감해주고 20~30통의 제보를 보내준 이웃들에게 감사합니다. 특히 바로 옆 라인에 사시는 이웃의 결정적인 제보가 없었다면 아마 순이는 여기 없었을 거예요.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걱정 덕분에 순이 찾았어요!!


순이 이야기를 하는 인터뷰 내내 순이 언니 어준영씨와 엄마는 참으로 행복해 보였다. 집사들은 시종일관 이웃의 따뜻한 마음에 감사를 표하였고, 이 인터뷰도 순이 소식을 궁금해하고 걱정할 이웃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어서라고 하였다. 어쩌면 반려동물이라는 한 생명을 소중을 여기고 정성스럽게 키우는 마음이 이런 따뜻함을 공유하고 콘크리트로 단절된 이웃을 연결 시켜주는 고리가 아닐까? 단절을 말하는 시대에 어쩌면 반려동물로 이웃간 소통의 희망을 보았다. 가족이라는 소중한 이름에 반려동물이라는 항목을 당당히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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