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5일부터 시행된 도로교통법 개정안,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인 이른바 '민식이법'에 관해 요즘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과잉 처벌’이라는 의견과 ‘지나친 우려’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민식이법이 시행된 지 네 달째. 이 법에 대해 어떠한 논란이 있고,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살펴보겠다.


  민식이법이 만들어진 배경을 짚어보자면, 지난해 9 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당시 9세였던 어린이가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했는데, 이 사고를 계기로 어린이 사상 사고에 대한 운전자의 처벌을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른바 ‘민식이법’ 이라 불리는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관한법률 개정안이 발의되었고, 2019년 12월 10 일 국회를 통과해 2020년 3월 25일부터 시행되었다.

  먼저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어린이보호구역 내에 과속단속카메라, 과속방지턱, 신호등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는 어린이 교통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입법이었다고 본다. 지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 특가법 개정안인데, 운전자의 부주 의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린이가 사망할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어린이가 상해를 입을 경우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여기에서 많은 분들이 이유를 궁금해 하시는 부분이 실제 민식이법이 만들어진 계기가 된 사건의 운전자에 대해서 1심 재판부가 2년의 금고형을 선고한 것이다. 개정법에 따르면 법정형의 하한이 징역 3년인데, 어째서 2년의 금고형이 선고되었나 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법이 원칙적으로 소급입법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범죄 발생 후에 신설되거나 개정된 법 규정으로 과거의 범죄를 처벌할 수 없다는 것으로, 이 때문에 이 사건에서 개정법이 적용되지 아니하고, 개정법 시행전과 같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이 적용된 것이다. 그러나 2년의 금고형도 기존 사건에 비해 지나치게 무겁다는 주장이 있었고, 그보다 법정형이 무거운 민식이법에 대해서는 이를 재개정하자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진행되어 약 35만명이 이에 참여하기도 했는데, 지난 5월 21일 전주시 덕진구에 위치한 스쿨존에서 31개월 유아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이 법의 형량에 관한 논란이 더욱 커졌다.

  우선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의 안전의무 위반이 ‘12 대 중과실’에 해당하기 때문에 합의나 보험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처벌을 면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인데, 그 ‘안전의무 위반’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의 과실을 의미 하는지 분명치 않은 것이 운전자 분들이 가장 불안해 하는 부분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법정형이 너무 무겁게 정해진 것도 많은 분들이 우려하시는 부분이다. 강간죄, 강도죄 등 강력범죄의 법정형이 ‘3년 이상의 징역’으로 스쿨존 사망사고의 법정형 하한과 같은데, 이것이 형벌 비례성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청와대는 지난 5월 20일 “무조건 형사처벌이라는 주장은 다소 과한 우려”라고 하면서 “현행법에 어린이보호구역 안전의무 위반을 규정하고 있고, 기존 판례에서도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예견할 수 없었거나 사고 발생을 피할 수 없었던 상황인 경우에는 과실이 없다고 인정하고 있다. 정부 또한 입법 취지를 반영해 합리적 법적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실무상 과실이 없는 것으로 인정되는 사례가 매우 적고, 웬만하면 안전의무 위반이 되지만 12대 중과실이 아닌 경우 합의나 종합보험 가입으로 처벌을 면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라는 점에서, 어린이보호구역 내 안전의무 위반이 12대 중과실에 포함되면서 다른 중과실의 경우보다 훨씬 무겁게 처벌된다는 것은 분명 논쟁의 소지가 될 수 있는 문제이다.

  이번에 발생한 전주시 덕진구 사건의 경우 운전자가 단순히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안전의무를 위반한 데 그치지 않고 불법유턴을 하다가 사고가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민식이법 적용 대상임에 의문이 없고, 유족의 용서가 없다면 엄중한 처벌을 면할 수없을 것이라는 점에 크게 반대 의견이 없을 듯하지만, 다른 중과실이 없는 단순 안전의무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을 명확한 기준 없이 수사기관과 법원에 맡겨두어야 하고, 처벌은 처벌대로 무거워진 현 상황은 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어린이 교통사고에 대한 처벌기준을 강화하여 운전자가 더욱 주의하면서 운전할 수 있도록 경각심을 일깨워 궁극적으로 어린이 교통사고를 예방하고자 하는 개정법의 취지는 백분 공감한다. 그러나 안전의무 위반의 기준을 폭넓게 적용해온 현실에서 이를 제한하는 장치와 세부적인 기준을 마련하지 아니한 채, 처벌의 예외를 두지 않고 법정형은 강력 범죄에 비견할 만큼 무겁게 규정한 부분에 관해 국민들이 불안감과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어린이 보호구역 내 교통사고에 대한 법감정과 이번 개정법이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법조인으로서의 우려가 필자의 머릿속에서도 계속 충돌하고 있다. 아직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에 법이 적용되는 모습을 우선 지켜보아야겠지만, 안전 의무 위반의 기준을 명확하고 세부적으로 정하고 그에 따라 처벌 여부와 정도를 정하도록 하는 방안, 어린이보호구역 내 안전의무 위반을 예외 없이 항상 ‘12대 중과실’에 포함시킬지 여부를 재고하는 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어느 정도 법을 다시 정비함으로써, 당연한 두려움과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는 것이 좋지 않을까.
 

▲ 박아롱 변호사(박아롱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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