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과 관계없이 대출이 가능하다는 광고 또는 고소득 아르바이트라며 체크카드만 빌려주면 된다며 유인하는 광고 보신 적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출을 위해 필요해서, 또는 짧은 시간에 쉽게 돈을 벌기 위해서 별 생각 없이 체크카드체크카드나 OTP 등 접근매체를 양도하거나 양수 하는 행위, 대가를 수수·요구·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대여받거나 대여하는 행위는 전자금융거래법에 의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또한 이처럼 불법으로 유통된 접근 매체를 보관·전달·유통하는 행위, 그리고 범죄에 이용할 목적으로, 또는 범죄목적임을 알면서 접근매체를 대여받거나 대여·유통·보관·전달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만약 이러한 행위로 인해 전자금융거래법을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된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접근매체로는 통장, 신용카드, 현금 카드가 대표적이고, 보안을 위한 비밀번호, 공인인증서, 보안카드 역시 법에서 양도나 대여를 금지하는 접근매체에 해당한다. 이 중 어떠한 것이라도 명의자 자신의 의사로 외부에 유출하게 되면 처벌을 피할 수 없으므로, 매우 주의해야 한다.
  또한 이 경우 형사처벌 외에 금융거래에도 지장이 생기 는데, 1년간 신규 통장 개설 및 비대면 거래 제한 등의 추가적인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 보통 접근매체를 넘기는 것이 범죄에 해당하는지 모르고 별 생각 없이 그러한 행위를 했다가 계좌 거래가 정지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제야 큰일 났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얼마 후 경찰에서 입건이 되었으니 조사받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게 되는 식으로 진행이 되는데, 우리 법과 금융기관은 법률의 무지를 용서하지 않기 때문에 몰랐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고, 처벌과 금융거래상 불이익을 받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보자면, 보통 정상적인 방법으로 대출이 어렵고, 급하게 돈이 필요한 사람들이 여기에 걸려들게 되는데, 대출 심사를 위해 입출금거래 내역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사람을 속여 통장 사본과 체크카드 같은 것을 넘겨받은 다음, 그 계좌를 보이스피싱에 사용하는 것이다. 이에 관해 최근 중요한 판례가 하나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A씨는 지난 2016. 6.경 300만원을 대출받기 위해 본인 명의 계좌와 연결된 체크카드를 퀵서비스로 B씨에게 보냈다. B씨가 대출 심사를 위해 금융거래내역이 필요하다고 말해서인데. 그러고 나서 A씨는 인터넷뱅킹을 통해그 계좌에 자신이 모르는 입출금거래내역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B씨가 A씨의 계좌를 보이스피싱한 돈을 받아 다른 곳으로 옮기는데 사용한 것이다.
  이렇게만 보면 A씨가 피해자가 아니냐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A씨 역시 의도야 어쨌든 보이스피싱에서 어떠한 역할을 한 것이고, 대가를 받기 위해 체크카드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행위가 법에 금지되어 있으므로 A씨의 행위는 위법한 것으로 평가된다. 결국 A씨는 약속된 대출도 받지 못하고, 계좌 거래는 정지되었으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로 기소되었다.
  이 사건에서 흥미로운 것은 법원의 심급마다 판단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체크카드가 보이스 피싱 범죄에 악용되었다고 하면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 였지만, 2심 재판부는 A씨가 B씨의 거짓말에 속아 체크카 드를 보냈고, 체크카드를 보낸 행위와 대출 성사가 연관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이에 대해 검사가 상고해서 결국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다.
  이 사안의 쟁점은 결국 전자금융거래법이 금지하고 있는 ‘대가 수수를 요구하거나 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대여 하는 행위’인지 여부였다. 대법원은 A씨가 여러 차례 대출상담을 받았지만 다 거절당해 정상적인 방법으로 대출을 받기 힘들다는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 대출을 위해 B씨에게 체크카드를 제공하였으므로, 이는 ‘대출 기회를 얻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보았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2 심 재판부가 피고인이 대출 기회를 얻는 약속으로 접근 매체를 대여했는지 여부를 심리했어야 한다며 법리 오해를 이유로 항소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환송 후 항소심은 통상 대법원의 판단 취지에 따라 결론을 내리므로, A씨에게는 유죄 판결이 선고될 것이다.
  한편, 대출이 아니라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체크카드를 빌려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어, 젊은이들이 특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 대학생 C군은 휴대폰으로 ‘체크카드를 빌려 주면 하루에 한 장당 80만원의 수수료를 지급한다’는 내용의 광고 메시지를 받았다. 용돈이 빠듯하던 C군은 이에 혹해 광고를 한 업자에게 연락을 했고, 업자는 자신이 주류업체를 운영하고 있는데 세금 절감 문제로 다른 사람의 계좌를 빌려 사용하고 있다고 하면서, 다소 편법이기는 해도 큰 문제는 안 된다고, 계좌와 연결된 체크카드를 보내주면 수수료를 지급하겠다고 했다.
  C군은 이런 알바가 있다니 웬 횡재냐 하는 생각에 사용 하지 않는 체크카드 2장을 업자에게 보내고, 비밀번호는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알려주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확인해보니 C군의 계좌에 수백만 원 단위의 알수 없는 돈들이 입금되었다가 출금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었다. C군은 주류업체에서 돈을 입출금하나보다 생각하여 크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얼마 후 은행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자신의 계좌들이 보이스피싱에 이용되었고, 피해자들이 이것을 신고하여 사고 계좌로 등록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C군이 업자에게 연락하려 했지만 이미 그들이 C군의 연락을 차단한 상태였다.
  C군은 몇 달 동안 경찰과 검찰의 조사를 받았고, 이후 기소되어 4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C군은 하루한 장당 80만원이라는 수수료, 즉 대가를 받기로 약속하고 체크카드를 대여했기 때문에 무죄를 주장할 근거도 전혀 없었다. 금융거래에 제한을 받게 된 것은 당연하다.
  요즘 코로나19의 여파로 자영업자고, 근로소득자고 할것 없이 경제적인 위기에 몰린 사람들이 많고, 억지로 무급휴가를 사용해야 하거나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잃은 젊은이들도 주변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급하게 돈이 필요한 사람들이 이러한 수법에 걸려들기 쉬운데, 세상에 공짜로, 또는 손쉬운 방법으로 큰돈을 벌 수 있는 일은 복권이나 주식 외에는 없다. 아무리 돈이 필요하더라도 본인 명의의 계좌를 빌려주거나 파는 일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될 것이다.

▲ 박아롱 변호사(박아롱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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