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 장애인 혹은 노인 곁에서 그들을 보살피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아마 높은 확률로 그 장애인의 가족이 아닌 요양보호사 혹은 활동지원사일 것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이런 모습은 보기 쉽지 않았다. 장애인활동지원 제도가 일반적인 제도로 정착하기에는 도입 이후에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사회복지 제도를 통해 만났지만 10년 이상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흔히 서로를 가족과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노인 요양원, 장애인 생활시설 등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을 곁에서 돌보고 장기적으로는 자립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전문인력들이 가족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다음은 오래전 장애인 생활시설의 사회복지사가 들려준 얘기다.
 

 “시설에서는 입주자의 본래 가정, 즉 원가정과의 인연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해요. 생활시설에 한 번 입소하면 가족의 관심이 끊기는 경우가 많이 있거든요. 당사자는 시설에서, 가족은 그 안에서 각자의 생활을 이어나가기 때문이에요. 제가 지켜본 가족 중에는 10년 이상 왕래하지 않고 사는 경우도 봤는데 가족으로서 어떤 느낌이 들까 생각이 들었어요”

  2018년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어느 가족’은 독특한 가족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등장인물 6명은 각자의 사정으로 우연히 같이 살게 됐고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이지만 겉으로 보기엔 영락없는 가족이다. 영화 내내 인물들은 ‘당신들은 가족이냐?’라는 질문에 마주한다. 등장인물들은 그 질문과 상황에 혼란을 느끼고, 이 영화를 연출한 감독 또한 이들이 가족임을 강조하지 않는다. 하지만 관객들은 저들이 가족관계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는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다 보면 장애인 그리고 노인의 경우 가족이 아닌 전문인력이 돌보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일상을 함께 하는 시간과 서로에게 쌓인 유대감을 생각한다면 그들은 이미 가족 이상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결국 중증의 장애, 심한 노인성 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은 실제 혈연보다 다른 사람과 시간을 더 많이 보내게 된다. 복잡해진 현대 사회의 관계 속에서 혈연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민법 제779조(가족의 범위) 1.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2.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

▲ 김학철 팀장(혜원장애인종합복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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